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하면서 현혹돼…바보같이 왜 당했을까요?”

입력 2021.06.02 (13:58) 수정 2021.06.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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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SNS 오픈채팅방의 주식 리딩방을 통해 투자자들을 꾀어낸 뒤 허위 사이트로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주부와 직장인 등 52명을 상대로 28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범죄수익 가운데 70% 이상이 20대 총책 한 명에게 갔는데, 그는 이 돈으로 고가의 슈퍼카 몇 대를 몰고 8천만 원 상당의 시계를 구입했답니다. 그가 금고에 현금으로 쌓아두며 펑펑 썼던 이 돈, 누군가에겐 간절함 그 이상이었을텐데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 "사기 당하지 않으려고, 눈팅만 했는데…"

피해자 가운데 몇 명과 오랜 통화를 했습니다. 공통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주식 리딩방'으로 소개된 오픈채팅방에 가입한 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석 달 가까이는 '눈팅'만 했다고 말합니다. 사기가 많으니, 일단 좀 지켜보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이들 모두는 이 눈팅 기간에 현혹됐습니다.

60대 직장인 피해자 A씨. "오픈 채팅방 참여자가 천 명 가까이 되더라고요. 믿을만한 곳인가 하면서도 몇 주 동안 지켜봤죠. 그런데 200~300% 수익 낸 것을 인증하더라고요. 하루에도 몇번씩요."

30대 주부 피해자 B씨. "처음에는 종목을 찍어주기도 했어요. 눈팅을 하면서 그 종목 투자를 해봤는데 수익이 나더라고요. 어떤 분은 5천만 원 투자했는데 8천만 원이 됐다고 하고… 집중해서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저도 투자를 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 자기들끼리 조작한 건데, 바보같이 왜 당했는지 모르겠어요."

50대 주부 피해자 C씨. "석 달간 눈팅만 했어요. 사기꾼인지 아닌지를 보려고요. VIP 투자 상담을 받기로 하고서도 의심이 있었는데, 첫 투자금 천만 원을 넣었더니 몇 분 만에 다시 돌려주더라고요. 왜 돌려주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이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할거라면서 안심하라고 하더군요. 그때 완전히 믿었죠."

해당 주식 리딩방에 올라온 수익 인증 메시지해당 주식 리딩방에 올라온 수익 인증 메시지

■ '투자 게임'처럼 순식간에 불어난 돈

이후 수법은 동일했습니다. 사기 조직 일당은 VIP 투자 상담을 받으라면서 한 사이트에 가입하게 합니다. 이 조직이 만든 가짜 사이트였죠.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보내면 이 사이트에 그 금액만큼 입금이 된 것처럼 조작합니다. 그리고는 해외 선물·옵션 투자를 한다며 매수와 매도 주문을 계속 지시합니다. 이 지시대로 하면 투자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납니다. 물론 이 모두는 이들이 만든 가짜죠. 마치 투자 게임을 하는 듯 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에 돈을 넣었는데 이상한게 연말에 장이 안 서는데도 막 장이 선 것처럼 수익을 올리고 그러더라고요.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의심을 안했어요. 4천 여 만원을 넣었는데, 사이트에 2억 2천 만원이 찍히더라고요."


■ "수익금 찾으려면 세금, 수수료 내라" 돈 보내면 잠적

수 억 원대로 불어난 돈을 찾으려고 하면, 수수료와 각종 세금으로 수 천만 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수익금은 묶여있으니 추가로 입금을 해야 돈을 지급할 수 있다는 황당한 설명이었습니다. 수 억 원대 수익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은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대출을 받아 수수료를 넣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갑자기 세무조사를 피해야 한다며 직접 만나 돈을 주겠다고 합니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연락이 끊어집니다. 그제서야 분명해졌죠. 사기였습니다.

"세금이다 뭐다 해서 넣은 게 총 1억 2천 만원 정도 돼요. 코로나19로 남편 일이 어려워 생활비라도 벌어보자 싶었던 거예요. 처음에는 막 고맙다고 했어요. 돈을 이렇게 벌게 해줘서 고맙다고, 수익금 받으면 큰 선물이라도 해드려야지 그 정도였어요. 그 돈들이 지금 또 다 빚이에요. 이자라도 갚겠다고 사채 끌어 쓰는 집도 있고요, 어떤 집은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어요."
피해자 A씨가 사기 조직 일당과 나눈 SNS 대화피해자 A씨가 사기 조직 일당과 나눈 SNS 대화


