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거짓 진술 요구는 사실…합의금은 영상 삭제 대가 아냐”

[앵커]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택시가 멈춘 뒤 폭행이 있었다'는 거짓 진술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차관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합의금으로 준 천만 원이 영상 삭제의 대가는 아니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이정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이용구 차관에게 폭행을 당하고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9일 아침, 택시 기사는 이 차관이 전화를 걸어와 거짓 진술을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택시 기사/음성변조 : "'뒤에서 기사님이 와서 문 열고 깨우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혔다 그래라' 이렇게 이야기를 해. 이 사람 큰일 낼 사람이네. 왜 거짓말을 시키려고 그래."]

운행 중이 아니라, 택시가 완전히 멈춘 뒤에 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겁니다.

운행 중에 때렸다면 피해자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로 기소될 수 있는데, 이 차관이 이를 피하려고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입니다.

택시 기사는 이 차관이 합의금 천만 원을 주고 폭행 영상의 삭제를 요구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택시 기사/음성변조 : "(이용구 차관이) 영상 지워주시면 어떠냐 그랬을 때, 내가 '지울 것까지 뭐 있어요. 안 보여주면 되지'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이용구 씨하고 통화할 때…."]

이 차관은 "피해자 진술과 관련해 이야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고, 이는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며 거짓 진술을 요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폭행 영상이 제3 자에게 유포될 것을 우려해 삭제를 언급했을 뿐, 원본 영상을 지우라는 뜻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합의금 천만 원도 영상 삭제의 대가로 준 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이 차관은 택시 기사가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 관여하거나 개입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사건을 내사 종결해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관 3명은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허용석/영상편집:이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