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한해 3만 9천 명 사망…축복의 나라 미국의 ‘비극’

입력 2021.06.0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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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탕!…"

5월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대형 쇼핑센터가 총성에 휩싸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무장 괴한 3명이 쇼핑센터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무장 괴한들의 난사에 2명이 숨지고, 20명 넘게 다쳤습니다.

5월 26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차량 기지에서 총격 참사가 있었습니다.

송탄과 장전이 반복된 용의자의 권총에선 실탄 39발이 쉼 없이 발사됐고, 차량 기지에 있던 직원 9명이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실탄이 채워진 탄창을 11개나 갖고 있던 용의자는 경찰이 출동하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권총을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안타깝게도 미국에선 총격 사건이 '빈번'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더는 안 된다'며 총격 사건의 심각성을 우려했습니다.

축복의 땅 미국은 지금 무차별적으로 발사되는 총탄에 비극의 땅이 되고 있습니다.

■ 미국, 총격 사망 3만 9천 명…독감·교통사고 사망보다 많아

(출처: EPA=연합뉴스)(출처: EPA=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9년 미국에서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9,566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규모는 미국에서 한해 사망자가 65만 명인 심장병이나 12만 5천 명에 이르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독감으로 숨지는 3만 5천 명, 교통 사고로 숨지는 3만 9천 명 등과 비교하면 많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경우가 전체의 38%인 15,208명에 이릅니다.


미국에선 타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조사 결과, 2014년 만 2,418명, 2015년 만 3,537명이었는데, 2018년엔 만 4,789명, 2019년엔 만 5,208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이 그만큼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총격 사건에선 어린이와 청소년도 예외 없습니다.

2014년엔 2,921명이 다치거나 숨졌고, 2015년 3,390명, 2018년 3,539명, 2019년엔 3,76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미국, 천만 명 이상 고소득 국가 가운데 총격 사건 1위

2021년 5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현장에 시민들이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출처: AFP=연합뉴스)2021년 5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현장에 시민들이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출처: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 6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은 8번째로 총격 사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인구 천만 명 이상의 고소득 국가로 분류해 다시 총격 사건 실태를 분석해보니, 미국이 1위였습니다. 미국에선 인구 10만 명당 4.12명이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칠레가 2위를 기록했는데 인구 10만 명당 1.82명으로 조사됐습니다. 1, 2위 간 격차가 2.3명이나 됩니다.

미국의 수치는 프랑스보다 13배, 유럽연합보다 22배 규모입니다.

■ 미국, 총기 판매 기록적 증가…총격 사건 증가 우려

(출처: AP=연합뉴스)(출처: AP=연합뉴스)

미국은 2020년 기록적인 총기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해 2,300만 자루에 가깝게 총기가 팔렸는데, 2019년 1,390만 자루보다 65%나 늘었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구매는 정치적, 사회적 불안이 겹치면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이후 총기 구매가 늘었습니다.

총기를 사는 사람들이 거치는 과정인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신원조회 건수를 보면,2020년 6월 390만 건, 7월 360만 건입니다. 2019년 6월 230만 건, 7월 200만 건과 비교해도 많이 늘어난 수칩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총기 구매가 늘었습니다.

미국 국민들의 불안함이 커지면서 총기 구입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총기 상점과 사격장 등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미국 국민들도 총기 구매 대열에 합류하면서, 일부 상점에서는 총기 매진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대브니 에번스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총기 소유가 늘어날수록 그로 인한 사망과 부상이 더 증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번스 교수는 전 세계 국가와 비교했을 때, 미국은 다른 국가보다 총기 소유 비율이 매우 높고, 총기로 인한 폭력과 의도하지 않은 부상이 발생하는 비율도 훨씬 높다고 밝혔습니다.

■ 200년 전 미국을 지켰던 수정헌법 제2조…미국의 미래도 지킬까?


미국에서 총기를 사는 건 감기약 사는 거보다 쉽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권총 한 자루가 400달러 정도 하는데, 실탄까지 사도 500달러면 충분합니다.

미국에서 총기 구입이 쉬운 제도적 장치에 총기 소유를 보장하는 헌법이 있습니다. 1791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무기를 소유하거나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 당시인 미국의 건국 초기에는 치안을 위해 민병대의 역할이 중요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가 필요했던 사회상이 반영된 겁니다.

