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명 꼴로 목숨 잃는 산업재해…예방 의지는?

입력 2021.06.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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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숨진 현장에 놓여있는 국화노동자가 숨진 현장에 놓여있는 국화

'55명'

지난해 부산에서 일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의 수입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김용균 씨가 일하다 숨진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 시행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 떨어져 숨진 노동자 가장 많아…항만 낀 부산 '운수업' 등 재해 비율 ↑

부산에서 노동자들이 숨진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원인은 '떨어짐'이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비계 등 철골 작업 중 떨어지거나 지붕, 대들보에서 추락하기도 하고 작업 중 뚫어 놓은 구멍으로 빠지기도 했습니다.

안전 난간이나 덮개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거나 안전대 착용과 추락 방호망 설치 등의 필수적인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들입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라는 얘깁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사망 원인이 '끼임' 사고였습니다. 주로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데 안전 감독자도 없이 기계 전원이 꺼지지 않은 채 작업하거나, 동료 작업자가 작업 중인 걸 모르고 기계를 작동시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과 운수·창고·통신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건 운수·창고·통신업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났다는 건데요. 부산은 항만을 끼고 있어 해운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최근 대형 지게차에 치여 30대 노동자가 숨진 항만 배후부지의 경우 관리·감독의 범위 밖에 방치돼있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 조례 제정 1년…부산시 산재 예방 의지 있나?

지난달 말 이틀 사이 3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산 신항 물류센터에서 후진하던 대형 지게차에 깔려 항만 노동자가 숨지고, 같은 날, 코로나19로 고된 업무에 시달리던 간호직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 바로 이튿날에는 음식폐기물 처리장 오수조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숨지기도 했습니다.

부산시는 산업 재해를 막는다며 지난해 5월 산재 예방 조례를 제정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1년 넘도록 산업재해 실태를 수집해 분석하고, 노동안전센터를 만드는 등의 주요 사업 대부분은 시작도 못 했기 때문입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부산지역 산재 사망 사고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모습지난달 31일 열린 부산지역 산재 사망 사고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모습

그나마 지난달 중순에서야 현장을 돌며 안전 점검을 하는 노동안전보건지킴이 13명을 위촉했는데, 관련 예산이 천 5백만 원 수준입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명의 지킴이를 운영하며 부산보다 25배나 많은 3억 8천만 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규모를 10배로 늘립니다.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중대 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부산시는 그동안 이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대책 마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며 "부산시가 내놓는 정책을 보면 산재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의지가 있긴 한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 취약한 조직도 문제…'산업 안전 전담반' 만들어야

현재 부산시는 공무원 1명에게 부산 전체 산재 예방 업무를 모두 맡기고 있습니다. 다른 업무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 산재 예방 업무를 전담하지도 않습니다.

최근 박형준 시장이 처음으로 시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산업 안전 전담반을 구성하거나 담당자를 충원하는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있는 담당자 1명이라도 없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반응입니다.

손헌일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 사례처럼 부산시에도 산업 안전 전담반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고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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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주일에 한 명 꼴로 목숨 잃는 산업재해…예방 의지는?
    • 입력 2021-06-03 08:00:41
    취재K
노동자가 숨진 현장에 놓여있는 국화
'55명'

지난해 부산에서 일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의 수입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김용균 씨가 일하다 숨진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 시행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 떨어져 숨진 노동자 가장 많아…항만 낀 부산 '운수업' 등 재해 비율 ↑

부산에서 노동자들이 숨진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원인은 '떨어짐'이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비계 등 철골 작업 중 떨어지거나 지붕, 대들보에서 추락하기도 하고 작업 중 뚫어 놓은 구멍으로 빠지기도 했습니다.

안전 난간이나 덮개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거나 안전대 착용과 추락 방호망 설치 등의 필수적인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들입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라는 얘깁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사망 원인이 '끼임' 사고였습니다. 주로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데 안전 감독자도 없이 기계 전원이 꺼지지 않은 채 작업하거나, 동료 작업자가 작업 중인 걸 모르고 기계를 작동시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과 운수·창고·통신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건 운수·창고·통신업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났다는 건데요. 부산은 항만을 끼고 있어 해운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최근 대형 지게차에 치여 30대 노동자가 숨진 항만 배후부지의 경우 관리·감독의 범위 밖에 방치돼있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 조례 제정 1년…부산시 산재 예방 의지 있나?

지난달 말 이틀 사이 3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산 신항 물류센터에서 후진하던 대형 지게차에 깔려 항만 노동자가 숨지고, 같은 날, 코로나19로 고된 업무에 시달리던 간호직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또, 바로 이튿날에는 음식폐기물 처리장 오수조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숨지기도 했습니다.

부산시는 산업 재해를 막는다며 지난해 5월 산재 예방 조례를 제정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1년 넘도록 산업재해 실태를 수집해 분석하고, 노동안전센터를 만드는 등의 주요 사업 대부분은 시작도 못 했기 때문입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지난달 31일 열린 부산지역 산재 사망 사고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모습
그나마 지난달 중순에서야 현장을 돌며 안전 점검을 하는 노동안전보건지킴이 13명을 위촉했는데, 관련 예산이 천 5백만 원 수준입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명의 지킴이를 운영하며 부산보다 25배나 많은 3억 8천만 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규모를 10배로 늘립니다.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중대 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부산시는 그동안 이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도 대책 마련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며 "부산시가 내놓는 정책을 보면 산재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의지가 있긴 한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 취약한 조직도 문제…'산업 안전 전담반' 만들어야

현재 부산시는 공무원 1명에게 부산 전체 산재 예방 업무를 모두 맡기고 있습니다. 다른 업무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 산재 예방 업무를 전담하지도 않습니다.

최근 박형준 시장이 처음으로 시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산업 안전 전담반을 구성하거나 담당자를 충원하는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있는 담당자 1명이라도 없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반응입니다.

손헌일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 사례처럼 부산시에도 산업 안전 전담반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고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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