무늬만 정규직에 업무 강도는 ‘여전’…스크린도어 노동자 절반 ‘우울증’

입력 2021.05.29 (07:16) 수정 2021.05.2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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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19살 김 모 군이 홀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지 어제로 5년이 됐습니다.

사고 이후, 김 군의 동료들은 지난 2018년 정규직이 되었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전한 차별과 열악한 노동 여건 속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유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퇴근 시간, 스크린도어 노동자 임선재 씨가 동료와 함께 승강장으로 출동합니다.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작업 시작하세요."]

120개 역사에 관리소는 단 4곳.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시간에 쫓길 때가 많습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까치산에 만약에 가 있는데 시청에 장애가 났다. 계속 전화통에 불이 나게 말 그대로 연락이 오는데 갈 수 있는 시간은 40분 뒤에나 도착 가능하고 이러면 사실 마음이 조급해지죠."]

정규직 전환 4년째지만,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은 '임시 조직'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직종에서 파견 온 관리자의 차별과 기존 직원들의 하대도 여전합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눈에 보이는 부분들. 2인 1조, 정규직 전환 이런 것들은 변했지만 조직의 형태라든지 혹은 그 안에 구성돼있는 체계 이런 것들이 전혀 안정돼있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편법 직영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9호선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일어나세요. 종점역이거든요. 어디 가세요?"]

인력이 부족해 야간에는 '2인 1조' 근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황훈/9호선 고객안전원/역무원 : "1인 근무일 때 (선로전환기가) 터지게 되면 그게 제일 골치가 아프거든요. 지하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 열차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확인한 다음에 선로전환기도 돌리고..."]

정규직 전환 뒤에도 계속되는 갈등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습니다.

스크린도어 종사자 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도 50%에 가까웠고,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도 20% 수준이었습니다.

[한인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 "이쪽 분야만 유일하게 본사와 연계돼 있지 않은 구조예요. 그래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떠 있는. 지금 5백 명이 소외되고 있는 거잖아요. 차별받고 있고."]

연구를 발주한 서울교통공사 측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수영/서울교통공사 기술계획처 팀장 : "직원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실시했고요. 신속출동 촉구를 자제하도록 했으며,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다만 관리소를 늘리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는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홍성백 박장빈/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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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늬만 정규직에 업무 강도는 ‘여전’…스크린도어 노동자 절반 ‘우울증’
    • 입력 2021-05-29 07:16:21
    • 수정2021-05-29 07: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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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19살 김 모 군이 홀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지 어제로 5년이 됐습니다.

사고 이후, 김 군의 동료들은 지난 2018년 정규직이 되었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전한 차별과 열악한 노동 여건 속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최유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퇴근 시간, 스크린도어 노동자 임선재 씨가 동료와 함께 승강장으로 출동합니다.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작업 시작하세요."]

120개 역사에 관리소는 단 4곳.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시간에 쫓길 때가 많습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까치산에 만약에 가 있는데 시청에 장애가 났다. 계속 전화통에 불이 나게 말 그대로 연락이 오는데 갈 수 있는 시간은 40분 뒤에나 도착 가능하고 이러면 사실 마음이 조급해지죠."]

정규직 전환 4년째지만,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은 '임시 조직'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직종에서 파견 온 관리자의 차별과 기존 직원들의 하대도 여전합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눈에 보이는 부분들. 2인 1조, 정규직 전환 이런 것들은 변했지만 조직의 형태라든지 혹은 그 안에 구성돼있는 체계 이런 것들이 전혀 안정돼있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편법 직영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9호선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일어나세요. 종점역이거든요. 어디 가세요?"]

인력이 부족해 야간에는 '2인 1조' 근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황훈/9호선 고객안전원/역무원 : "1인 근무일 때 (선로전환기가) 터지게 되면 그게 제일 골치가 아프거든요. 지하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 열차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확인한 다음에 선로전환기도 돌리고..."]

정규직 전환 뒤에도 계속되는 갈등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습니다.

스크린도어 종사자 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도 50%에 가까웠고,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도 20% 수준이었습니다.

[한인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 "이쪽 분야만 유일하게 본사와 연계돼 있지 않은 구조예요. 그래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떠 있는. 지금 5백 명이 소외되고 있는 거잖아요. 차별받고 있고."]

연구를 발주한 서울교통공사 측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수영/서울교통공사 기술계획처 팀장 : "직원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실시했고요. 신속출동 촉구를 자제하도록 했으며,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다만 관리소를 늘리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는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홍성백 박장빈/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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