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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이준석이 쏘아 올린 ‘모든 할당제 폐지’…공정인가 소외인가
입력 2021.06.01 (17:55) 여심야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지지율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후보의 '모든 할당제 폐지' 공약을 두고 당 대표 후보들 간 설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정치 무대의 배려 대상이던 여성·청년에 대한 가산점과 할당제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후 주기적으로 방문해 구애하던 호남 지역에 대한 할당제도 마찬가지로 폐지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대신 '공정한 토론 배틀'로 경쟁을 붙여 당의 인재를 뽑겠다는 게 이 후보가 내놓은 할당제 대안입니다. 이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할당제 공약에 어떤 보편적 사람들이 가슴이 뛰겠는가"라며 "실력만 있으면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함을 보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제 MBC 백분토론에서는 할당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나경원과 주호영 후보를 향해 "호남과 여성, 청년할당제의 합집합을 내보니까 67% 정도에 해당한다"며, "열심히 준비한 사람을 여성과 청년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해도 되겠느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의 주요 지지 기반이 안티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형식적 공정을 중시하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인 것과, 국민의힘 대다수 당원이 호남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공약은 어찌 보면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대구에 방문해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가면 길바닥에 분홍색으로 보이는 건 모두 오세훈 시장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이 오세훈 시장에게 박한 표를 줬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전략적으로 우리가 여성들을 선택하는 게 옳은 선택인가 궁금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다른 당 대표 후보인 나경원, 주호영 후보는 오히려 이 후보가 외면하고 있는 여성·청년·호남 인재에 대한 할당제 또는 우대 정책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 나경원·주호영, '청년·여성·호남' 배려 정책 강조…"사다리 걷어차기 안 돼"

나경원 후보는 기존의 여성 공천 할당제 유지와 함께 청년 할당제 확대, 호남 출신 내각 30%를 공약했습니다.

나 후보는 어제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굉장한 실력주의를 내세우는데, 실력주의만으로는 진정한 공정을 이루기 어렵다"며 "여성 할당제의 경우 도입됐어도 아직 기회가 공정하지 않고, 2030 남성들 분노의 경우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담론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향해 " 본인은 청년할당제 특혜를 받아 국회에 입성해 놓고, 이제 와서 다른 청년들에게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호영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 후보 측 또한 여성의 정계 진출을 위한 할당제 유지와 더불어, 모든 임명직 당직에 청년을 별도로 임명하는 2030 청년 당직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에서는 "호남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없다는 각오로 노력하겠다"며 "이번 공약에도 호남·청년 의무할당을 약속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 후보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아직 한국의 정치 지형과 공적 영역에서 남성과 기득권의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진정한 공정은 사회적 약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21대 국회, 여성 19%, '45세 미만' 청년 6% … 여전한 소수자 문턱

실제 21대 국회의 경우 여성 국회의원이 역대 최다 입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약 19%를 차지합니다.

선거법상 청년을 만 45세 미만으로 규정해 공천 가산점을 주는 현실에도, 지역구에서는 24명이 후보로 나서서 10명이 선출됐고, 비례대표로는 8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습니다.

이준석 후보와 함께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뛰었던 초선 김웅, 김은혜 의원이 이준석 후보를 향해 '공정' 대한 지적을 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김웅 의원은 "이준석처럼 성공하지 못한 청년도 자유롭게 입당해 당직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소수자 할당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김은혜 의원 또한 "완전한 자유경쟁이 온전한 공정이 되는 것은 상위 1%의 리그에서만 가능하다. 지독한 엘리트주의"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 국민의힘 당헌·정강·정책과도 반대…이준석 대표된다면 개정 1년도 안 돼 수정되나?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최근 개정된 국민의힘의 당헌·정강·정책과도 결이 크게 다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년간 황교안 전 대표 당시의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움직였고, 지난해 8월에 개정된 정강·정책 10대 과제에 '양성 평등의 사회'를 담았습니다. "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때 스스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정치 등 공적 영역에서 성별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남녀 동수를 지향한다" 는 내용입니다.