이 수정헌법 조항은 200년이 넘은 지금도 미국을 유효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서도, 개인의 총기 소유를 규제하는 건 위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선 현재 총기 소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2조가 공동체를 지키는 수단이 된다는 공감대보다는 논란의 대상이 될 때가 많습니다. 수정헌법 제2조가 등장한 230년 전과 지금 미국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수정헌법 제2조가 다시 수정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축복의 나라 미국에서 비극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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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한해 3만 9천 명 사망…축복의 나라 미국의 ‘비극’
    • 입력 2021-06-01 0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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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탕!…"

5월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대형 쇼핑센터가 총성에 휩싸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무장 괴한 3명이 쇼핑센터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무장 괴한들의 난사에 2명이 숨지고, 20명 넘게 다쳤습니다.

5월 26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차량 기지에서 총격 참사가 있었습니다.

송탄과 장전이 반복된 용의자의 권총에선 실탄 39발이 쉼 없이 발사됐고, 차량 기지에 있던 직원 9명이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실탄이 채워진 탄창을 11개나 갖고 있던 용의자는 경찰이 출동하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향해 권총을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안타깝게도 미국에선 총격 사건이 '빈번'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더는 안 된다'며 총격 사건의 심각성을 우려했습니다.

축복의 땅 미국은 지금 무차별적으로 발사되는 총탄에 비극의 땅이 되고 있습니다.

■ 미국, 총격 사망 3만 9천 명…독감·교통사고 사망보다 많아

(출처: EPA=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9년 미국에서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9,566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규모는 미국에서 한해 사망자가 65만 명인 심장병이나 12만 5천 명에 이르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독감으로 숨지는 3만 5천 명, 교통 사고로 숨지는 3만 9천 명 등과 비교하면 많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경우가 전체의 38%인 15,208명에 이릅니다.


미국에선 타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조사 결과, 2014년 만 2,418명, 2015년 만 3,537명이었는데, 2018년엔 만 4,789명, 2019년엔 만 5,208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이 그만큼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총격 사건에선 어린이와 청소년도 예외 없습니다.

2014년엔 2,921명이 다치거나 숨졌고, 2015년 3,390명, 2018년 3,539명, 2019년엔 3,760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미국, 천만 명 이상 고소득 국가 가운데 총격 사건 1위

2021년 5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 현장에 시민들이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출처: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 6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은 8번째로 총격 사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인구 천만 명 이상의 고소득 국가로 분류해 다시 총격 사건 실태를 분석해보니, 미국이 1위였습니다. 미국에선 인구 10만 명당 4.12명이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칠레가 2위를 기록했는데 인구 10만 명당 1.82명으로 조사됐습니다. 1, 2위 간 격차가 2.3명이나 됩니다.

미국의 수치는 프랑스보다 13배, 유럽연합보다 22배 규모입니다.

■ 미국, 총기 판매 기록적 증가…총격 사건 증가 우려

(출처: AP=연합뉴스)
미국은 2020년 기록적인 총기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해 2,300만 자루에 가깝게 총기가 팔렸는데, 2019년 1,390만 자루보다 65%나 늘었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구매는 정치적, 사회적 불안이 겹치면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이후 총기 구매가 늘었습니다.

총기를 사는 사람들이 거치는 과정인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신원조회 건수를 보면,2020년 6월 390만 건, 7월 360만 건입니다. 2019년 6월 230만 건, 7월 200만 건과 비교해도 많이 늘어난 수칩니다. 지난해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총기 구매가 늘었습니다.

미국 국민들의 불안함이 커지면서 총기 구입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총기 상점과 사격장 등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총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미국 국민들도 총기 구매 대열에 합류하면서, 일부 상점에서는 총기 매진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대브니 에번스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총기 소유가 늘어날수록 그로 인한 사망과 부상이 더 증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번스 교수는 전 세계 국가와 비교했을 때, 미국은 다른 국가보다 총기 소유 비율이 매우 높고, 총기로 인한 폭력과 의도하지 않은 부상이 발생하는 비율도 훨씬 높다고 밝혔습니다.

■ 200년 전 미국을 지켰던 수정헌법 제2조…미국의 미래도 지킬까?


미국에서 총기를 사는 건 감기약 사는 거보다 쉽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권총 한 자루가 400달러 정도 하는데, 실탄까지 사도 500달러면 충분합니다.

미국에서 총기 구입이 쉬운 제도적 장치에 총기 소유를 보장하는 헌법이 있습니다. 1791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무기를 소유하거나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 당시인 미국의 건국 초기에는 치안을 위해 민병대의 역할이 중요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기가 필요했던 사회상이 반영된 겁니다.

이 수정헌법 조항은 200년이 넘은 지금도 미국을 유효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서도, 개인의 총기 소유를 규제하는 건 위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선 현재 총기 소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2조가 공동체를 지키는 수단이 된다는 공감대보다는 논란의 대상이 될 때가 많습니다. 수정헌법 제2조가 등장한 230년 전과 지금 미국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수정헌법 제2조가 다시 수정되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축복의 나라 미국에서 비극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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