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인터뷰] ‘백혈병 사망’ 조종사 유족, “북극항로 운항 잦아”
입력 2021.06.01 (18:26) 수정 2021.09.09 (10:09) D-Live
김선화 ‘백혈병 사망’ 항공기 조종사 유족 인터뷰

-30년 차 민간 항공기 조종사 A 씨, 지난해 11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 후 6개월 만에 사망
-유가족 김선화 씨, “평소 건강하던 남편, 주로 북극항로 운항하던 대형 항공기 기장으로 일해”
-“안전운항만 생각했는데...북극항로의 위험성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방사선 피폭’ 항공승무원 산재 인정 단 1건...“곁에 없더라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약속해”

[다시보기]'성추행 피해' 극단적 선택 女부사관 / '조주빈 일당' 항소심 선고 현장연결 / '백혈병 사망' 승무원 산재

김선화 안녕하세요.

조혜진 안녕하세요, 선생님. 가족분이 어떤 병이었고 언제부터 병으로 어려움 겪으셨는지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김선화 저희 남편이 2020년 11월 11일에 코피가 났는데 멈추지 않아서 응급실에 갔더니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너무 놀랐는데요. 혈액검사를 하고도 믿어 지지가 않아서 골수 검사까지 했는데 마찬가지로 같은 진단이 나왔어요. 그래서 한 3개월 동안 항암 치료로 투병을 해왔고, 그다음 6개월 동안 병원에서 혈액을 계속 공급받으면서 투병하다가 한 6개월 정도 지난 4월 20일에 돌아가셨어요.

신지혜 발병부터 병의 진행이 굉장히 빨랐는데요. 남편분이 조종사로 오래 근무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직무로 어느 정도 일을 했고, 주로 어느 항로를 탑승하셨는지 알고 계신가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30년 차 민간항공기 조종사(유가족 김선화 씨 제공)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30년 차 민간항공기 조종사(유가족 김선화 씨 제공)
김선화 남편은 공군 파일럿으로 13년간 일했고요. 1990년도에 대한항공에 입사해서 2014년이니깐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경력만 봐도 24년 정도 되고요. 그다음 저가항공에서 근무하다가 사망에 이르렀어요. 거의 북극항로 노선을, MD11이라는 노선과 보잉777에서 기장으로서 북극항로 노선을 계속 운항을 하셨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방사선 피폭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내용 자체를 몰랐어요. 워낙 건강했기 때문에 아파서 병원 간 적도 없고 그러니 놀랐었죠.

신지혜 정리하면 민간 파일럿으로 근무한 게 90년도부터고요. 대한항공과 저가항공을 거쳐 30년간 베테랑 조종사로 일하시면서 북극항로 자주 오가셨습니다. 보잉777이라고 하셨으니 대형 항공기를 주로 운항하셨는데 위험성을 들어본 적은 없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말씀하시던가요?

김선화 위험성이 있다는 말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어요. 민간 항공사에서 1990년부터 2021년도까지 일을 해왔어요. 전체적으로 비행 생활한 지는 45년이 되는 거죠.

신지혜 전혀 전조증상도 없었나요? 아주 건강했다고 하셨는데요.

김선화 보통 조종사들은 6개월에 한 번씩 회사에서 정해놓은 곳에서 메디칼 체크(건강검진)를 해요. 전반적인 메디칼 체크를 해서 문제가 없다는 '화이트 카드'를 줘야 비행을 할 수 있어요. 화이트 카드가 안 나오면 비행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6개월마다 화이트 카드를 받아왔고 혈액에 이상이 있다거나 그러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워낙 본인이 건강한 체질이고 아픈 데가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신지혜 저희가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최근에 혈액암 돌아가신 승무원 대한 산재 인정이 국내서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듣기로는 고인께서는 그 판정 전에 산재 신청하셨다고 하는데요. 어떤 계기로 신청하게 되셨는지, 산재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게 되셨는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선화 전에는 남편이 갑자기 그런 진단을 받았을 때는 너무 경황도 없고 정신도 없고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데에만 신경 쓰고 전념을 했는데요. 시간이 가면서 남편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내가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이렇게 건강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백혈병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병에 걸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요. 그래서 남편을 위해 뭔가를 한 번 해봐야겠다고 문헌을 찾아봤어요. 인터넷도 발달돼 있고 해서요. 그다음 대만이나 미국이나 외국 조종사들의 방사선 피폭 사례가 산재로 인정되는지 여러 사례를 들춰보고 제 남편을 위해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산재를 신청하게 되었어요.

조혜진 산재를 신청하신 지는 얼마나 된 거에요?

