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사파리 테마파크 ‘뒷돈 거래’…사업자와 마을 이장 법정행

입력 2021.06.03 (15: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4년 넘게 제주 지역 사회에서 찬반 갈등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최근 사업자 측이 마을 이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사업 찬성을 요구하며 마을 이장의 집에 찾아가 현금 1,000만 원을 건네고, 마을 이장 아들 계좌로 800만 원을 보내는 등 2,750만 원 상당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오늘(3일)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서 모(42) 씨와 사내이사 서 모(50) 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이장 정 모(50) 씨를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 "사업 찬성 편의 봐달라"며 부정 청탁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사내이사 서 씨는 대표이사 서 씨의 지시를 받고 2019년 5월 28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관 부근에서 당시 이장이던 정 씨를 만나 "마을회가 개발사업을 찬성하도록 편의를 봐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정 씨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개발사업 반대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정 씨는 제주도에 사업을 전면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개발사업 반대 1만인 서명지를 전달한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서 씨는 이튿날 부정 청탁 대가로 대표이사 서 씨로부터 송금받은 1,000만 원을 50만 원권 수표 20장으로 출금한 뒤, 정 씨의 집 인근에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9년 6월 21일과 7월 9일 부정 청탁 대가로 정 씨의 아들 명의 계좌로 500만 원과 300만 원을 각각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마을 이장 정 씨는 사업자 측과 '상생 방안 협약서'를 체결한다.

협약서에는 "마을회는 지연된 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의 신속한 재개를 위해 행정 절차상의 인허가, 급수공급 관련 협의, 행정관청, 언론 등과의 실무 진행 지원에 의무를 다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마을발전 기금으로 7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변호사 수임료도 지원…'부정 청탁 대가로 판단'

서 씨 측은 정씨가 소송을 당하자 변호사 수임료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 측은 정씨가 사업에 반대하는 마을주민들로부터 '이장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소송을 당하자 지난해 3월 20일 제주시 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비 400만 원을 현금으로 대납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정씨가 사업 반대 측 주민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자 같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비 550만 원을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처럼 부정 청탁 대가로 모두 5차례에 걸쳐 2,750만 원 상당이 오간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자와 마을 이장 간의 '뒷돈 거래' 의혹은 경찰이 제주동물테마파크 관련 주민 간 고소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발견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됐다.

취재진은 서 대표와 서 이사, 정 씨에게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 숱한 갈등 남기고 결국 백지화

한편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지역 주민들에게 숱한 생채기를 남겼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지난 2007년 당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에 콘도와 승마장,가축생태박물관과 2,200마리의 동물 등을 기르는 테마파크 조성 사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공사 자금 등의 문제로 2011년 중단됐고, 이후 2016년 ㈜대명레저산업이 제주동물테마파크를 인수하며 사업이 재추진됐다.

사업자 측은 2017년 5월 호텔을 비롯해 사자와 호랑이 등 맹수관람시설, 사파리 형태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아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밟는다.

이후 제주도는 2018년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역 주민과 람사르 습지 도시 관계자와의 협의를 조건으로 개발사업 변경 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테마파크 조성을 두고 선흘리 주민 등이 찬반으로 갈라져 갈등이 심화 됐고, 소송전으로 불거지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후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지난 3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계획 변경 승인'을 부결하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개발사업심의위는 자금조달 계획이 불투명한 점, 투자자와 투자 자본의 적격성, 미래 비전 등을 분석해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 역시 부결 사유로 작용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야생동물 사파리 테마파크 ‘뒷돈 거래’…사업자와 마을 이장 법정행
    • 입력 2021-06-03 15:02:29
    취재K


4년 넘게 제주 지역 사회에서 찬반 갈등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해 최근 사업자 측이 마을 이장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사업 찬성을 요구하며 마을 이장의 집에 찾아가 현금 1,000만 원을 건네고, 마을 이장 아들 계좌로 800만 원을 보내는 등 2,750만 원 상당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오늘(3일)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서 모(42) 씨와 사내이사 서 모(50) 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전 이장 정 모(50) 씨를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 "사업 찬성 편의 봐달라"며 부정 청탁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사내이사 서 씨는 대표이사 서 씨의 지시를 받고 2019년 5월 28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회관 부근에서 당시 이장이던 정 씨를 만나 "마을회가 개발사업을 찬성하도록 편의를 봐 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정 씨는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돼 개발사업 반대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정 씨는 제주도에 사업을 전면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개발사업 반대 1만인 서명지를 전달한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서 씨는 이튿날 부정 청탁 대가로 대표이사 서 씨로부터 송금받은 1,000만 원을 50만 원권 수표 20장으로 출금한 뒤, 정 씨의 집 인근에서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9년 6월 21일과 7월 9일 부정 청탁 대가로 정 씨의 아들 명의 계좌로 500만 원과 300만 원을 각각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마을 이장 정 씨는 사업자 측과 '상생 방안 협약서'를 체결한다.

협약서에는 "마을회는 지연된 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의 신속한 재개를 위해 행정 절차상의 인허가, 급수공급 관련 협의, 행정관청, 언론 등과의 실무 진행 지원에 의무를 다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마을발전 기금으로 7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변호사 수임료도 지원…'부정 청탁 대가로 판단'

서 씨 측은 정씨가 소송을 당하자 변호사 수임료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 측은 정씨가 사업에 반대하는 마을주민들로부터 '이장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소송을 당하자 지난해 3월 20일 제주시 모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비 400만 원을 현금으로 대납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정씨가 사업 반대 측 주민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자 같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비 550만 원을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처럼 부정 청탁 대가로 모두 5차례에 걸쳐 2,750만 원 상당이 오간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자와 마을 이장 간의 '뒷돈 거래' 의혹은 경찰이 제주동물테마파크 관련 주민 간 고소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발견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됐다.

취재진은 서 대표와 서 이사, 정 씨에게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 숱한 갈등 남기고 결국 백지화

한편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지역 주민들에게 숱한 생채기를 남겼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지난 2007년 당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일대에 콘도와 승마장,가축생태박물관과 2,200마리의 동물 등을 기르는 테마파크 조성 사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공사 자금 등의 문제로 2011년 중단됐고, 이후 2016년 ㈜대명레저산업이 제주동물테마파크를 인수하며 사업이 재추진됐다.

사업자 측은 2017년 5월 호텔을 비롯해 사자와 호랑이 등 맹수관람시설, 사파리 형태 등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아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밟는다.

이후 제주도는 2018년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역 주민과 람사르 습지 도시 관계자와의 협의를 조건으로 개발사업 변경 사항을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테마파크 조성을 두고 선흘리 주민 등이 찬반으로 갈라져 갈등이 심화 됐고, 소송전으로 불거지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후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가 지난 3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계획 변경 승인'을 부결하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개발사업심의위는 자금조달 계획이 불투명한 점, 투자자와 투자 자본의 적격성, 미래 비전 등을 분석해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 역시 부결 사유로 작용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