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돌풍에 두근대는 ‘보수의 심장’, 아직은 모른다

입력 2021.06.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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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일) 종일 대구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대구를 상징하는 '서문시장'에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언제 그런데 관심 갖습니까? 난 잘 모릅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대해 묻자 코로나19 여파로 힘들다며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 상인들과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속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 불고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구 서문시장대구 서문시장

■ "참신하고 혁신적"… 대구에도 '이준석 돌풍' ?

정치하시는 분들 연령층이 낮아지면 저희 30대나 40대, 그러니까 지금 가장 경제활동 많이 하고 있는 세대인 저희 의견을 많이 정치에 반영해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흐름으로 조금 더 젊은층이 나서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정치가 계속 이어지면 경제나 사회 전반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기잖아요. - 이정민 (대구 시민. 30대)

서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이정민 씨는 '이준석 돌풍'의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내 또래의 정치인'을 보며 '공감'과 '희망'의 가능성을 봤다는 말이었습니다.

참신함과 혁신을 이준석 후보의 강점으로 꼽는 대구 시민은 비슷한 또래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70대 이종권 씨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과감함이 이 후보의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면 그 분들이 점잖게 정치를 하고 자기 몸 보신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이제는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가 과감하게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해요. 아무래도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은 참신성이 있거든. 참신성. - 이종권 (대구 시민. 70대)

'0선 돌풍'이라 불리며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다는 겁니다.

■ "예의없다", "경륜 더 갖춰야" 우려도

하지만 대구 시민 모두가 이준석 돌풍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후보의 발언이 예의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른바 '사이다 발언'이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이 후보의 말들이 불편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예의가 없어요. 안 그렇습니까? 들어보니까. 자기도 부모 있잖아. 자기도 늙잖아. 그런데 연세 많은 사람들 보고 꼰대라 하고 그러면 안 되잖아. - 박범결 (대구 시민)

이 후보의 인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동시에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우려되는 건 아무래도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국회의원 몇 백 명 중에서 얼마나 따라올지는 모르지만. 힘이 없잖아요. 그게 좀 우려되는 부분이에요. - 전병호 (대구시민)

한 시장 상인은 솔직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지역 출신 의원이 대표가 되면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더 대구를 돌아보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 복잡한 지역 의원들 속내

서로 다른 민심을 바라보는 대구 지역 의원들의 마음도 복잡합니다. '새로움, 또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지금이라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평온할 때 당을 이끌어가는 대표와 내년 대선을 이기기 위한 당 대표는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말인거죠.
대구 시민들이 "과거처럼 틀에 박힌 사람이 또 당 대표가 되면 내년에 이길 수 있겠냐"
또 "2030 젊은 세대를 아우르며 이 당도 많이 변하는구나, 내년 대선에서는 꼭 승리해라"
이런 마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대구 지역 A 의원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눈으로 이준석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겁니다.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고,
선거 치르려면 역시 조직과 사람을 운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누가 되는 것이 좋을지,
또 우리 지역 출신이 나왔으니까 지역 출신을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대구 민심은 이렇게 3갈래로 나눠있는 겁니다. - 국민의힘 대구 지역 B 의원


■ 팔공산 갓바위는 알고 있을까?

이런 대구 시민들의 복잡한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요 ? 당 대표 후보들은 어제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민심에 호소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고, 대법원 판결까지 치열하게 법리를 다툰 사안이기에 그 판단은 존중한다"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생각이 당 내에서 공존할 수 있어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대구에서 '탄핵' 이야기를 꺼낸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총장의 합류를 염두에 둔 말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나경원 후보는 "박정희 공항을 짓겠다"며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수감된 두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며 "사면을 애걸하지 않겠지만, 반드시 바로 석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호영 후보도 "영남 배제론으로 15년째 당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사정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모욕해왔기 때문이다"라며 지역 당심을 자극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선거인단 비율은 28%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곳의 선택이 당을 움직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연 대구 시민들은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 최종 결과는 11일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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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돌풍에 두근대는 ‘보수의 심장’, 아직은 모른다
    • 입력 2021-06-04 16:47:26
    여심야심

어제(3일) 종일 대구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대구를 상징하는 '서문시장'에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언제 그런데 관심 갖습니까? 난 잘 모릅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대해 묻자 코로나19 여파로 힘들다며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 상인들과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속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 불고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구 서문시장
■ "참신하고 혁신적"… 대구에도 '이준석 돌풍' ?

