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사고 직후에도 ‘위험 작업’ 계속…“인명 경시 행위” 반발

입력 2021.05.31 (14:20) 수정 2021.05.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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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한 119구급대가 파지 더미에 깔린 고 장창우 씨를 구조하고 있다출동한 119구급대가 파지 더미에 깔린 고 장창우 씨를 구조하고 있다
■ "또 죽었다" 파지 하차 작업 중 화물노동자 사망

"일하다 죽지 않게"
애절한 구호가 무색하게 현장에서 스러지는 노동자들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50대 화물노동자 고 장창우씨는 전남 광양항에서 파지가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싣고, 세종시에 있는 제지회사 쌍용 C&B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고시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기사의 업무는 여기까지 입니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하차작업에 나선 장 씨는 컨테이너에서 쏟아진 300㎏ 상당의 파지 더미 2개에 깔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장 씨는 압력에 의한 장기손상 등의 이유로 큰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다음날 낮 숨을 거뒀습니다.

장 씨는 고3 딸을 비롯해 자녀 셋을 키우는 50대 초반의 가장이었습니다.

■ 위험한 경사지 작업..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어

사고가 난 하차장은 아래로 30도가량 경사가 있어 언제든 파지가 쏟아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화물차 운전기사들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동료기사는 회사 측에 경사지 작업의 위험성을 계속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지에서 문을 열고 하차장에 진입하면, 현장에 쓰레기가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파지 더미가 실려있던 컨테이너 안에는 와이어나 바(bar) 형태의 안전장치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동료기사들은 기업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안전 장치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파지를 판매하는 업체가 최소한의 장치를 해뒀더라면, 파지가 컨테이너 밖으로 쏟아져 장 씨를 덮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유족 역시 쌍용 C&B와 파지 판매업체 등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장 씨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말합니다.

사고 1시간도 안돼..'위험 작업' 계속

노동자가 결국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쌍용 C&B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19구급대가 장 씨를 이송하고 경찰이 다녀가자, 장 씨가 가져온 파지를 마저 내리고 현장을 치웠습니다.

또 다른 화물차량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사고 차량 옆에 후진해 들어와 파지 더미를 내렸습니다.

사고가 난 지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안전불감증의 극치이자, 명백한 인명 경시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쌍용 C&B는 사고 이후 "회사 측이 하차 작업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면서 경찰에서 하차장 안전팀장 등 관련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대전 고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업체에서 확보한 서류를 토대로 곧 근로감독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이 애절한 구호는 언제쯤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연관 기사]
“경사진 곳서 하차하다 파지더미 깔려 숨져…안전장치 없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6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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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197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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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사고 직후에도 ‘위험 작업’ 계속…“인명 경시 행위” 반발
    • 입력 2021-05-31 14:20:29
    • 수정2021-05-31 14:23:51
    취재후·사건후
출동한 119구급대가 파지 더미에 깔린 고 장창우 씨를 구조하고 있다 ■ "또 죽었다" 파지 하차 작업 중 화물노동자 사망

"일하다 죽지 않게"
애절한 구호가 무색하게 현장에서 스러지는 노동자들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50대 화물노동자 고 장창우씨는 전남 광양항에서 파지가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싣고, 세종시에 있는 제지회사 쌍용 C&B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고시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기사의 업무는 여기까지 입니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하차작업에 나선 장 씨는 컨테이너에서 쏟아진 300㎏ 상당의 파지 더미 2개에 깔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장 씨는 압력에 의한 장기손상 등의 이유로 큰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다음날 낮 숨을 거뒀습니다.

장 씨는 고3 딸을 비롯해 자녀 셋을 키우는 50대 초반의 가장이었습니다.

■ 위험한 경사지 작업..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어

사고가 난 하차장은 아래로 30도가량 경사가 있어 언제든 파지가 쏟아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화물차 운전기사들도 이를 모르는 건 아니었습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동료기사는 회사 측에 경사지 작업의 위험성을 계속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지에서 문을 열고 하차장에 진입하면, 현장에 쓰레기가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파지 더미가 실려있던 컨테이너 안에는 와이어나 바(bar) 형태의 안전장치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동료기사들은 기업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안전 장치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파지를 판매하는 업체가 최소한의 장치를 해뒀더라면, 파지가 컨테이너 밖으로 쏟아져 장 씨를 덮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유족 역시 쌍용 C&B와 파지 판매업체 등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장 씨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말합니다.

사고 1시간도 안돼..'위험 작업' 계속

노동자가 결국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쌍용 C&B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19구급대가 장 씨를 이송하고 경찰이 다녀가자, 장 씨가 가져온 파지를 마저 내리고 현장을 치웠습니다.

또 다른 화물차량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사고 차량 옆에 후진해 들어와 파지 더미를 내렸습니다.

사고가 난 지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안전불감증의 극치이자, 명백한 인명 경시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쌍용 C&B는 사고 이후 "회사 측이 하차 작업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면서 경찰에서 하차장 안전팀장 등 관련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대전 고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업체에서 확보한 서류를 토대로 곧 근로감독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이 애절한 구호는 언제쯤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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