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세 자녀 허용’ 소식에 중국인들은 그를 떠올렸다

입력 2021.06.01 (15:06) 수정 2021.06.01 (17: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붉은 수수밭>, <홍등>, <인생>, <귀주이야기>...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 장이머우의 작품들은 특히 시각적으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초기 작품들은 중국의 사회 현실과 문화혁명에 대한 풍자 등을 담고 있었지만, 이후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올 들어 그의 첫 첩보물 <현애지상(벼랑에서)>이 개봉 한달도 안돼 관객 2천5백만 명을 끌어모으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의 초기 대표작 포스터. 왼쪽부터 〈붉은 수수밭〉, 〈홍등〉, 〈귀주이야기〉. 모두 궁리가 주연을 맡았다.장이머우 감독의 초기 대표작 포스터. 왼쪽부터 〈붉은 수수밭〉, 〈홍등〉, 〈귀주이야기〉. 모두 궁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처럼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장이머우는 그러나 2013년부터 몇해동안 사회적 비판에 시달립니다. 발단은 그의 자녀가 최대 7명에 이른다는 추정 기사였습니다. 숱한 논란 끝에 그는 부인 천팅과의 사이에 세 자녀가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 영화감독 장이머우, '산아 제한 정책' 위반으로 거센 비판...TV 공개 사과도

단순 사생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말부터 지속된 중국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을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농촌지역과 소수민족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한 자녀'가 기본이었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은 결국 정책 위반에 대한 벌금 명목(계획 외 출산비와 사회부양비)으로 2014년 우리 돈 약 13억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수입을 근거로 산정한 액수였습니다. 관영 CCTV에 나와 공개 사과도 해야 했습니다. 당시 그의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출생 신고와 입학을 한 사실도 드러나 배후를 캐는 조사가 뒤따르기도 했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은 관영 CCTV에 출연해 산아 제한 정책을 거스른데 대해 사과했다.장이머우 감독은 관영 CCTV에 출연해 산아 제한 정책을 거스른데 대해 사과했다.

그로부터 7년 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세 자녀'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서 2016년부터는 이미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모두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앞서 5월 11일 중국 당국은 2020년 신생아 출생이 천200만 명에 그쳐 전년 대비 18%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 격세지감...장이머우 논란 7년만에 중국 공산당 "세 자녀 허용" 발표

당장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자리를 인도에게 넘겨줄 것이다', '인구 절벽이 온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경제 개발을 위한 젊은 노동력과 내수 확대를 위한 절대 인구가 필요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린 셈입니다 .

'세 자녀 허용' 소식이 전해진 5월 31일, 중국인들은 다시 한번 장이머우 감독을 떠올렸습니다. 그의 '세 자녀 벌금 사건'이 중국 사회에 던진 파문이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장이머우 감독 부부와 세 자녀. [출처=허쉰왕]장이머우 감독 부부와 세 자녀. [출처=허쉰왕]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장이머우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둔 부인, 천팅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임무 완수". 다시 말해 세 자녀 정책이 나오기 이전에 자신은 이미 자식 셋을 낳았으니 정부 정책에 사전 부응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단 25분만에 4천명 가까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장이머우 스튜디오'도 이 글을 리트윗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세자녀 허용’ 결정을 하자,  장이머우 감독과 사이에 세자녀를 낳았다가 수난을 겪었던 부인 천팅이 자신의 웨이보에 공산당 발표 내용과 함께 “사전에 임무 완수”라는 글을 올렸다.중국 공산당이 ‘세자녀 허용’ 결정을 하자, 장이머우 감독과 사이에 세자녀를 낳았다가 수난을 겪었던 부인 천팅이 자신의 웨이보에 공산당 발표 내용과 함께 “사전에 임무 완수”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고 보니 억울했겠다, 벌금 환불받아라", "어쨌든 당시엔 법 위반이었는데 뻔뻔하다"는 등 응원과 비난의 댓글들이 함께 쏟아지며 세간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관련 기사도 여럿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워서였는지 천팅의 웨이보 글은 얼마 뒤 삭제됐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고민 끝에 발표한 '세 자녀 정책'은 일단 중국 사회 최고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검색 엔진 바이두에서도 검색어 1위를 유지하고, 매체들도 관련 기사들을 잇달아 게재하고 있습니다.

■ "세 자녀 허용" 발표 불구, 회의적 의견 많아...체계적 인구 대책 요구

하지만 '세 자녀 허용' 정책만으로는 인구 감소 추세를 막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인구 학자 허야푸 박사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자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2022년부터 중국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인민대학교 두펑 교수도 보육원 확대와 사회 자원 배분, 노인 고용 등 체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티즌 반응은 싸늘합니다. 인민일보의 웨이보 의견란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결혼 생각도 없는데 무슨 셋째"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어 "여성은 일도 하고, 애도 봐야 하고...", "(자녀를) 키울 수 없어. 의료, 교육, 집" 같은 댓글이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세자녀 허용’을 골자로 하는 5월 31일 중국 공산당의 인구 정책 발표 직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웨이보 사이트에 올라온 의견 댓글 가운데 ‘좋아요’ 수가 가장 많은 댓글들. 회의적 반응이 대부분이다.‘세자녀 허용’을 골자로 하는 5월 31일 중국 공산당의 인구 정책 발표 직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웨이보 사이트에 올라온 의견 댓글 가운데 ‘좋아요’ 수가 가장 많은 댓글들. 회의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국 당국은 단순히 '세자녀 허용' 뿐만 아니라 교육과 주거, 결혼, 세금 등 인구 문제에 대한 전반적 대책을 포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온라인에서 출산 기피, 취업, 부동산, 이혼 증가 등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구 문제로 떠들썩한 중국이 올해 발표한 합계 출산율은 1.3이었습니다. 즉 여성 1명이 아기 1.3명을 낳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통계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1이었습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88이었습니다.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할 때는 아닙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세 자녀 허용’ 소식에 중국인들은 그를 떠올렸다
    • 입력 2021-06-01 15:06:09
    • 수정2021-06-01 17:12:38
    특파원 리포트