정치하시는 분들 연령층이 낮아지면 저희 30대나 40대, 그러니까 지금 가장 경제활동 많이 하고 있는 세대인 저희 의견을 많이 정치에 반영해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흐름으로 조금 더 젊은층이 나서는 참신하고 혁신적인 정치가 계속 이어지면 경제나 사회 전반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기잖아요. - 이정민 (대구 시민. 30대)

서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이정민 씨는 '이준석 돌풍'의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내 또래의 정치인'을 보며 '공감'과 '희망'의 가능성을 봤다는 말이었습니다.

참신함과 혁신을 이준석 후보의 강점으로 꼽는 대구 시민은 비슷한 또래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70대 이종권 씨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과감함이 이 후보의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면 그 분들이 점잖게 정치를 하고 자기 몸 보신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이제는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가 과감하게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해요. 아무래도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은 참신성이 있거든. 참신성. - 이종권 (대구 시민. 70대)

'0선 돌풍'이라 불리며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다는 겁니다.

■ "예의없다", "경륜 더 갖춰야" 우려도

하지만 대구 시민 모두가 이준석 돌풍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후보의 발언이 예의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른바 '사이다 발언'이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이 후보의 말들이 불편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예의가 없어요. 안 그렇습니까? 들어보니까. 자기도 부모 있잖아. 자기도 늙잖아. 그런데 연세 많은 사람들 보고 꼰대라 하고 그러면 안 되잖아. - 박범결 (대구 시민)

이 후보의 인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동시에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우려되는 건 아무래도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국회의원 몇 백 명 중에서 얼마나 따라올지는 모르지만. 힘이 없잖아요. 그게 좀 우려되는 부분이에요. - 전병호 (대구시민)

한 시장 상인은 솔직히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지역 출신 의원이 대표가 되면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더 대구를 돌아보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 복잡한 지역 의원들 속내

서로 다른 민심을 바라보는 대구 지역 의원들의 마음도 복잡합니다. '새로움, 또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지금이라도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평온할 때 당을 이끌어가는 대표와 내년 대선을 이기기 위한 당 대표는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말인거죠.
대구 시민들이 "과거처럼 틀에 박힌 사람이 또 당 대표가 되면 내년에 이길 수 있겠냐"
또 "2030 젊은 세대를 아우르며 이 당도 많이 변하는구나, 내년 대선에서는 꼭 승리해라"
이런 마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대구 지역 A 의원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눈으로 이준석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겁니다.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고,
선거 치르려면 역시 조직과 사람을 운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누가 되는 것이 좋을지,
또 우리 지역 출신이 나왔으니까 지역 출신을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대구 민심은 이렇게 3갈래로 나눠있는 겁니다. - 국민의힘 대구 지역 B 의원


■ 팔공산 갓바위는 알고 있을까?

이런 대구 시민들의 복잡한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요 ? 당 대표 후보들은 어제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민심에 호소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고, 대법원 판결까지 치열하게 법리를 다툰 사안이기에 그 판단은 존중한다"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생각이 당 내에서 공존할 수 있어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대구에서 '탄핵' 이야기를 꺼낸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총장의 합류를 염두에 둔 말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나경원 후보는 "박정희 공항을 짓겠다"며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수감된 두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며 "사면을 애걸하지 않겠지만, 반드시 바로 석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호영 후보도 "영남 배제론으로 15년째 당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사정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모욕해왔기 때문이다"라며 지역 당심을 자극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선거인단 비율은 28%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곳의 선택이 당을 움직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연 대구 시민들은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 최종 결과는 11일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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