지난 2월에 개정된 당헌에는 지역 통합을 위해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 출신 25%를 확보한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판단이 담긴 것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호남 동행 특위를 발족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만약 이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그래서 '할당제 폐지'를 공약대로 추진한다면 당헌을 바꾼지 불과 4개월 만에, 정강·정책을 바꾼지 10개월 만에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수정되는 셈입니다. 현재 국민의힘 당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이 '공정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소외로 번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 [여심야심] 이준석이 쏘아 올린 ‘모든 할당제 폐지’…공정인가 소외인가
    • 입력 2021-06-01 17:55:38
    여심야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지지율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후보의 '모든 할당제 폐지' 공약을 두고 당 대표 후보들 간 설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정치 무대의 배려 대상이던 여성·청년에 대한 가산점과 할당제를 모두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후 주기적으로 방문해 구애하던 호남 지역에 대한 할당제도 마찬가지로 폐지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대신 '공정한 토론 배틀'로 경쟁을 붙여 당의 인재를 뽑겠다는 게 이 후보가 내놓은 할당제 대안입니다. 이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할당제 공약에 어떤 보편적 사람들이 가슴이 뛰겠는가"라며 "실력만 있으면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함을 보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제 MBC 백분토론에서는 할당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나경원과 주호영 후보를 향해 "호남과 여성, 청년할당제의 합집합을 내보니까 67% 정도에 해당한다"며, "열심히 준비한 사람을 여성과 청년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해도 되겠느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의 주요 지지 기반이 안티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형식적 공정을 중시하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인 것과, 국민의힘 대다수 당원이 호남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공약은 어찌 보면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대구에 방문해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가면 길바닥에 분홍색으로 보이는 건 모두 오세훈 시장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이 오세훈 시장에게 박한 표를 줬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전략적으로 우리가 여성들을 선택하는 게 옳은 선택인가 궁금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다른 당 대표 후보인 나경원, 주호영 후보는 오히려 이 후보가 외면하고 있는 여성·청년·호남 인재에 대한 할당제 또는 우대 정책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 나경원·주호영, '청년·여성·호남' 배려 정책 강조…"사다리 걷어차기 안 돼"

나경원 후보는 기존의 여성 공천 할당제 유지와 함께 청년 할당제 확대, 호남 출신 내각 30%를 공약했습니다.

나 후보는 어제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굉장한 실력주의를 내세우는데, 실력주의만으로는 진정한 공정을 이루기 어렵다"며 "여성 할당제의 경우 도입됐어도 아직 기회가 공정하지 않고, 2030 남성들 분노의 경우 노동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담론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향해 " 본인은 청년할당제 특혜를 받아 국회에 입성해 놓고, 이제 와서 다른 청년들에게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호영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 후보 측 또한 여성의 정계 진출을 위한 할당제 유지와 더불어, 모든 임명직 당직에 청년을 별도로 임명하는 2030 청년 당직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에서는 "호남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없다는 각오로 노력하겠다"며 "이번 공약에도 호남·청년 의무할당을 약속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 후보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아직 한국의 정치 지형과 공적 영역에서 남성과 기득권의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진정한 공정은 사회적 약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21대 국회, 여성 19%, '45세 미만' 청년 6% … 여전한 소수자 문턱

실제 21대 국회의 경우 여성 국회의원이 역대 최다 입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은 57명으로 약 19%를 차지합니다.

선거법상 청년을 만 45세 미만으로 규정해 공천 가산점을 주는 현실에도, 지역구에서는 24명이 후보로 나서서 10명이 선출됐고, 비례대표로는 8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습니다.

이준석 후보와 함께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뛰었던 초선 김웅, 김은혜 의원이 이준석 후보를 향해 '공정' 대한 지적을 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김웅 의원은 "이준석처럼 성공하지 못한 청년도 자유롭게 입당해 당직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소수자 할당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김은혜 의원 또한 "완전한 자유경쟁이 온전한 공정이 되는 것은 상위 1%의 리그에서만 가능하다. 지독한 엘리트주의"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 국민의힘 당헌·정강·정책과도 반대…이준석 대표된다면 개정 1년도 안 돼 수정되나?

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최근 개정된 국민의힘의 당헌·정강·정책과도 결이 크게 다릅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년간 황교안 전 대표 당시의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움직였고, 지난해 8월에 개정된 정강·정책 10대 과제에 '양성 평등의 사회'를 담았습니다. "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때 스스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정치 등 공적 영역에서 성별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남녀 동수를 지향한다" 는 내용입니다.

지난 2월에 개정된 당헌에는 지역 통합을 위해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 출신 25%를 확보한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판단이 담긴 것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호남 동행 특위를 발족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만약 이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그래서 '할당제 폐지'를 공약대로 추진한다면 당헌을 바꾼지 불과 4개월 만에, 정강·정책을 바꾼지 10개월 만에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수정되는 셈입니다. 현재 국민의힘 당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이 '공정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소외로 번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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