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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라진 수천억짜리 ‘바다 숲’…이유는?
입력 2021.06.05 (06:54) 수정 2021.06.05 (07:36) 뉴스광장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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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26회 세계 환경의 날이죠.

우리나라 연안의 34%가 해양 생물이 살기 어려운 '바다 사막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바다 생태를 복원하겠다며 인공적으로 해조류를 심는 '바다 숲'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바다 숲 상당수가 이식한 해조류가 정착하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바다 숲 16만㎡를 조성한 제주 앞바다.

해조류를 심은 곳에 KBS 수중 취재팀이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수심 13미터 바닥, 2~3년생 감태를 이식해 넣은 인공 구조물을 발견했지만, 정작 감태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지점, 밧줄은 끊어져 있고, 부착생물만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이식한 해조류가 1년도 안 돼 모두 죽은 겁니다.

[김○○/잠수부/음성변조 : "어떤 상황이냐면 별 효과가 없어요. 옆에 어초에 갔는데 거기는 (감태가) 거의 없어요."]

또 다른 바다 숲도 사정은 마찬가지, 해조류가 잘 정착한 곳과 한눈에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바다 숲은 이 밧줄에 해조류를 매달아 인공어초와 함께 서식지를 조성하는 건데요.

이후에는 인공어초 주변으로 서식지를 자연스럽게 넓혀가게 됩니다.

KBS가 확인한 제주 바다 숲 6곳 중 4곳은 현재로선 서식지 조성에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해조류 전문가/음성변조 : "(구조물 밧줄에 감태가) 전혀 없는 가운데서 이렇게 (주변에만) 있다는 건 우리가 (예산을 투입해) 노력한 대가는 아니라는 거죠."]

7년 동안 바다 숲 사업을 한 동해안은 어떨까?

해조류 대신 폐그물만 엉켜있고, 인공 구조물들만 떼 지어 방치돼 있습니다.

수억씩 들여 다시 심기를 여러 차례, 하지만 바닷속 암반엔 여전히 백화현상, 즉 갯녹음이 보입니다.

[홍성문/강릉 영진 어촌계장 : "감태 자체가 우리 동해에서는 나지 않는 풀이니까. 여기에 맞지 않는가 봐요. 이건 잘못됐다고 봐야죠."]

서식 환경에 맞지 않는 남해안 산 해조류를 전국의 바다에 옮겨 심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형근/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 교수 : "먼 곳에서 (가져와서) 해조류를 이식하지 말고, 그곳에 나는 종의 특성을 잘 밝히고…."]

심는 시기도 문제입니다.

해조류는 가을에 싹을 터서 다음 해 초여름에 포자를 뿌려야 하는데, 정작 심는 건 예산이 나오는 봄, 가을입니다.

[이○○/잠수부/음성변조 : "저희도 욕하면서 일해요. 어차피 과업 기간이 있으니까 우리도 하면서 이걸 지금 왜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거예요."]

사업을 총괄하는 수산자원공단은 바다 숲 조성 후 4년 뒤엔 자치단체에 관리를 넘깁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전체 바다 숲 194곳 중 지자체가 관리를 맡은 111곳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산자원공단은 바다 숲 조성으로 전체 바다의 백화현상 면적을 줄이는 성과가 있었던 만큼, 사업은 지속하면서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3년간 들어간 예산만 3천억 원, 올해도 300억 원이 사업에 투입됩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홍성백 송혜성/그래픽:한종헌/문자그래픽 :기연지
  • ‘숲’ 사라진 수천억짜리 ‘바다 숲’…이유는?
    • 입력 2021-06-05 06:54:10
    • 수정2021-06-05 07:36:51
    뉴스광장 1부
[앵커]

오늘은 26회 세계 환경의 날이죠.

우리나라 연안의 34%가 해양 생물이 살기 어려운 '바다 사막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바다 생태를 복원하겠다며 인공적으로 해조류를 심는 '바다 숲'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바다 숲 상당수가 이식한 해조류가 정착하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박영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바다 숲 16만㎡를 조성한 제주 앞바다.

해조류를 심은 곳에 KBS 수중 취재팀이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수심 13미터 바닥, 2~3년생 감태를 이식해 넣은 인공 구조물을 발견했지만, 정작 감태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지점, 밧줄은 끊어져 있고, 부착생물만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이식한 해조류가 1년도 안 돼 모두 죽은 겁니다.

[김○○/잠수부/음성변조 : "어떤 상황이냐면 별 효과가 없어요. 옆에 어초에 갔는데 거기는 (감태가) 거의 없어요."]

또 다른 바다 숲도 사정은 마찬가지, 해조류가 잘 정착한 곳과 한눈에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바다 숲은 이 밧줄에 해조류를 매달아 인공어초와 함께 서식지를 조성하는 건데요.

이후에는 인공어초 주변으로 서식지를 자연스럽게 넓혀가게 됩니다.

KBS가 확인한 제주 바다 숲 6곳 중 4곳은 현재로선 서식지 조성에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해조류 전문가/음성변조 : "(구조물 밧줄에 감태가) 전혀 없는 가운데서 이렇게 (주변에만) 있다는 건 우리가 (예산을 투입해) 노력한 대가는 아니라는 거죠."]

7년 동안 바다 숲 사업을 한 동해안은 어떨까?

해조류 대신 폐그물만 엉켜있고, 인공 구조물들만 떼 지어 방치돼 있습니다.

수억씩 들여 다시 심기를 여러 차례, 하지만 바닷속 암반엔 여전히 백화현상, 즉 갯녹음이 보입니다.

[홍성문/강릉 영진 어촌계장 : "감태 자체가 우리 동해에서는 나지 않는 풀이니까. 여기에 맞지 않는가 봐요. 이건 잘못됐다고 봐야죠."]

서식 환경에 맞지 않는 남해안 산 해조류를 전국의 바다에 옮겨 심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형근/강릉원주대 해양자원육성학과 교수 : "먼 곳에서 (가져와서) 해조류를 이식하지 말고, 그곳에 나는 종의 특성을 잘 밝히고…."]

심는 시기도 문제입니다.

해조류는 가을에 싹을 터서 다음 해 초여름에 포자를 뿌려야 하는데, 정작 심는 건 예산이 나오는 봄, 가을입니다.

[이○○/잠수부/음성변조 : "저희도 욕하면서 일해요. 어차피 과업 기간이 있으니까 우리도 하면서 이걸 지금 왜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거예요."]

사업을 총괄하는 수산자원공단은 바다 숲 조성 후 4년 뒤엔 자치단체에 관리를 넘깁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전체 바다 숲 194곳 중 지자체가 관리를 맡은 111곳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산자원공단은 바다 숲 조성으로 전체 바다의 백화현상 면적을 줄이는 성과가 있었던 만큼, 사업은 지속하면서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3년간 들어간 예산만 3천억 원, 올해도 300억 원이 사업에 투입됩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조정석 홍성백 송혜성/그래픽:한종헌/문자그래픽 :기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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