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관평원 특공 논란’으로 홍보?…‘유령 청사’ 곧 새 주인 맞는다

입력 2021.06.02 (06:00) 수정 2021.06.0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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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은 지난달 28일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의 '1등 공신'은 관세평가분류원입니다.

관평원은 행정안전부 고시에서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으로 분류돼 있는데도 세종시 이전을 추진했습니다.

나랏돈 171억 원을 들여 새 건물까지 지었다가 이전이 무산됐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 49명은 세종시 아파트 특공을 받았습니다.

이런 '관평원 논란'은 다른 기관의 특공으로 번졌고, 결국 당·정·청은 특공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관평원 세종 이전도 무산되고 특공도 폐지됐는데, 아직 관평원 '유령 청사'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남아 있습니다.

■ 지하 1층, 지상 4층…체력단련실도 갖춰

관평원 유령 청사는 세종시 법원로 82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입니다.

총면적은 4,915㎡(약 1,487평)입니다. 직원이 70~80명 수준인 걸 고려하면 다소 넓은 공간인데, 사무실 말고도 다양한 공간이 있습니다.

사무실은 2층과 3층에만 있고, 2층엔 대회의실, 3층엔 중회의실이 있습니다. 4층엔 식당과 세미나실, 1층엔 도서관과 민원실, 휴게실 등이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체력단련실과 컨퍼런스홀도 있습니다.

관세청은 관평원이 연구시설이라 사무실 외에도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합니다.


■ '새 주인 찾기' 두 차례 실패

관평원 유령 청사가 완공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기재부는 지난 1년 동안 '공공기관 복덕방'을 통해 두 차례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실패했습니다.

공공기관 복덕방은 비어있는 공공시설을 원하는 기관에 연결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유령 청사는 정부 소유라 입주를 원하면 임대료를 내지 않고 쓸 수 있는데, 들어가겠단 기관이 없었던 겁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요 조사를 한 2번 정도 했는데 (이전을) 희망하는 기관이 쉽게 안 나타났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언론 보도로 '홍보 효과'

상황이 달라진 건 '관평원 논란'이 언론 보도로 널리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유령 청사의 존재를 온 세상이 알게 된 겁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뉴스도 좀 하고 그러면서 알려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기재부는 세종시에 있는 기관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최근 다시 했는데, 입주를 희망하는 기관들이 생겼습니다. 언론이 복덕방 역할을 대신 한 셈입니다.

희망 기관이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종 입주 기관은 한 곳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곳에 될 수도 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희망 기관이 나타나서 협의하고 있다"는 설명대로라면, 유령 청사의 새 주인은 곧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혈세 171억 원으로 지은 건물이 방치되지 않고 유용하게 쓰인다면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생기지 말았어야 할 건물이 생겨서 어렵게 주인을 찾아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씁쓸합니다. 다시는 언론이 의도치 않게 복덕방 역할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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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2 06:00:14
    • 수정2021-06-02 13:53:29
    취재후·사건후

당·정·청은 지난달 28일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의 '1등 공신'은 관세평가분류원입니다.

관평원은 행정안전부 고시에서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으로 분류돼 있는데도 세종시 이전을 추진했습니다.

나랏돈 171억 원을 들여 새 건물까지 지었다가 이전이 무산됐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 49명은 세종시 아파트 특공을 받았습니다.

이런 '관평원 논란'은 다른 기관의 특공으로 번졌고, 결국 당·정·청은 특공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관평원 세종 이전도 무산되고 특공도 폐지됐는데, 아직 관평원 '유령 청사'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남아 있습니다.

■ 지하 1층, 지상 4층…체력단련실도 갖춰

관평원 유령 청사는 세종시 법원로 82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입니다.

총면적은 4,915㎡(약 1,487평)입니다. 직원이 70~80명 수준인 걸 고려하면 다소 넓은 공간인데, 사무실 말고도 다양한 공간이 있습니다.

사무실은 2층과 3층에만 있고, 2층엔 대회의실, 3층엔 중회의실이 있습니다. 4층엔 식당과 세미나실, 1층엔 도서관과 민원실, 휴게실 등이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체력단련실과 컨퍼런스홀도 있습니다.

관세청은 관평원이 연구시설이라 사무실 외에도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합니다.


■ '새 주인 찾기' 두 차례 실패

관평원 유령 청사가 완공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기재부는 지난 1년 동안 '공공기관 복덕방'을 통해 두 차례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실패했습니다.

공공기관 복덕방은 비어있는 공공시설을 원하는 기관에 연결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유령 청사는 정부 소유라 입주를 원하면 임대료를 내지 않고 쓸 수 있는데, 들어가겠단 기관이 없었던 겁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요 조사를 한 2번 정도 했는데 (이전을) 희망하는 기관이 쉽게 안 나타났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언론 보도로 '홍보 효과'

상황이 달라진 건 '관평원 논란'이 언론 보도로 널리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유령 청사의 존재를 온 세상이 알게 된 겁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 뉴스도 좀 하고 그러면서 알려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기재부는 세종시에 있는 기관을 상대로 수요 조사를 최근 다시 했는데, 입주를 희망하는 기관들이 생겼습니다. 언론이 복덕방 역할을 대신 한 셈입니다.

희망 기관이 어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종 입주 기관은 한 곳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곳에 될 수도 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희망 기관이 나타나서 협의하고 있다"는 설명대로라면, 유령 청사의 새 주인은 곧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혈세 171억 원으로 지은 건물이 방치되지 않고 유용하게 쓰인다면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생기지 말았어야 할 건물이 생겨서 어렵게 주인을 찾아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씁쓸합니다. 다시는 언론이 의도치 않게 복덕방 역할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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