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꽃이 피다’…타투(tattoo)의 치유

입력 2021.05.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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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과 손목에 그려진 꽃 타투(tattoo)팔뚝과 손목에 그려진 꽃 타투(tattoo)

몸에 난 상처들은 어떤 기억일까요?

슬픔의 흔적... 아픔의 흔적.... 그 중엔 스스로 낸 것도 있습니다.

혹여 누가 볼까 자꾸 숨기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꽃이 피었습니다, 타투의 치유입니다.

연님(가명)이 타투( tattoo)를 시작한 지 4번의 봄이 지났습니다.

작업실을 연 지 얼마 안 돼 그곳을 찾은 한 분을 그녀는 잊을 수가 없는데요.

'흉터를 가려달라'는 짧은 말에 그녀는 말없이 손님의 손목에 타투로 꽃을 그렸습니다.

타투이스트 연

"자신이 만든 상처라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겪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이나마 알고, 왜 가리고 싶은지, 그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 느끼니까요"

연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연예술 기획 일을 하던 직장인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겪은 일로 우울감이 밀려왔고, 사람들 사이에 있었지만 '혼자'라는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집에 머무르는 횟수도 시간도 늘어났고 길어졌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몸은 위축됐고, 더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다 '타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몸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타투'를 통해 세상과 마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흉터가 있다' 이 정도만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 굳이 더 깊게 여쭤보지 않아요. 왜냐하면 말하는 것 자체가 아직 자기에게 좀 버거우신 분들도 있어서...그리고 그냥 말하고 싶은 분은 얘기하시면 그런 건 다 들어드리고요"

"흉터가 있는 피부는 잉크가 정말 안 먹어요. 그래서 일반 작업이 한 시간 걸리면, 그런 경우는 2~3배의 시간이 들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래도 꽃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뭔가 받으시는 분들의 마음적인 부분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손님은) 굉장히 미인이신데, 조금은 차가운 인상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딱 끝나고 나니깐 되게 환하게 웃었는데 그때 딱 '엄청 따듯한 사람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보고 타투(tattoo)가 단순히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 '뭔가 사람들에게 좋은 어떤 감정의 변화 그런 걸 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녀는 왜 '꽃'을 택했을까요?

"일단 너무 예쁘고 어떻게 생겼든 꽃이라는 게 존재만으로 다 의미가 있고, 그냥 다 아름답잖아요,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게 굉장히 소중한 일인 것 같아요. 여린 존재 같지만 그 안에 힘이 있다고 믿거든요

꽃들은 굳이 다른 꽃들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꽃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봐요"

타투이스트 연, 작업하고 있다타투이스트 연, 작업하고 있다

상처는 시간이 흘러 아물었지만, 여전히 기억의 흉터가 남아있는, 마음엔 상처가 있는 60명 가까운 분들이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슬픔이,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나만의 꽃을 그려 가져갔습니다.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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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과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꽃이 피다’…타투(tattoo)의 치유
    • 입력 2021-05-31 17:05:45
    취재K
팔뚝과 손목에 그려진 꽃 타투(tattoo)
몸에 난 상처들은 어떤 기억일까요?

슬픔의 흔적... 아픔의 흔적.... 그 중엔 스스로 낸 것도 있습니다.

혹여 누가 볼까 자꾸 숨기게 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꽃이 피었습니다, 타투의 치유입니다.

연님(가명)이 타투( tattoo)를 시작한 지 4번의 봄이 지났습니다.

작업실을 연 지 얼마 안 돼 그곳을 찾은 한 분을 그녀는 잊을 수가 없는데요.

'흉터를 가려달라'는 짧은 말에 그녀는 말없이 손님의 손목에 타투로 꽃을 그렸습니다.

타투이스트 연

"자신이 만든 상처라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겪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이나마 알고, 왜 가리고 싶은지, 그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 느끼니까요"

연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연예술 기획 일을 하던 직장인이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겪은 일로 우울감이 밀려왔고, 사람들 사이에 있었지만 '혼자'라는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집에 머무르는 횟수도 시간도 늘어났고 길어졌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몸은 위축됐고, 더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다 '타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몸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타투'를 통해 세상과 마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흉터가 있다' 이 정도만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 굳이 더 깊게 여쭤보지 않아요. 왜냐하면 말하는 것 자체가 아직 자기에게 좀 버거우신 분들도 있어서...그리고 그냥 말하고 싶은 분은 얘기하시면 그런 건 다 들어드리고요"

"흉터가 있는 피부는 잉크가 정말 안 먹어요. 그래서 일반 작업이 한 시간 걸리면, 그런 경우는 2~3배의 시간이 들어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래도 꽃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뭔가 받으시는 분들의 마음적인 부분에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손님은) 굉장히 미인이신데, 조금은 차가운 인상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딱 끝나고 나니깐 되게 환하게 웃었는데 그때 딱 '엄청 따듯한 사람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보고 타투(tattoo)가 단순히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 '뭔가 사람들에게 좋은 어떤 감정의 변화 그런 걸 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녀는 왜 '꽃'을 택했을까요?

"일단 너무 예쁘고 어떻게 생겼든 꽃이라는 게 존재만으로 다 의미가 있고, 그냥 다 아름답잖아요,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게 굉장히 소중한 일인 것 같아요. 여린 존재 같지만 그 안에 힘이 있다고 믿거든요

꽃들은 굳이 다른 꽃들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꽃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봐요"

타투이스트 연, 작업하고 있다
상처는 시간이 흘러 아물었지만, 여전히 기억의 흉터가 남아있는, 마음엔 상처가 있는 60명 가까운 분들이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슬픔이,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나만의 꽃을 그려 가져갔습니다.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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