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에서도 나온 ‘병아리 감별사’…‘수평아리’의 비극 종료?

입력 2021.05.31 (17:05) 수정 2021.05.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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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독일, 내년부터 “수평아리 식별해 도살하는 것 금지”
사전 식별 위해 첨단 기술 도입…네덜란드 이미 ‘기술 활용’ 사례
EU, 단계별로 '병아리 감별사' 직업 사라질 듯
“동물보호의 중요성 경제적 이익 보다 앞서”… 가치의 문제


유럽연합(EU)가운데 독일이 가장 먼저 내년부터 수평아리에 대한 대량도살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독일 연방하원은 최근, 내년부터 수평아리를 식별해 대량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수평아리의 대량 도살을 막기위해 각국이 첨단 기술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네덜란드의 한 양계장에선 유전자 검사로 부화할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각광받던 '병아리 감별사'…수평아리 골라내는 이유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 온 지 10년. 제이콥(스티브 윤· 아래 사진)은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했습니다. 그는 말그대로 어두운 환경에서 병아리만 보며 일하는 것에 지쳤습니다.

출처= 영화'미나리' 홍보영상 캡처출처= 영화'미나리' 홍보영상 캡처

제이콥은 꿈을 이루기 위해 농장을 시작했지만, 당장 수입이 없는 제이콥 부부는 새롭게 이주한 곳에서도 부화장에 출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기 미국에 이민 간 상당수 한국인들이 영화처럼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꾸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직업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병아리 감별사란 특별직업군까지 두고 수평아리를 골라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영화' 미나리'를 이미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수평아리는 자라도 달걀을 낳지 못하는 데다 살도 많이 찌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이때문에 태어나자마자 기계칼로 썰리거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질식사시키는 방법으로 도살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동물관련 단체들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60억 마리 이상의 수평아리들이 도살된다고 합니다.

■신기술로 대체 가능?…유럽에서 먼저 도입

네덜란드의 한 양계장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지는 달걀에 기계가 미세한 바늘을 찔렀다가 빼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해당 기계는 달걀의 성분 미량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로 부화할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장치.

신기술 제품인 이른바 '병아리 감별기계'로 인해 이 부화장에서는 일주일에 달걀 4만개의 성별을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부화 단계 이전에 성별을 구분해 수평아리들이 태어나자마자 도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대형 양계장에 수평아리 대량도살을 막을 대안을 찾으라고 권고했고, 해당 양계장은 유전자 검사 기술을 갖춘 곳을 수소문해 이같은 기계를 개발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주도로 동물권 확보가 이뤄진 사례인 셈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기술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대학과 캘리포니아의 바이오기업 센싯(SensIT)은 달걀에서 나오는 가스의 미세한 성분 차이를 분석해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이처럼 학계와 업계가 병아리감별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동물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잇따라 수평아리의 대량 도살을 막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獨, 선두 주자 자처…"동물 보호 중요성이 경제 이익보다 크다"

독일의 경우 내년부터 수평아리에 대한 대량도살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독일 연방하원이 최근, 내년부터 수평아리를 식별해 대량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독일 ARD방송이 전했습니다.

출처=게티 이미지출처=게티 이미지

율리아 클뢰크너 농림부 장관은 "관련 법 개정은 동물보호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선두주자"라고 자부심에 차서 발언했습니다.

앞서 독일 행정법원은 지난 2019년 지금 같은 수평아리 대량도살을 과도기적으로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동물보호의 중요성이 경제적 이익보다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경우 부화 전에 병아리의 성별을 미리 알아내는 기술이 활용될 전망입니다. 지금보다 앞 단계에서 수평아리가 아예 부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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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미나리’에서도 나온 ‘병아리 감별사’…‘수평아리’의 비극 종료?
    • 입력 2021-05-31 17:05:32
    • 수정2021-05-31 17:05:48
    취재K
독일, 내년부터 “수평아리 식별해 도살하는 것 금지”<br />사전 식별 위해 첨단 기술 도입…네덜란드 이미 ‘기술 활용’ 사례<br />EU, 단계별로 '병아리 감별사' 직업 사라질 듯<br />“동물보호의 중요성 경제적 이익 보다 앞서”… 가치의 문제

유럽연합(EU)가운데 독일이 가장 먼저 내년부터 수평아리에 대한 대량도살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독일 연방하원은 최근, 내년부터 수평아리를 식별해 대량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수평아리의 대량 도살을 막기위해 각국이 첨단 기술까지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네덜란드의 한 양계장에선 유전자 검사로 부화할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각광받던 '병아리 감별사'…수평아리 골라내는 이유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 온 지 10년. 제이콥(스티브 윤· 아래 사진)은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했습니다. 그는 말그대로 어두운 환경에서 병아리만 보며 일하는 것에 지쳤습니다.

출처= 영화'미나리' 홍보영상 캡처
제이콥은 꿈을 이루기 위해 농장을 시작했지만, 당장 수입이 없는 제이콥 부부는 새롭게 이주한 곳에서도 부화장에 출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기 미국에 이민 간 상당수 한국인들이 영화처럼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꾸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 직업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병아리 감별사란 특별직업군까지 두고 수평아리를 골라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처=연합뉴스
영화' 미나리'를 이미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수평아리는 자라도 달걀을 낳지 못하는 데다 살도 많이 찌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이때문에 태어나자마자 기계칼로 썰리거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질식사시키는 방법으로 도살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동물관련 단체들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60억 마리 이상의 수평아리들이 도살된다고 합니다.

■신기술로 대체 가능?…유럽에서 먼저 도입

네덜란드의 한 양계장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지는 달걀에 기계가 미세한 바늘을 찔렀다가 빼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해당 기계는 달걀의 성분 미량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로 부화할 병아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장치.

신기술 제품인 이른바 '병아리 감별기계'로 인해 이 부화장에서는 일주일에 달걀 4만개의 성별을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부화 단계 이전에 성별을 구분해 수평아리들이 태어나자마자 도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대형 양계장에 수평아리 대량도살을 막을 대안을 찾으라고 권고했고, 해당 양계장은 유전자 검사 기술을 갖춘 곳을 수소문해 이같은 기계를 개발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주도로 동물권 확보가 이뤄진 사례인 셈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기술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대학과 캘리포니아의 바이오기업 센싯(SensIT)은 달걀에서 나오는 가스의 미세한 성분 차이를 분석해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출처=연합뉴스
이처럼 학계와 업계가 병아리감별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은, 동물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잇따라 수평아리의 대량 도살을 막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獨, 선두 주자 자처…"동물 보호 중요성이 경제 이익보다 크다"

독일의 경우 내년부터 수평아리에 대한 대량도살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독일 연방하원이 최근, 내년부터 수평아리를 식별해 대량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독일 ARD방송이 전했습니다.

출처=게티 이미지
율리아 클뢰크너 농림부 장관은 "관련 법 개정은 동물보호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선두주자"라고 자부심에 차서 발언했습니다.

앞서 독일 행정법원은 지난 2019년 지금 같은 수평아리 대량도살을 과도기적으로만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동물보호의 중요성이 경제적 이익보다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경우 부화 전에 병아리의 성별을 미리 알아내는 기술이 활용될 전망입니다. 지금보다 앞 단계에서 수평아리가 아예 부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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