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북녘땅 앞에 펼쳐진 전시회…‘다시, 평화!’

입력 2021.06.05 (08:23) 수정 2021.06.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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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명절 때가 되면 임진각 찾으시는 실향민분들 많으실 텐데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북한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네. 분단의 아픔이 서려 있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DMZ 아트프로젝트 ‘다시 평화’라는 제목의 전시회인데요. 드넓은 공원에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더라고요.

[앵커]

전시회 장소가 임진각이어서 더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멀지 않은 임진각에는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경의선 열차가 지나다니던 철교가 있는데요.

전시회장을 둘러보니까 분단, 평화 이런 단어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북녘땅 앞에서 펼쳐진 평화전시회!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북녘땅 근처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애환이 깃든 임진각... 경의선 열차가 다니던 자유의 다리는 실향민들에게는 고향 가는 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엔 시민들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요.

나지막한 언덕 위... 사람 모양의 거대한 조각상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철길을 지지하던 폐침목과 산업 폐기물로 만들어진 정현 작가의 ‘서 있는 사람’이란 작품인데요.

[정현/‘서 있는 사람’ 작가 : "침목 수명이 평균 14년이라 그래요. 14년 동안 계속 바퀴 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눌려서 오는 흠집들이에요."]

전쟁의 참상을 딛고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 당시 정현 작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목격한 기차에 실려 가던 탱크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뼈아픈 세월을 견뎌낸 폐침목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정현/‘서 있는 사람’ 작가 : "(폐침목에) 시련과 고통의 흠집들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걸 보면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각자의 힘든 현상들에 대해서 잘 견딘 시련들은 힘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작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현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내 공간에선 화려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히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김종길/DMZ 아트프로젝트 예술 감독 : "이 조명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전구예요. 개성공단에서 나오면서 싣고 나온 전구를 섭외해서 샹들리에로 만든 거죠."]

하얀 전구에 다양한 색의 테이프를 붙이고, 철책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모습을 표현했는데요.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거칠지만 어딘가 서글퍼 보이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송창/‘해빙’,‘드렁칡’ 작가 "겨울철에 임진강 강물이 얼었다가 풀리면서 북한에서 흘러서 남으로 내려와서 다시 또 한강으로 합쳐서 내려가고 그런 강물의 의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송창 작가는 40년 가까이 분단과 관련된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요. 이번엔 접경 지역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송창/‘해빙’,‘드렁칡’ 작가 : "백령도에서 고성까지 모든 DMZ 부분을 다 다녀봤고 많은 작업이 이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데요. 두 개가(남북이) 다시 합쳐질 때까지 이런 작업이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작품 하나하나에 관람객들도 진심을 느끼게 됩니다.

[김홍민/관람객 : "분단의 아픔을 잘 표현해 주신 거 같아서 좋고요.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고, 그런 부분들이 잘 어우러지면 남북 관계나 교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총 3개의 팀, 11명의 작가가 전시회에 참여했는데요. 분단을 상징하던 임진각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평화를 염원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김종길/DMZ 아트프로젝트 예술 감독 : "여기가 분단의 아주 비극적인 대립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예술을 통해서 남과 북이 원래 하나였고 다시 만나야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거든요."]

작가들의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으로 한반도 평화의 이미지들이 탄생했는데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해서 평화로운 한반도의 모습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공원 한쪽에 어린이들이 모여있습니다.

강익중 작가의 ‘꿈의 다리’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이어붙여 임진강에 다리를 설치하는 작업입니다.

["오른쪽 밑에 있는 네모 칸이 보이시죠?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꿈과 미래를 네모 속에 마음껏 표현해 주세요."]

약 8cm 정도 되는 작은 정사각형 종이에 고사리손으로 다양한 꿈들을 채워 넣는데요.

특히 비무장지대에 있는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온 어린이들에게 이번 체험은 특별했습니다.

[김선유/대성동초등학교 학생 : "북한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서요. 휴전선이 부서져야지 북한이랑 남한이 맘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시와 음악 그리고 마임이 결합한 ‘DMZ 평화의 서사’라는 문학 공연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대식/갈마에서 한 철 : "지금 모든 선은 이곳에서 끝난다. 선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시 낭송과 함께 평화를 몸짓으로 표현한 마임 공연은 조금 색다른 모습입니다.

[김흥남/마임 공연가 : "한 사람을 정해서 인생에서 겪었던 일들을 표현해 보자 생각했고요. 고향이나 친구 또는 부모님 평화 이런 걸 기다리는 것을 표현하고자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공연에선 ‘임진강’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데요. 북한의 ‘애국가’를 작사한 박세영 시인이 남쪽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노랫말을 썼다고 합니다.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실향의 아픔을 표현한 절절한 가사가 어린이 관람객들의 마음에도 와닿았습니다.

[김서우/초등학생 관람객 : "통일하면 더 재미있고 좋을 거 같아서 북한 친구들도 사귀어 보고 싶어서 관심 갖게 됐어요. 이 공연으로 북한이랑 통일이 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북녘땅 앞에서 펼쳐진 평화전시회... ‘다시 평화’라는 제목처럼 임진각에서 시작된 평화의 물결이 한반도 전역에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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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북녘땅 앞에 펼쳐진 전시회…‘다시, 평화!’
    • 입력 2021-06-05 08:23:04
    • 수정2021-06-05 08: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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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명절 때가 되면 임진각 찾으시는 실향민분들 많으실 텐데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북한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네. 분단의 아픔이 서려 있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DMZ 아트프로젝트 ‘다시 평화’라는 제목의 전시회인데요. 드넓은 공원에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더라고요.

