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야? 아니야?’…장마 만큼 잦은 비, 왜?

입력 2021.06.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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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첫날입니다. 통상 6~8월을 여름으로 보니까 이제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든 셈입니다.

그런데 이미 지난달부터 ‘여름’을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지만, 올해는 비가 워낙 자주 내린 탓인데요. ‘장마철 아니야?’라고 묻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이렇게 자주 비가 내린 원인은 뭘까요? 정말 ‘때 이른 장마’가 시작된 걸까요? 이런 궁금증들을 이번 기사에서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 5월 전국 강수 일수 ‘관측 사상 최다’…서울은 예년 장마철 수준

먼저, 실제로 지난달에 비가 얼마나 자주 내렸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상청은 하루 0.1mm 이상 비가 내린 날을 ‘강수 일수’로 집계하는데요. 지난달 전국 평균 강수 일수는 14.3일로 확인됐습니다.

기존 최다 기록이 2004년 5월의 13.7일이었으니까요. 지난달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비가 잦은 5월’로 남게 된 겁니다.


지역별로 보면 특히 비가 잦은 곳은 서울 등 수도권이었습니다. 서울 기준으로 지난달 비가 내린 날을 달력에 표시해봤더니 31일 가운데 무려 17일에 달했습니다.

예년에 중부지방의 장마철 기간이 31.5일인데요. 이 기간 비가 내린 날은 평균 17.7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달 서울의 기록을 견주어 보면 딱 장마철만큼 자주 비가 내린 겁니다. 많은 분이 ‘장마 아니야?’라고 충분히 생각할만했던 5월이었습니다.

■ 비 잦은데 “장마 아니다”…왜?

그렇다면 정말 유례없는 ‘5월 장마’가 찾아온 걸까요?

기상청과 기상학자들의 답은 ‘장마가 아니다’로 일치했습니다.

이렇게 비가 잦은데 왜 장마가 아닌가 궁금하실 텐데요. 아래 위성 사진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가실 것 같습니다.

지난달 30일 저녁 천리안 2A호 위성에서 촬영한 구름 모습(자료 :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지난달 30일 저녁 천리안 2A호 위성에서 촬영한 구름 모습(자료 :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벼락이 치면서 요란하게 비가 내리던 그제(지난달 30일) 저녁, 천리안 2A호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붉은 원 안에 표시된 동서로 뻗은 긴 구름대가 장마전선입니다. 한반도에서는 남쪽으로 거리가 먼 타이완에서 일본 남쪽 해상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반면, 한반도에 비를 뿌린 구름대는 파란 원 안에 표시돼 있는데요. 장마전선과는 무관한 비구름입니다. 지난달 잦은 비는 대부분 이렇게 장마전선과는 별개의 구름대에서 내렸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비가 자주 내리면 장마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기상학적인 장마의 정의는 다릅니다.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장마로 정의하는데요. 이렇게 대중의 인식과 기상학적 정의에 차이가 있다 보니 해마다 장마철이면 이런 논란이 되풀이되곤 합니다.

■ 잦은 비 원인을 밝혀라!

그렇다면 장마도 아닌데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린 진짜 원인은 뭘까요?

지난달 하순 5km 상공 기온 분포도(자료 : 어스윈드맵)지난달 하순 5km 상공 기온 분포도(자료 : 어스윈드맵)

위 그림은 지난달 하순 5km 상공의 기온 분포도입니다.

보라색일수록 기온이 낮은 찬 공기를 뜻하는데요. 영하 20도를 밑도는 이 찬 공기의 주머니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한반도를 향해 반복적으로 남하하는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이 찬 공기의 정체는 대기 흐름에서 잘려나 한 곳을 맴도는 특징을 보이는 ‘절리 저기압’입니다.

최근 동북아시아 주변의 기압계 모식도(자료 : 기상청)최근 동북아시아 주변의 기압계 모식도(자료 : 기상청)

기상청은 최근 러시아 동부 상공에 이 ‘절리 저기압’이 머물면서 그 가장자리로 작은 저기압이 잇따라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낮이 길어진 상황에서 뜨겁게 데워진 지면 위로 이렇게 찬 성질의 저기압이 지나다 보니 대기가 불안정해져 벼락이 치고 우박이 쏟아지는 일도 잦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 이번 주도 잦은 비 예보…더운 공기 vs 찬 공기 ‘힘겨루기’ 중

이런 기압 배치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비 소식이 잦습니다.

오늘(1일) 아침에도 수도권과 강원 곳곳에 비가 내렸는데 오후까지도 빗방울이 약하게 떨어지는 곳이 있겠습니다.

또, 목요일인 모레(3일)는 전국에 비가 예보됐는데요. 이때는 발달한 저기압이 통과하며 제법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가 예측한 모레(3일) 오후 예상 강수(자료 : windy.com)유럽중기예보센터(ECMWF)가 예측한 모레(3일) 오후 예상 강수(자료 : windy.com)

올해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날씨의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에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가 시작할 만큼 남쪽 더운 공기의 세력이 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북쪽으로는 여전히 찬 공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힘겨루기할 때에는 그 사이로 강한 비구름이 발달하기 쉽습니다. 아직은 그 경계가 한반도 남쪽 먼 곳에 있지만, 이제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경계는 점점 더 북쪽을 향하기 마련입니다.

