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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도입하고 100대 기업 초봉 주자”…선거철 돌아온 논쟁
입력 2021.06.03 (17:12) 취재K

강제 징병이 아닌 자원자로만 군대를 구성하자는 '모병제' 논의가 새삼스럽진 않습니다. 이미 김영삼 정부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20만 규모로 단계적으로 병력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며 모병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1999년 군 가산점 위헌 결정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반짝 논쟁만 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해왔습니다. 찬성 주장만큼이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모병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거듭 제시하고 있습니다.


■ "모병제 대상에 100대 기업 급여 주자"

박용진 의원은 오늘(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들을 헐값에 강제로 징집하는 징병제, 더 이상은 안 된다"며 "남녀평등복무제와 군인연금법 개정, 군 장병 의료비 지원 강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모병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박 의원은 "모병제 대상자들에게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이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모병제 도입 논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43%입니다. 2016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모병제 전면 도입' 찬성 비율이 35%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모병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점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박용진 의원 기자회견 中)

박 의원은 "모병제 전환을 전제로 남녀를 불문하고 온 국민이 40일에서 100일 정도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 필요하다"며 "일정 나이까지 일정 기간 재훈련을 받는 강력한 예비군제도로 모병제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남녀평등복무제' 도입 주장까지

모병제 전환 시 생길 국방 공백 등의 우려가 제기되는 데 따른 대안 제시의 성격이 강한데요. 박 의원은 진정한 남녀평등 차원에서 이 같은 제도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밝혀왔습니다.

박 의원은 헌법 제39조에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돼 있지만, 병역법 3조에는 "남성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 같은 현행 제도가 오히려 여성에 차별적이라는 겁니다.

박 의원은 모병제로 전환하면 정예강군 육성이 가능해지고, 의무복무기간을 줄여 청년세대의 경력 단절 충격을 축소하고, 병역 가산점제도를 둘러싼 불필요한 남녀 차별 논란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모병제 전환, 돈 얼마나 더 들까?

박용진 의원실은 모병제로 전환하고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추가적으로 얼마나 재정이 더 들어가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조사했습니다.

먼저, 현행 징병제를 유지할 경우 5년간 16조 4천533억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으로 하고 모병제 전환 시 현 병력의 절반 혹은 3분의 2 수준을 유지하는 비용과 여성 징병 대상자에 대한 기초군사훈련 비용 등을 추계한 결과, 모병제로 전환해 현 병력의 절반 수준인 15만 명을 유지하면 6조 5천 236억 원, 3분의 2 수준인 20만 명을 유지하면 14조 1천826억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예강군 육성을 위해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박 의원 주장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 반응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박 의원은 "청년들 만날 때마다 조심스럽게 물어 왔는데,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서 뜻밖으로 '그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안을 한 뒤 여성학자들이나 여성단체로부터도 "충분히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제도"라는 답을 받았다며 "사회적 공감대는 있구나. 사회적 합의로 끌어올려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 "시기상조"…"흙수저만 군대 갈 것"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는 하지만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란 의견도 여전히 많습니다. 첨단 무기 도입 등 병력을 줄일 수 있는 안보 환경이 됐다고는 하지만, 남북 대치란 특수한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모병제를 하면, 가난한 청년들만 군대에 간다는 형평성도 늘 제기되는 반론입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며 "인구가 1억 2천6백만인 일본의 경우도 자위대 정원이 26만 명인데 초봉을 우리 돈으로 (한 달에) 4백만 원 정도 줘도 정원을 못 채운다, 그런데 일본 인구의 40% 수준인 우리나라가 30만 명을 모병으로 모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만 군대에 가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징병제가 폐지되면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가 선택의 영역이 되기 때문에, 군 복무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불공정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찬반을 떠나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병역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국방부는 "병역 개편은 안보 상황을 기초로 해야 한다"며 모병제와 여성 징병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모병제 도입하고 100대 기업 초봉 주자”…선거철 돌아온 논쟁
    • 입력 2021-06-03 17:12:05
    취재K

강제 징병이 아닌 자원자로만 군대를 구성하자는 '모병제' 논의가 새삼스럽진 않습니다. 이미 김영삼 정부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20만 규모로 단계적으로 병력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며 모병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1999년 군 가산점 위헌 결정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반짝 논쟁만 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곤 해왔습니다. 찬성 주장만큼이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모병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가장 적극적입니다.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거듭 제시하고 있습니다.