김선화 남편이 병원에 있을 때니깐 2021년 4월 초쯤인 것 같아요.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고요. 남편과 상의를 했어요. 나는 '당신이 멀쩡히 건강하게 살아왔고 백혈병의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빨리 손을 썼을 텐데 그렇게 할 겨를도 없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가족의 불행과 남편의 불행을 인정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이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알아보고 싶고 당신이 더 살고 있어도 좋고 만약 내 옆에 없더라고 나는 끝까지 추적해서 당신이 왜 이 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는지 꼭 밝혀내고 말겠다'고 남편한테 얘길 했고요. 그러니깐 남편이 힘든데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당신이 63살인데 이렇게 갑자기 아무 준비도 없이 가는 것은 내가 인정할 수가 없어, 그러니 내가 최선을 다해 산재를 신청해서 법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우리와 같은 다른 사람의 사례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내가 선두주자가 되어서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신지혜 그러면 동료분들, 같은 회사 다닌 사람 중 같은 사유로 산재 심사를 받고 계신 분이 있나요? 아니면 일단 혼자서 하고 계신 건가요?

김선화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고요. 원래 조종사라는 직업이 자기 일정대로 움직이고 동선도 항상 비행-집이니깐 특별히 가까운 사람이 아프지 않으면 잘 몰라요. 남편이 사망한 이후로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 많이 들려오는데 암으로 사망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어떤 건지도 모르고 이름도 밝혀지지도 않고 병원에서 1년 있다가 사망하신 분도 계시다고 해요.

조혜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셨는데 아직 산재로 인정되기까지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을 하실 예정이실까요, 어떤 마음으로?

김선화 조종사분들은 오로지 한 길만 생각해요. 안전운항만 생각하지 자신들이 어떤 노선을 운항할 때 방사능 피폭량이 얼마인지는 전혀 몰라요. 오로지 안전운항에만 신경 쓰고 비행 일정이 나오면 그 일정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남편은 어떤 때는 대한항공에서 최소 90시간에서 120시간 이상을 한 달에 운항한 적이 있어요. 상당히 어마어마한 일정이죠. 나이가 젊었을 때는 그걸 다 소화했는데 그게 건강한 사람이어서 전혀 느끼지 못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거에요, 저희 가족에게.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도 내가 이 나이에 이제 63살인데 정말 그거를 받아드리기 힘들었어요.

신지혜 그래도 최근 산재 판정이 나왔으니 그게 하나의 길잡이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산재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저희가 계속 지켜볼 거니깐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터뷰] ‘백혈병 사망’ 조종사 유족, “북극항로 운항 잦아”
    • 입력 2021-06-01 18:26:21
    • 수정2021-09-09 10:09:06
    D-Live
<strong>김선화 ‘백혈병 사망’ 항공기 조종사 유족 인터뷰</strong><br /><br />-30년 차 민간 항공기 조종사 A 씨, 지난해 11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 후 6개월 만에 사망<br />-유가족 김선화 씨, “평소 건강하던 남편, 주로 북극항로 운항하던 대형 항공기 기장으로 일해”<br />-“안전운항만 생각했는데...북극항로의 위험성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br />-‘방사선 피폭’ 항공승무원 산재 인정 단 1건...“곁에 없더라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약속해”

[다시보기]'성추행 피해' 극단적 선택 女부사관 / '조주빈 일당' 항소심 선고 현장연결 / '백혈병 사망' 승무원 산재

김선화 안녕하세요.

조혜진 안녕하세요, 선생님. 가족분이 어떤 병이었고 언제부터 병으로 어려움 겪으셨는지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김선화 저희 남편이 2020년 11월 11일에 코피가 났는데 멈추지 않아서 응급실에 갔더니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너무 놀랐는데요. 혈액검사를 하고도 믿어 지지가 않아서 골수 검사까지 했는데 마찬가지로 같은 진단이 나왔어요. 그래서 한 3개월 동안 항암 치료로 투병을 해왔고, 그다음 6개월 동안 병원에서 혈액을 계속 공급받으면서 투병하다가 한 6개월 정도 지난 4월 20일에 돌아가셨어요.

신지혜 발병부터 병의 진행이 굉장히 빨랐는데요. 남편분이 조종사로 오래 근무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직무로 어느 정도 일을 했고, 주로 어느 항로를 탑승하셨는지 알고 계신가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30년 차 민간항공기 조종사(유가족 김선화 씨 제공)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30년 차 민간항공기 조종사(유가족 김선화 씨 제공)
김선화 남편은 공군 파일럿으로 13년간 일했고요. 1990년도에 대한항공에 입사해서 2014년이니깐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경력만 봐도 24년 정도 되고요. 그다음 저가항공에서 근무하다가 사망에 이르렀어요. 거의 북극항로 노선을, MD11이라는 노선과 보잉777에서 기장으로서 북극항로 노선을 계속 운항을 하셨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방사선 피폭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내용 자체를 몰랐어요. 워낙 건강했기 때문에 아파서 병원 간 적도 없고 그러니 놀랐었죠.

