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군부 비판한 앵커 ‘퇴출’…가족 협박에 ‘암살 시도’까지

입력 2021.06.02 (08:05) 수정 2021.06.0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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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파키스탄 언론인, ‘군부 비판’ 직후 프로그램서 '퇴출'
2014년 암살 당할뻔 하기도…미르 앵커, “헌법상 권리 위해 목소리 낼 것”
“군부 영향받는 정부도 언론 탄압”…BBC “해직 언론인 3000 여 명”


파키스탄의 유명 언론인이 공개적으로 군부를 비판했다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시사 토크쇼 '캐피털 토크'(Capital Talk)의 앵커 하미드 미르 (아래 사진).

해당 언론인은 이전에도 정체 모를 괴한에게 테러를 당한 적이 있어서 이번 '퇴출'이 사실상 언론 탄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부에 맞서다 '찍히면', '강제 하차' 수순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1일(이하 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현지 유력 미디어 지오뉴스네트워크의 시사 토크쇼의 앵커 하미드 미르가 전날부터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언론 검열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가,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가 진행했던 '캐피털 토크'란 프로그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되는데, 전날(31일)에는 다른 진행자가 프로그램에 투입된 것.

이에 대해 지오뉴스 측은 "미르는 이번 주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미르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밀려난 것은 그의 최근 군부, 언론 검열에 대한 비판 발언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언론사 관계자들은 BBC와 인터뷰에서 미르의 퇴출과 관련해, 방송사가 군부로부터 심한 압력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르는, 전 TV 뉴스 프로듀서 아사드 알리 투르가 군부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다가 당국에 끌려가 고문당한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출처=로이터 영상 캡처출처=로이터 영상 캡처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인과 인권단체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언론인노조는 지오뉴스에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미르가 복귀하지 않으면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언론인들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며 검열, 괴롭힘, 육체적 폭력 등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라며 "(이번 사례는)파키스탄에 진정한 언론 자유가 부족하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곧은 언론인이 '표적'… 군부(軍部),언론 '탄압 강도' 높아져

강제 하차에도 불구하고 하미드 미르는 용기있는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는 이전에 당한 테러, 해직 경험들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출처=미르 앵커 SNS 캡처출처=미르 앵커 SNS 캡처

미르가 2014년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차량 문이 훼손된 사진 (아래)도 외신에 올라왔습니다.

출처=로이터 영상 캡처출처=로이터 영상 캡처

당시 그는 결국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진 (아래)도 경찰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출처=로이터 화면 캡처출처=로이터 화면 캡처

이번에도 미르는 SNS를 통해 "헌법상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BBC등 외신에 자신 뿐만 아니라 "딸과 아내까지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파키스탄 '군부'는 70년 넘게 정권을 쥐고 흔드는 권력의 실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독립 이후 여러 차례 정권을 잡는 등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왔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현지 언론들은 2018년 취임한 임란 칸 총리도 군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칸 정부는 집권 후 언론 탄압 강도를 높였고, 그 과정에서 3천 여 명의 미디어 산업 근무자들이 해직됐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저명한 반체제 성향 언론인 마티울라 잔 (아래 사진)이 12시간 동안 괴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언론인에게 정권에 길들여진 '펫독'(pet dog)이 되길 강요하는 파키스탄의 언론환경, 혹독한 상황에서도 워치독 (watchdog) 이른바 '감시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미르 앵커의 앞날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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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군부 비판한 앵커 ‘퇴출’…가족 협박에 ‘암살 시도’까지
    • 입력 2021-06-02 08:05:14
    • 수정2021-06-02 13:53:26
    취재K
파키스탄 언론인, ‘군부 비판’ 직후 프로그램서 '퇴출'<br />2014년 암살 당할뻔 하기도…미르 앵커, “헌법상 권리 위해 목소리 낼 것”<br />“군부 영향받는 정부도 언론 탄압”…BBC “해직 언론인 3000 여 명”

파키스탄의 유명 언론인이 공개적으로 군부를 비판했다가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시사 토크쇼 '캐피털 토크'(Capital Talk)의 앵커 하미드 미르 (아래 사진).

해당 언론인은 이전에도 정체 모를 괴한에게 테러를 당한 적이 있어서 이번 '퇴출'이 사실상 언론 탄압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군부에 맞서다 '찍히면', '강제 하차' 수순

출처=연합뉴스
1일(이하 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현지 유력 미디어 지오뉴스네트워크의 시사 토크쇼의 앵커 하미드 미르가 전날부터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언론 검열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가,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가 진행했던 '캐피털 토크'란 프로그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되는데, 전날(31일)에는 다른 진행자가 프로그램에 투입된 것.

이에 대해 지오뉴스 측은 "미르는 이번 주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미르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밀려난 것은 그의 최근 군부, 언론 검열에 대한 비판 발언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언론사 관계자들은 BBC와 인터뷰에서 미르의 퇴출과 관련해, 방송사가 군부로부터 심한 압력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르는, 전 TV 뉴스 프로듀서 아사드 알리 투르가 군부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다가 당국에 끌려가 고문당한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출처=로이터 영상 캡처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인과 인권단체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언론인노조는 지오뉴스에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미르가 복귀하지 않으면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언론인들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며 검열, 괴롭힘, 육체적 폭력 등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라며 "(이번 사례는)파키스탄에 진정한 언론 자유가 부족하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곧은 언론인이 '표적'… 군부(軍部),언론 '탄압 강도' 높아져

강제 하차에도 불구하고 하미드 미르는 용기있는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는 이전에 당한 테러, 해직 경험들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출처=미르 앵커 SNS 캡처
미르가 2014년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차량 문이 훼손된 사진 (아래)도 외신에 올라왔습니다.

출처=로이터 영상 캡처
당시 그는 결국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진 (아래)도 경찰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출처=로이터 화면 캡처
이번에도 미르는 SNS를 통해 "헌법상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BBC등 외신에 자신 뿐만 아니라 "딸과 아내까지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파키스탄 '군부'는 70년 넘게 정권을 쥐고 흔드는 권력의 실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파키스탄 군부는 1947년 독립 이후 여러 차례 정권을 잡는 등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왔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현지 언론들은 2018년 취임한 임란 칸 총리도 군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칸 정부는 집권 후 언론 탄압 강도를 높였고, 그 과정에서 3천 여 명의 미디어 산업 근무자들이 해직됐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저명한 반체제 성향 언론인 마티울라 잔 (아래 사진)이 12시간 동안 괴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언론인에게 정권에 길들여진 '펫독'(pet dog)이 되길 강요하는 파키스탄의 언론환경, 혹독한 상황에서도 워치독 (watchdog) 이른바 '감시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미르 앵커의 앞날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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