"공짜 치즈는 덫 위에만 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죽으면서 제일 후회하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제발 주식, 가상화폐 이런 걸로 고수익을 낸다는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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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팅하면서 현혹돼…바보같이 왜 당했을까요?”
    • 입력 2021-06-02 13:58:55
    • 수정2021-06-02 15:25:52
    취재K

며칠 전, SNS 오픈채팅방의 주식 리딩방을 통해 투자자들을 꾀어낸 뒤 허위 사이트로 투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주부와 직장인 등 52명을 상대로 28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범죄수익 가운데 70% 이상이 20대 총책 한 명에게 갔는데, 그는 이 돈으로 고가의 슈퍼카 몇 대를 몰고 8천만 원 상당의 시계를 구입했답니다. 그가 금고에 현금으로 쌓아두며 펑펑 썼던 이 돈, 누군가에겐 간절함 그 이상이었을텐데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 "사기 당하지 않으려고, 눈팅만 했는데…"

피해자 가운데 몇 명과 오랜 통화를 했습니다. 공통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주식 리딩방'으로 소개된 오픈채팅방에 가입한 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석 달 가까이는 '눈팅'만 했다고 말합니다. 사기가 많으니, 일단 좀 지켜보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이들 모두는 이 눈팅 기간에 현혹됐습니다.

60대 직장인 피해자 A씨. "오픈 채팅방 참여자가 천 명 가까이 되더라고요. 믿을만한 곳인가 하면서도 몇 주 동안 지켜봤죠. 그런데 200~300% 수익 낸 것을 인증하더라고요. 하루에도 몇번씩요."

30대 주부 피해자 B씨. "처음에는 종목을 찍어주기도 했어요. 눈팅을 하면서 그 종목 투자를 해봤는데 수익이 나더라고요. 어떤 분은 5천만 원 투자했는데 8천만 원이 됐다고 하고… 집중해서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저도 투자를 했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 자기들끼리 조작한 건데, 바보같이 왜 당했는지 모르겠어요."

50대 주부 피해자 C씨. "석 달간 눈팅만 했어요. 사기꾼인지 아닌지를 보려고요. VIP 투자 상담을 받기로 하고서도 의심이 있었는데, 첫 투자금 천만 원을 넣었더니 몇 분 만에 다시 돌려주더라고요. 왜 돌려주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이런 식으로 수익금을 지급할거라면서 안심하라고 하더군요. 그때 완전히 믿었죠."

해당 주식 리딩방에 올라온 수익 인증 메시지
■ '투자 게임'처럼 순식간에 불어난 돈

이후 수법은 동일했습니다. 사기 조직 일당은 VIP 투자 상담을 받으라면서 한 사이트에 가입하게 합니다. 이 조직이 만든 가짜 사이트였죠.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보내면 이 사이트에 그 금액만큼 입금이 된 것처럼 조작합니다. 그리고는 해외 선물·옵션 투자를 한다며 매수와 매도 주문을 계속 지시합니다. 이 지시대로 하면 투자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납니다. 물론 이 모두는 이들이 만든 가짜죠. 마치 투자 게임을 하는 듯 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말에 돈을 넣었는데 이상한게 연말에 장이 안 서는데도 막 장이 선 것처럼 수익을 올리고 그러더라고요.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의심을 안했어요. 4천 여 만원을 넣었는데, 사이트에 2억 2천 만원이 찍히더라고요."


■ "수익금 찾으려면 세금, 수수료 내라" 돈 보내면 잠적

수 억 원대로 불어난 돈을 찾으려고 하면, 수수료와 각종 세금으로 수 천만 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수익금은 묶여있으니 추가로 입금을 해야 돈을 지급할 수 있다는 황당한 설명이었습니다. 수 억 원대 수익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은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대출을 받아 수수료를 넣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갑자기 세무조사를 피해야 한다며 직접 만나 돈을 주겠다고 합니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연락이 끊어집니다. 그제서야 분명해졌죠. 사기였습니다.

"세금이다 뭐다 해서 넣은 게 총 1억 2천 만원 정도 돼요. 코로나19로 남편 일이 어려워 생활비라도 벌어보자 싶었던 거예요. 처음에는 막 고맙다고 했어요. 돈을 이렇게 벌게 해줘서 고맙다고, 수익금 받으면 큰 선물이라도 해드려야지 그 정도였어요. 그 돈들이 지금 또 다 빚이에요. 이자라도 갚겠다고 사채 끌어 쓰는 집도 있고요, 어떤 집은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어요."
피해자 A씨가 사기 조직 일당과 나눈 SNS 대화

"공짜 치즈는 덫 위에만 있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죽으면서 제일 후회하는 일이 될 것 같아요. 제발 주식, 가상화폐 이런 걸로 고수익을 낸다는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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