[앵커]

전시회 장소가 임진각이어서 더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멀지 않은 임진각에는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경의선 열차가 지나다니던 철교가 있는데요.

전시회장을 둘러보니까 분단, 평화 이런 단어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북녘땅 앞에서 펼쳐진 평화전시회!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북녘땅 근처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애환이 깃든 임진각... 경의선 열차가 다니던 자유의 다리는 실향민들에게는 고향 가는 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엔 시민들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요.

나지막한 언덕 위... 사람 모양의 거대한 조각상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철길을 지지하던 폐침목과 산업 폐기물로 만들어진 정현 작가의 ‘서 있는 사람’이란 작품인데요.

[정현/‘서 있는 사람’ 작가 : "침목 수명이 평균 14년이라 그래요. 14년 동안 계속 바퀴 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눌려서 오는 흠집들이에요."]

전쟁의 참상을 딛고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 당시 정현 작가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목격한 기차에 실려 가던 탱크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뼈아픈 세월을 견뎌낸 폐침목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정현/‘서 있는 사람’ 작가 : "(폐침목에) 시련과 고통의 흠집들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걸 보면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각자의 힘든 현상들에 대해서 잘 견딘 시련들은 힘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작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현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내 공간에선 화려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히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김종길/DMZ 아트프로젝트 예술 감독 : "이 조명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전구예요. 개성공단에서 나오면서 싣고 나온 전구를 섭외해서 샹들리에로 만든 거죠."]

하얀 전구에 다양한 색의 테이프를 붙이고, 철책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모습을 표현했는데요.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거칠지만 어딘가 서글퍼 보이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송창/‘해빙’,‘드렁칡’ 작가 "겨울철에 임진강 강물이 얼었다가 풀리면서 북한에서 흘러서 남으로 내려와서 다시 또 한강으로 합쳐서 내려가고 그런 강물의 의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송창 작가는 40년 가까이 분단과 관련된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요. 이번엔 접경 지역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송창/‘해빙’,‘드렁칡’ 작가 : "백령도에서 고성까지 모든 DMZ 부분을 다 다녀봤고 많은 작업이 이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데요. 두 개가(남북이) 다시 합쳐질 때까지 이런 작업이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분단의 애환이 서려 있는 작품 하나하나에 관람객들도 진심을 느끼게 됩니다.

[김홍민/관람객 : "분단의 아픔을 잘 표현해 주신 거 같아서 좋고요.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고, 그런 부분들이 잘 어우러지면 남북 관계나 교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총 3개의 팀, 11명의 작가가 전시회에 참여했는데요. 분단을 상징하던 임진각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평화를 염원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김종길/DMZ 아트프로젝트 예술 감독 : "여기가 분단의 아주 비극적인 대립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예술을 통해서 남과 북이 원래 하나였고 다시 만나야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목적이기도 하거든요."]

작가들의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으로 한반도 평화의 이미지들이 탄생했는데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해서 평화로운 한반도의 모습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공원 한쪽에 어린이들이 모여있습니다.

강익중 작가의 ‘꿈의 다리’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이어붙여 임진강에 다리를 설치하는 작업입니다.

["오른쪽 밑에 있는 네모 칸이 보이시죠?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꿈과 미래를 네모 속에 마음껏 표현해 주세요."]

약 8cm 정도 되는 작은 정사각형 종이에 고사리손으로 다양한 꿈들을 채워 넣는데요.

특히 비무장지대에 있는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온 어린이들에게 이번 체험은 특별했습니다.

[김선유/대성동초등학교 학생 : "북한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서요. 휴전선이 부서져야지 북한이랑 남한이 맘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시와 음악 그리고 마임이 결합한 ‘DMZ 평화의 서사’라는 문학 공연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대식/갈마에서 한 철 : "지금 모든 선은 이곳에서 끝난다. 선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시 낭송과 함께 평화를 몸짓으로 표현한 마임 공연은 조금 색다른 모습입니다.

[김흥남/마임 공연가 : "한 사람을 정해서 인생에서 겪었던 일들을 표현해 보자 생각했고요. 고향이나 친구 또는 부모님 평화 이런 걸 기다리는 것을 표현하고자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공연에선 ‘임진강’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데요. 북한의 ‘애국가’를 작사한 박세영 시인이 남쪽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노랫말을 썼다고 합니다.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실향의 아픔을 표현한 절절한 가사가 어린이 관람객들의 마음에도 와닿았습니다.

[김서우/초등학생 관람객 : "통일하면 더 재미있고 좋을 거 같아서 북한 친구들도 사귀어 보고 싶어서 관심 갖게 됐어요. 이 공연으로 북한이랑 통일이 더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북녘땅 앞에서 펼쳐진 평화전시회... ‘다시 평화’라는 제목처럼 임진각에서 시작된 평화의 물결이 한반도 전역에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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