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중국 성폭행 초등교사 ‘사형’ 선고…공개 이유는?

입력 2021.06.01 (18:25) 수정 2021.06.0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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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미성년 제자 성폭행한 초등학교 교사 '사형' 선고

중국에서 또 '사형' 선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은 5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공개했습니다. 중국은 사형 선고는 물론 실제 집행까지 하는 국가이지만, 통상적으로 모든 사형을 다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이유는 성폭행 가해자의 사형 선고 사실을 넘어 이를 알고도 묵인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를 함께 보여주고자 함인데요. 중국 당국은 학교 책임자가 강제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형사 처벌을 받게 된 대표적 사례라며 이 사건을 공개했습니다.

검찰일보에 따르면 , 양모씨는 2001년부터 2020년 4월까지 후난성 루시현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제자 등 미성년 여학생 9명을 성폭행했습니다. 또다른 교사 미모씨도 양씨와 함께 일부 성폭행에 가담했습니다. 교실과 사무실 등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이 사실을 인지한 학부모가 교장과 부교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 측은 이 사건을 조사하지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사이 양씨 등의 성범죄는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5월, 피해자 2명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서야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는데요.

양씨와 미씨는 지난해 8월, 아동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각각 사형과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성범죄 사실을 은폐했던 학교 책임자도 형사 처벌을 받았습니다.

검찰이 사형 '선고'라고 발표했으니, 실제 '집행'이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 국제 엠네스티 "전세계 483명 사형 집행…중국, 수천 명 사형 집행 추정"

국제 앰네스티는 <2020 사형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에 18개국이 최소 48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집계했습니다. 하지만, 이 집행 건수엔 '중국'이 제외돼 있습니다.

엠네스티는 중국이 사형 선고·집행 건수를 국가 기밀로 분류하고 있어 집계가 어렵지만, 해마다 수천 명이 사형 집행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측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는 데는 국제 사회의 시선, 제기되는 인권 문제 등 여러 사유가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일부 '사형' 케이스를 만천하에 공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일벌백계(一罰百戒) 입니다.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하게 만드는 것, 본보기로 한 사람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형 집행'이라는 이 일벌백계는 늘 옳았을까요?

현재 '사형' 제도를 유지하면서, 실제 집행은 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입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아직 법률상 사형제도가 존재해 지속적으로 사형이 선고되고는 있지만, 1997년 이후 단 한번도 집행된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중국엔 이 '사형 집행'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 '오심'으로 사형 집행됐는데… 뒤늦게 잡힌 진범

지난 2월, 많은 중국인들의 관심 속에 한 남성의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이른바 "녜수빈 사건'으로 불리우는 사건의 진범입니다.

오심으로 ‘사형’당한 생전의 녜수빈 [써우거우망 캡처]오심으로 ‘사형’당한 생전의 녜수빈 [써우거우망 캡처]

녜수빈은 1994년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 교외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 당했습니다. 무죄를 주장하던 이 청년은 21살의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녜수빈의 사형이 집행된 지 10년 후, 진짜 범인 왕수진이 나타났습니다. 2005년, 왕수진이 공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녜수빈 사건'의 진범임을 자백한 겁니다. 이 진술로 인해 수사당국은 재수사에 들어갔고, 녜수빈은 2016년 최고인민법원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부모는 오열했지만,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죠.

왕수진은 '녜수빈 사건'을 포함, 모두 4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 또는 살해하려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 사형을 당했습니다.

중국 내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오심 사형'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사형 집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논란은 현재진행형… 정의란 무엇인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살인’ 누명 벗고 재심서 ‘무죄’ 윤성여씨사건 발생 32년 만에 ‘살인’ 누명 벗고 재심서 ‘무죄’ 윤성여씨

4년 전 ‘살인’ 혐의로 사형  후 무죄 증거 나온 ‘레딜 리’4년 전 ‘살인’ 혐의로 사형 후 무죄 증거 나온 ‘레딜 리’