<붉은 수수밭>, <홍등>, <인생>, <귀주이야기>...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 장이머우의 작품들은 특히 시각적으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초기 작품들은 중국의 사회 현실과 문화혁명에 대한 풍자 등을 담고 있었지만, 이후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올 들어 그의 첫 첩보물 <현애지상(벼랑에서)>이 개봉 한달도 안돼 관객 2천5백만 명을 끌어모으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의 초기 대표작 포스터. 왼쪽부터 〈붉은 수수밭〉, 〈홍등〉, 〈귀주이야기〉. 모두 궁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처럼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장이머우는 그러나 2013년부터 몇해동안 사회적 비판에 시달립니다. 발단은 그의 자녀가 최대 7명에 이른다는 추정 기사였습니다. 숱한 논란 끝에 그는 부인 천팅과의 사이에 세 자녀가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 영화감독 장이머우, '산아 제한 정책' 위반으로 거센 비판...TV 공개 사과도

단순 사생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말부터 지속된 중국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을 정면으로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농촌지역과 소수민족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한 자녀'가 기본이었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은 결국 정책 위반에 대한 벌금 명목(계획 외 출산비와 사회부양비)으로 2014년 우리 돈 약 13억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수입을 근거로 산정한 액수였습니다. 관영 CCTV에 나와 공개 사과도 해야 했습니다. 당시 그의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출생 신고와 입학을 한 사실도 드러나 배후를 캐는 조사가 뒤따르기도 했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은 관영 CCTV에 출연해 산아 제한 정책을 거스른데 대해 사과했다.
그로부터 7년 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세 자녀'를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서 2016년부터는 이미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모두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앞서 5월 11일 중국 당국은 2020년 신생아 출생이 천200만 명에 그쳐 전년 대비 18%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 격세지감...장이머우 논란 7년만에 중국 공산당 "세 자녀 허용" 발표

당장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자리를 인도에게 넘겨줄 것이다', '인구 절벽이 온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경제 개발을 위한 젊은 노동력과 내수 확대를 위한 절대 인구가 필요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린 셈입니다 .

'세 자녀 허용' 소식이 전해진 5월 31일, 중국인들은 다시 한번 장이머우 감독을 떠올렸습니다. 그의 '세 자녀 벌금 사건'이 중국 사회에 던진 파문이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장이머우 감독 부부와 세 자녀. [출처=허쉰왕]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장이머우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둔 부인, 천팅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임무 완수". 다시 말해 세 자녀 정책이 나오기 이전에 자신은 이미 자식 셋을 낳았으니 정부 정책에 사전 부응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단 25분만에 4천명 가까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장이머우 스튜디오'도 이 글을 리트윗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세자녀 허용’ 결정을 하자,  장이머우 감독과 사이에 세자녀를 낳았다가 수난을 겪었던 부인 천팅이 자신의 웨이보에 공산당 발표 내용과 함께 “사전에 임무 완수”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고 보니 억울했겠다, 벌금 환불받아라", "어쨌든 당시엔 법 위반이었는데 뻔뻔하다"는 등 응원과 비난의 댓글들이 함께 쏟아지며 세간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관련 기사도 여럿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워서였는지 천팅의 웨이보 글은 얼마 뒤 삭제됐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고민 끝에 발표한 '세 자녀 정책'은 일단 중국 사회 최고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검색 엔진 바이두에서도 검색어 1위를 유지하고, 매체들도 관련 기사들을 잇달아 게재하고 있습니다.

■ "세 자녀 허용" 발표 불구, 회의적 의견 많아...체계적 인구 대책 요구

하지만 '세 자녀 허용' 정책만으로는 인구 감소 추세를 막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인구 학자 허야푸 박사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자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2022년부터 중국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인민대학교 두펑 교수도 보육원 확대와 사회 자원 배분, 노인 고용 등 체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티즌 반응은 싸늘합니다. 인민일보의 웨이보 의견란에서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결혼 생각도 없는데 무슨 셋째"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어 "여성은 일도 하고, 애도 봐야 하고...", "(자녀를) 키울 수 없어. 의료, 교육, 집" 같은 댓글이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세자녀 허용’을 골자로 하는 5월 31일 중국 공산당의 인구 정책 발표 직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웨이보 사이트에 올라온 의견 댓글 가운데 ‘좋아요’ 수가 가장 많은 댓글들. 회의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국 당국은 단순히 '세자녀 허용' 뿐만 아니라 교육과 주거, 결혼, 세금 등 인구 문제에 대한 전반적 대책을 포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온라인에서 출산 기피, 취업, 부동산, 이혼 증가 등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인구 문제로 떠들썩한 중국이 올해 발표한 합계 출산율은 1.3이었습니다. 즉 여성 1명이 아기 1.3명을 낳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통계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1이었습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88이었습니다.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할 때는 아닙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