지난봄 이미 우박과 강풍 등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죠. 올여름 더 큰 재난의 예고편일 수도 있는 만큼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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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야? 아니야?’…장마 만큼 잦은 비, 왜?
    • 입력 2021-06-01 11:16:50
    취재K

6월의 첫날입니다. 통상 6~8월을 여름으로 보니까 이제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든 셈입니다.

그런데 이미 지난달부터 ‘여름’을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지만, 올해는 비가 워낙 자주 내린 탓인데요. ‘장마철 아니야?’라고 묻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이렇게 자주 비가 내린 원인은 뭘까요? 정말 ‘때 이른 장마’가 시작된 걸까요? 이런 궁금증들을 이번 기사에서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 5월 전국 강수 일수 ‘관측 사상 최다’…서울은 예년 장마철 수준

먼저, 실제로 지난달에 비가 얼마나 자주 내렸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상청은 하루 0.1mm 이상 비가 내린 날을 ‘강수 일수’로 집계하는데요. 지난달 전국 평균 강수 일수는 14.3일로 확인됐습니다.

기존 최다 기록이 2004년 5월의 13.7일이었으니까요. 지난달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비가 잦은 5월’로 남게 된 겁니다.


지역별로 보면 특히 비가 잦은 곳은 서울 등 수도권이었습니다. 서울 기준으로 지난달 비가 내린 날을 달력에 표시해봤더니 31일 가운데 무려 17일에 달했습니다.

예년에 중부지방의 장마철 기간이 31.5일인데요. 이 기간 비가 내린 날은 평균 17.7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달 서울의 기록을 견주어 보면 딱 장마철만큼 자주 비가 내린 겁니다. 많은 분이 ‘장마 아니야?’라고 충분히 생각할만했던 5월이었습니다.

■ 비 잦은데 “장마 아니다”…왜?

그렇다면 정말 유례없는 ‘5월 장마’가 찾아온 걸까요?

기상청과 기상학자들의 답은 ‘장마가 아니다’로 일치했습니다.

이렇게 비가 잦은데 왜 장마가 아닌가 궁금하실 텐데요. 아래 위성 사진을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가실 것 같습니다.

지난달 30일 저녁 천리안 2A호 위성에서 촬영한 구름 모습(자료 :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
벼락이 치면서 요란하게 비가 내리던 그제(지난달 30일) 저녁, 천리안 2A호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붉은 원 안에 표시된 동서로 뻗은 긴 구름대가 장마전선입니다. 한반도에서는 남쪽으로 거리가 먼 타이완에서 일본 남쪽 해상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반면, 한반도에 비를 뿌린 구름대는 파란 원 안에 표시돼 있는데요. 장마전선과는 무관한 비구름입니다. 지난달 잦은 비는 대부분 이렇게 장마전선과는 별개의 구름대에서 내렸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비가 자주 내리면 장마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기상학적인 장마의 정의는 다릅니다.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장마로 정의하는데요. 이렇게 대중의 인식과 기상학적 정의에 차이가 있다 보니 해마다 장마철이면 이런 논란이 되풀이되곤 합니다.

■ 잦은 비 원인을 밝혀라!

그렇다면 장마도 아닌데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린 진짜 원인은 뭘까요?

지난달 하순 5km 상공 기온 분포도(자료 : 어스윈드맵)
위 그림은 지난달 하순 5km 상공의 기온 분포도입니다.

보라색일수록 기온이 낮은 찬 공기를 뜻하는데요. 영하 20도를 밑도는 이 찬 공기의 주머니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한반도를 향해 반복적으로 남하하는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이 찬 공기의 정체는 대기 흐름에서 잘려나 한 곳을 맴도는 특징을 보이는 ‘절리 저기압’입니다.

최근 동북아시아 주변의 기압계 모식도(자료 : 기상청)
기상청은 최근 러시아 동부 상공에 이 ‘절리 저기압’이 머물면서 그 가장자리로 작은 저기압이 잇따라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낮이 길어진 상황에서 뜨겁게 데워진 지면 위로 이렇게 찬 성질의 저기압이 지나다 보니 대기가 불안정해져 벼락이 치고 우박이 쏟아지는 일도 잦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 이번 주도 잦은 비 예보…더운 공기 vs 찬 공기 ‘힘겨루기’ 중

이런 기압 배치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비 소식이 잦습니다.

오늘(1일) 아침에도 수도권과 강원 곳곳에 비가 내렸는데 오후까지도 빗방울이 약하게 떨어지는 곳이 있겠습니다.

또, 목요일인 모레(3일)는 전국에 비가 예보됐는데요. 이때는 발달한 저기압이 통과하며 제법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가 예측한 모레(3일) 오후 예상 강수(자료 : windy.com)
올해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날씨의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에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가 시작할 만큼 남쪽 더운 공기의 세력이 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북쪽으로는 여전히 찬 공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힘겨루기할 때에는 그 사이로 강한 비구름이 발달하기 쉽습니다. 아직은 그 경계가 한반도 남쪽 먼 곳에 있지만, 이제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경계는 점점 더 북쪽을 향하기 마련입니다.

지난봄 이미 우박과 강풍 등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있었죠. 올여름 더 큰 재난의 예고편일 수도 있는 만큼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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