'사형' 제도에 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옳은지 쉽게 답할 수 없는 어려운 사안입니다. 찬성과 반대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판결이 다 완벽할 수는 없기에 판결은 중국의 '녜수빈', 한국의 '윤성여', 미국의 '레딜 리'처럼 억울한 경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피해자 가족의 피눈물을 이해하면서도, 사형 제도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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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중국 성폭행 초등교사 ‘사형’ 선고…공개 이유는?
    • 입력 2021-06-01 18:25:32
    • 수정2021-06-01 19: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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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미성년 제자 성폭행한 초등학교 교사 '사형' 선고

중국에서 또 '사형' 선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은 5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공개했습니다. 중국은 사형 선고는 물론 실제 집행까지 하는 국가이지만, 통상적으로 모든 사형을 다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이유는 성폭행 가해자의 사형 선고 사실을 넘어 이를 알고도 묵인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를 함께 보여주고자 함인데요. 중국 당국은 학교 책임자가 강제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형사 처벌을 받게 된 대표적 사례라며 이 사건을 공개했습니다.

검찰일보에 따르면 , 양모씨는 2001년부터 2020년 4월까지 후난성 루시현에서 교사로 재직하면서 제자 등 미성년 여학생 9명을 성폭행했습니다. 또다른 교사 미모씨도 양씨와 함께 일부 성폭행에 가담했습니다. 교실과 사무실 등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이 사실을 인지한 학부모가 교장과 부교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 측은 이 사건을 조사하지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사이 양씨 등의 성범죄는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5월, 피해자 2명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서야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는데요.

양씨와 미씨는 지난해 8월, 아동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각각 사형과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성범죄 사실을 은폐했던 학교 책임자도 형사 처벌을 받았습니다.

검찰이 사형 '선고'라고 발표했으니, 실제 '집행'이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 국제 엠네스티 "전세계 483명 사형 집행…중국, 수천 명 사형 집행 추정"

국제 앰네스티는 <2020 사형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에 18개국이 최소 48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집계했습니다. 하지만, 이 집행 건수엔 '중국'이 제외돼 있습니다.

엠네스티는 중국이 사형 선고·집행 건수를 국가 기밀로 분류하고 있어 집계가 어렵지만, 해마다 수천 명이 사형 집행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측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는 데는 국제 사회의 시선, 제기되는 인권 문제 등 여러 사유가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일부 '사형' 케이스를 만천하에 공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일벌백계(一罰百戒) 입니다.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하게 만드는 것, 본보기로 한 사람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 다른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형 집행'이라는 이 일벌백계는 늘 옳았을까요?

현재 '사형' 제도를 유지하면서, 실제 집행은 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입니다.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시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아직 법률상 사형제도가 존재해 지속적으로 사형이 선고되고는 있지만, 1997년 이후 단 한번도 집행된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중국엔 이 '사형 집행'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 '오심'으로 사형 집행됐는데… 뒤늦게 잡힌 진범

지난 2월, 많은 중국인들의 관심 속에 한 남성의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이른바 "녜수빈 사건'으로 불리우는 사건의 진범입니다.

오심으로 ‘사형’당한 생전의 녜수빈 [써우거우망 캡처]
녜수빈은 1994년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 교외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 당했습니다. 무죄를 주장하던 이 청년은 21살의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녜수빈의 사형이 집행된 지 10년 후, 진짜 범인 왕수진이 나타났습니다. 2005년, 왕수진이 공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녜수빈 사건'의 진범임을 자백한 겁니다. 이 진술로 인해 수사당국은 재수사에 들어갔고, 녜수빈은 2016년 최고인민법원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부모는 오열했지만,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는 것이죠.

왕수진은 '녜수빈 사건'을 포함, 모두 4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 또는 살해하려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 사형을 당했습니다.

중국 내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오심 사형'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사형 집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 논란은 현재진행형… 정의란 무엇인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살인’ 누명 벗고 재심서 ‘무죄’ 윤성여씨
4년 전 ‘살인’ 혐의로 사형  후 무죄 증거 나온 ‘레딜 리’
'사형' 제도에 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옳은지 쉽게 답할 수 없는 어려운 사안입니다. 찬성과 반대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판결이 다 완벽할 수는 없기에 판결은 중국의 '녜수빈', 한국의 '윤성여', 미국의 '레딜 리'처럼 억울한 경우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피해자 가족의 피눈물을 이해하면서도, 사형 제도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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