■ "모병제 대상에 100대 기업 급여 주자"

박용진 의원은 오늘(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들을 헐값에 강제로 징집하는 징병제, 더 이상은 안 된다"며 "남녀평등복무제와 군인연금법 개정, 군 장병 의료비 지원 강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모병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박 의원은 "모병제 대상자들에게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이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모병제 도입 논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43%입니다. 2016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모병제 전면 도입' 찬성 비율이 35%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모병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점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박용진 의원 기자회견 中)

박 의원은 "모병제 전환을 전제로 남녀를 불문하고 온 국민이 40일에서 100일 정도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 필요하다"며 "일정 나이까지 일정 기간 재훈련을 받는 강력한 예비군제도로 모병제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남녀평등복무제' 도입 주장까지

모병제 전환 시 생길 국방 공백 등의 우려가 제기되는 데 따른 대안 제시의 성격이 강한데요. 박 의원은 진정한 남녀평등 차원에서 이 같은 제도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밝혀왔습니다.

박 의원은 헌법 제39조에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돼 있지만, 병역법 3조에는 "남성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 같은 현행 제도가 오히려 여성에 차별적이라는 겁니다.

박 의원은 모병제로 전환하면 정예강군 육성이 가능해지고, 의무복무기간을 줄여 청년세대의 경력 단절 충격을 축소하고, 병역 가산점제도를 둘러싼 불필요한 남녀 차별 논란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모병제 전환, 돈 얼마나 더 들까?

박용진 의원실은 모병제로 전환하고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추가적으로 얼마나 재정이 더 들어가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조사했습니다.

먼저, 현행 징병제를 유지할 경우 5년간 16조 4천533억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으로 하고 모병제 전환 시 현 병력의 절반 혹은 3분의 2 수준을 유지하는 비용과 여성 징병 대상자에 대한 기초군사훈련 비용 등을 추계한 결과, 모병제로 전환해 현 병력의 절반 수준인 15만 명을 유지하면 6조 5천 236억 원, 3분의 2 수준인 20만 명을 유지하면 14조 1천826억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예강군 육성을 위해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박 의원 주장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 반응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박 의원은 "청년들 만날 때마다 조심스럽게 물어 왔는데,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서 뜻밖으로 '그 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제안을 한 뒤 여성학자들이나 여성단체로부터도 "충분히 검토해볼 가치가 있는 제도"라는 답을 받았다며 "사회적 공감대는 있구나. 사회적 합의로 끌어올려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 "시기상조"…"흙수저만 군대 갈 것"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는 하지만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란 의견도 여전히 많습니다. 첨단 무기 도입 등 병력을 줄일 수 있는 안보 환경이 됐다고는 하지만, 남북 대치란 특수한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모병제를 하면, 가난한 청년들만 군대에 간다는 형평성도 늘 제기되는 반론입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며 "인구가 1억 2천6백만인 일본의 경우도 자위대 정원이 26만 명인데 초봉을 우리 돈으로 (한 달에) 4백만 원 정도 줘도 정원을 못 채운다, 그런데 일본 인구의 40% 수준인 우리나라가 30만 명을 모병으로 모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만 군대에 가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징병제가 폐지되면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가 선택의 영역이 되기 때문에, 군 복무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불공정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찬반을 떠나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병역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국방부는 "병역 개편은 안보 상황을 기초로 해야 한다"며 모병제와 여성 징병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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