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콜라보?…‘우유병 바디워시’ ‘소주병 디퓨저’

입력 2021.05.30 (09:01) 수정 2021.05.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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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같은 바디워시(좌)     소주병 같은 디퓨저(우상단)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우하단)    출처 : 트위터우유 같은 바디워시(좌) 소주병 같은 디퓨저(우상단)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우하단) 출처 : 트위터

서울우유 고유의 서체와 색감, 디자인을 살려 만든 바디워시입니다.

홈플러스가 LG생활건강·서울우유와 협업을 진행해 내 놓은 제품인데, 지난 15일 부산의 한 홈플러스 우유 판매대 옆에 진열되면서 유아나 치매 노인 등이 자칫 '우유'로 착각해 마시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체 139개 점포 가운데 1개 매장에서 담당자가 잘 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연관 진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확인 즉시 연관 진열을 철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는 모든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화장품 매대에서만 진열하고 있다"면서 "제품 후면에 화장품이라는 경고 문구가 기재돼 있지만, 추가로 상품 전면에도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부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라는 스티커 추가 부착홈플러스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라는 스티커 추가 부착

지난 3월에 나온 '진로 소주병 디퓨저'도 논란입니다.

소주병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디퓨저의 병 디자인 때문에 소주로 오인해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디퓨저 상자에 소주잔까지 들어있어 일반 소주와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제품 라벨에 빨간색으로 두 번에 걸친 경고문구를 표기한 것에 더해 혹시나 소주로 잘못 인지해 음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3단으로 마개를 구성(알루미늄 캡, 플라스틱 캡, 내부 플라스틱 속 캡)하는 방어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계자는 "콜라보를 함께 진행한 기업에 대해선 중소기업 배려 차원에서 라이선스 비용도 안 받았다"라면서 "앞으로 제작해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이트진로 “음용 방지 3단 마개 구성(알루미늄 캡, 플라스틱 캡, 내부 플라스틱 속 캡)”하이트진로 “음용 방지 3단 마개 구성(알루미늄 캡, 플라스틱 캡, 내부 플라스틱 속 캡)”

이뿐만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선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바둑알처럼 생긴 초콜릿, 딱풀 모양의 사탕이 팔리고 있습니다.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
바둑알 같은 초콜릿바둑알 같은 초콜릿
딱풀 모양의 사탕딱풀 모양의 사탕
용기의 겉모양이 실제 구두약과 헷갈릴 정도로 유사한 초콜릿도 있는데요.
둘 중 구두약은?                                                                                                                                      구두약(좌)  초콜릿(우)둘 중 구두약은? 구두약(좌) 초콜릿(우)
이같은 콜라보레이션(collobration/협업) 제품은 '일상 속 소소한 재미와 차별화' 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최근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들과의 독특한 협업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질적인 것들의 콜라보는 '와 이거 재밌다. 말 된다'라는 느낌을 줘서, SNS 상에서 관심을 키울 수는 있지만, 안전 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바디워시를 우유로 착각하거나 디퓨저를 소주로 착각할 우려가 정말로 완전히 제거되었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나 노인이 오인하기라도 하면 그 결과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재미가 우선이다 보니 제품의 고유한 품질이 담보됐는지도 의문입니다. 콜라보 제품들이 반짝하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당하는 이유입니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발생한 생활화학제품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는 모두 200건으로, 이 가운데 먹거나 마시는 사고가 전체의 78% 정도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고 위험은 더 큽니다.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고 보는 게 어린아이들의 습성이기 때문입니다.

이은희 교수 /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인지 능력이 발달이 덜 된 어린이들이 접했을 경우엔 어린이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착각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죠. 의외로 집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건의 경우에는 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혼동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제품의 콜라보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또, 콜라보 상품을 출시할 때 아동학 전문가 등에게 미리 점검을 받고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성인 입장에선 '과연 이것을 착각한다는 게 가능할까'라고 생각되지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는 또 다르거든요. 어린이용 광고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고 규제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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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넘은 콜라보?…‘우유병 바디워시’ ‘소주병 디퓨저’
    • 입력 2021-05-30 09:01:38
    • 수정2021-05-30 09:58:13
    취재K
우유 같은 바디워시(좌)     소주병 같은 디퓨저(우상단)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우하단)    출처 : 트위터
서울우유 고유의 서체와 색감, 디자인을 살려 만든 바디워시입니다.

홈플러스가 LG생활건강·서울우유와 협업을 진행해 내 놓은 제품인데, 지난 15일 부산의 한 홈플러스 우유 판매대 옆에 진열되면서 유아나 치매 노인 등이 자칫 '우유'로 착각해 마시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체 139개 점포 가운데 1개 매장에서 담당자가 잘 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연관 진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확인 즉시 연관 진열을 철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는 모든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화장품 매대에서만 진열하고 있다"면서 "제품 후면에 화장품이라는 경고 문구가 기재돼 있지만, 추가로 상품 전면에도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부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라는 스티커 추가 부착
지난 3월에 나온 '진로 소주병 디퓨저'도 논란입니다.

소주병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디퓨저의 병 디자인 때문에 소주로 오인해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디퓨저 상자에 소주잔까지 들어있어 일반 소주와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제품 라벨에 빨간색으로 두 번에 걸친 경고문구를 표기한 것에 더해 혹시나 소주로 잘못 인지해 음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3단으로 마개를 구성(알루미늄 캡, 플라스틱 캡, 내부 플라스틱 속 캡)하는 방어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계자는 "콜라보를 함께 진행한 기업에 대해선 중소기업 배려 차원에서 라이선스 비용도 안 받았다"라면서 "앞으로 제작해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이트진로 “음용 방지 3단 마개 구성(알루미늄 캡, 플라스틱 캡, 내부 플라스틱 속 캡)”
이뿐만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선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바둑알처럼 생긴 초콜릿, 딱풀 모양의 사탕이 팔리고 있습니다.

유성 매직 같은 음료수 바둑알 같은 초콜릿 딱풀 모양의 사탕 용기의 겉모양이 실제 구두약과 헷갈릴 정도로 유사한 초콜릿도 있는데요.
둘 중 구두약은?                                                                                                                                      구두약(좌)  초콜릿(우) 이같은 콜라보레이션(collobration/협업) 제품은 '일상 속 소소한 재미와 차별화' 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최근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들과의 독특한 협업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질적인 것들의 콜라보는 '와 이거 재밌다. 말 된다'라는 느낌을 줘서, SNS 상에서 관심을 키울 수는 있지만, 안전 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바디워시를 우유로 착각하거나 디퓨저를 소주로 착각할 우려가 정말로 완전히 제거되었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이나 노인이 오인하기라도 하면 그 결과는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재미가 우선이다 보니 제품의 고유한 품질이 담보됐는지도 의문입니다. 콜라보 제품들이 반짝하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당하는 이유입니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발생한 생활화학제품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는 모두 200건으로, 이 가운데 먹거나 마시는 사고가 전체의 78% 정도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고 위험은 더 큽니다.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고 보는 게 어린아이들의 습성이기 때문입니다.

이은희 교수 /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인지 능력이 발달이 덜 된 어린이들이 접했을 경우엔 어린이들에게 혼란을 주거나 착각하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죠. 의외로 집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건의 경우에는 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혼동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제품의 콜라보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또, 콜라보 상품을 출시할 때 아동학 전문가 등에게 미리 점검을 받고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성인 입장에선 '과연 이것을 착각한다는 게 가능할까'라고 생각되지만, 어린이의 눈높이에서는 또 다르거든요. 어린이용 광고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고 규제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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