신지혜 정리하면 민간 파일럿으로 근무한 게 90년도부터고요. 대한항공과 저가항공을 거쳐 30년간 베테랑 조종사로 일하시면서 북극항로 자주 오가셨습니다. 보잉777이라고 하셨으니 대형 항공기를 주로 운항하셨는데 위험성을 들어본 적은 없다,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말씀하시던가요?

김선화 위험성이 있다는 말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어요. 민간 항공사에서 1990년부터 2021년도까지 일을 해왔어요. 전체적으로 비행 생활한 지는 45년이 되는 거죠.

신지혜 전혀 전조증상도 없었나요? 아주 건강했다고 하셨는데요.

김선화 보통 조종사들은 6개월에 한 번씩 회사에서 정해놓은 곳에서 메디칼 체크(건강검진)를 해요. 전반적인 메디칼 체크를 해서 문제가 없다는 '화이트 카드'를 줘야 비행을 할 수 있어요. 화이트 카드가 안 나오면 비행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6개월마다 화이트 카드를 받아왔고 혈액에 이상이 있다거나 그러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워낙 본인이 건강한 체질이고 아픈 데가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신지혜 저희가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최근에 혈액암 돌아가신 승무원 대한 산재 인정이 국내서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듣기로는 고인께서는 그 판정 전에 산재 신청하셨다고 하는데요. 어떤 계기로 신청하게 되셨는지, 산재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게 되셨는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선화 전에는 남편이 갑자기 그런 진단을 받았을 때는 너무 경황도 없고 정신도 없고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데에만 신경 쓰고 전념을 했는데요. 시간이 가면서 남편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내가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이렇게 건강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백혈병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병에 걸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요. 그래서 남편을 위해 뭔가를 한 번 해봐야겠다고 문헌을 찾아봤어요. 인터넷도 발달돼 있고 해서요. 그다음 대만이나 미국이나 외국 조종사들의 방사선 피폭 사례가 산재로 인정되는지 여러 사례를 들춰보고 제 남편을 위해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산재를 신청하게 되었어요.

조혜진 산재를 신청하신 지는 얼마나 된 거에요?

김선화 남편이 병원에 있을 때니깐 2021년 4월 초쯤인 것 같아요.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고요. 남편과 상의를 했어요. 나는 '당신이 멀쩡히 건강하게 살아왔고 백혈병의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빨리 손을 썼을 텐데 그렇게 할 겨를도 없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가족의 불행과 남편의 불행을 인정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이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알아보고 싶고 당신이 더 살고 있어도 좋고 만약 내 옆에 없더라고 나는 끝까지 추적해서 당신이 왜 이 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는지 꼭 밝혀내고 말겠다'고 남편한테 얘길 했고요. 그러니깐 남편이 힘든데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당신이 63살인데 이렇게 갑자기 아무 준비도 없이 가는 것은 내가 인정할 수가 없어, 그러니 내가 최선을 다해 산재를 신청해서 법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우리와 같은 다른 사람의 사례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내가 선두주자가 되어서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신지혜 그러면 동료분들, 같은 회사 다닌 사람 중 같은 사유로 산재 심사를 받고 계신 분이 있나요? 아니면 일단 혼자서 하고 계신 건가요?

김선화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고요. 원래 조종사라는 직업이 자기 일정대로 움직이고 동선도 항상 비행-집이니깐 특별히 가까운 사람이 아프지 않으면 잘 몰라요. 남편이 사망한 이후로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 많이 들려오는데 암으로 사망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어떤 건지도 모르고 이름도 밝혀지지도 않고 병원에서 1년 있다가 사망하신 분도 계시다고 해요.

조혜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셨는데 아직 산재로 인정되기까지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을 하실 예정이실까요, 어떤 마음으로?

김선화 조종사분들은 오로지 한 길만 생각해요. 안전운항만 생각하지 자신들이 어떤 노선을 운항할 때 방사능 피폭량이 얼마인지는 전혀 몰라요. 오로지 안전운항에만 신경 쓰고 비행 일정이 나오면 그 일정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남편은 어떤 때는 대한항공에서 최소 90시간에서 120시간 이상을 한 달에 운항한 적이 있어요. 상당히 어마어마한 일정이죠. 나이가 젊었을 때는 그걸 다 소화했는데 그게 건강한 사람이어서 전혀 느끼지 못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거에요, 저희 가족에게.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도 내가 이 나이에 이제 63살인데 정말 그거를 받아드리기 힘들었어요.

신지혜 그래도 최근 산재 판정이 나왔으니 그게 하나의 길잡이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산재가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저희가 계속 지켜볼 거니깐요,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