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의 기권 ‘전략적 후퇴인가? 무책임한 회피인가?’

입력 2021.06.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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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39)는 올해 8월 드디어 불혹의 나이인 40세가 된다. 극심한 체력 소모가 있는 테니스 종목에서 40세까지 세계 정상의 기량을 유지한 예는 없다. 1970년대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은 미국의 지미 코너스가 1991년 39세의 나이에 US오픈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당시 코너스의 세계 랭킹은 174위였다.

하지만 페더러는 여전히 메이저 대회 우승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 가운데 하나는 페더러 특유의 '선택과 집중'.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작은 규모의 대회 출전을 피하고, 뚜렷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큰 대회 위주로 나가는 현명한 일정 관리로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더러의 프랑스오픈 기권은 팬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페더러는 도미니크 코퍼(독일)와의 남자 단식 32강전을 치르고 난 직후 대회 기권을 SNS를 통해 발표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부상 재발 방지. 지난해 양쪽 무릎에 두 차례의 수술을 받은 페더러는 "몸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포기했다.


그런데 사실 페더러는 코퍼와의 32강전 때부터 기권을 생각했다. 3시간 35분여 접전을 펼치고 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페더러는 "16강 베레티니와의 경기에 뛸 것인지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메이저 대회는 매 경기가 끝난 다음 날 하루 휴식이 부여되는데, 몸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기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페더러의 기권은 2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 우승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클레이보다 잔디 코트에 강한 페더러가 현실적으로 우승할 가능성이 큰 메이저 대회는 윔블던뿐이다. 특히 공의 빠르기가 느리고 체력 소모가 큰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은 페더러의 우승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대회였다. 게다가 프랑스오픈 대회가 끝난 직후인 14일부터는 잔디 코트의 마지막 워밍업 대회인 할레 오픈이 개최되는데, 프랑스오픈에서 8강이나 4강 이후까지 경기하게 되면 이 대회 참가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페더러의 기권은 결국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페더러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자주는 아니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해 대회 출전을 포기하거나 경기를 기권한 적이 있었다. 2017년 윔블던 우승을 위해 클레이 전체 시즌을 걸렀고,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조국 스위스의 데이비스컵 우승을 위해,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투어 파이널스 조코비치와의 결승전에 기권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많은 결정이었다.

페더러의 기권은 윔블던 통산 9번째 우승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이에 대해 일부 팬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대회에 출전했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페더러의 기권으로 베레티니는 16강전을 치르지 않고 8강에 무혈 입성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팬들은 "페더러의 나이가 40살에 이르렀고, 지난해 두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아 조심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노장의 선택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오픈 조직위는 페더러의 기권 결정에 대해 "페더러의 기권 결정이 안타깝다. 그러나 그는 3차례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며 감사의 뜻과 함께 내심 페더러-베레티니라는 16강전 빅카드가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을 일으킨 페더러의 기권 결정은 결국 2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에서 페더러가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느냐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을 전망이다. 페더러는 현재 자신의 라이벌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메이저 통산 최다 우승(20회) 기록을 나란히 보유하고 있는데, 나달이 프랑스오픈에서 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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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더러의 기권 ‘전략적 후퇴인가? 무책임한 회피인가?’
    • 입력 2021-06-07 13:47:59
    스포츠K

로저 페더러(39)는 올해 8월 드디어 불혹의 나이인 40세가 된다. 극심한 체력 소모가 있는 테니스 종목에서 40세까지 세계 정상의 기량을 유지한 예는 없다. 1970년대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은 미국의 지미 코너스가 1991년 39세의 나이에 US오픈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지만, 당시 코너스의 세계 랭킹은 174위였다.

하지만 페더러는 여전히 메이저 대회 우승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 가운데 하나는 페더러 특유의 '선택과 집중'.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작은 규모의 대회 출전을 피하고, 뚜렷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큰 대회 위주로 나가는 현명한 일정 관리로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더러의 프랑스오픈 기권은 팬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페더러는 도미니크 코퍼(독일)와의 남자 단식 32강전을 치르고 난 직후 대회 기권을 SNS를 통해 발표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부상 재발 방지. 지난해 양쪽 무릎에 두 차례의 수술을 받은 페더러는 "몸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포기했다.


그런데 사실 페더러는 코퍼와의 32강전 때부터 기권을 생각했다. 3시간 35분여 접전을 펼치고 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페더러는 "16강 베레티니와의 경기에 뛸 것인지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메이저 대회는 매 경기가 끝난 다음 날 하루 휴식이 부여되는데, 몸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기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페더러의 기권은 2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 우승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클레이보다 잔디 코트에 강한 페더러가 현실적으로 우승할 가능성이 큰 메이저 대회는 윔블던뿐이다. 특히 공의 빠르기가 느리고 체력 소모가 큰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은 페더러의 우승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대회였다. 게다가 프랑스오픈 대회가 끝난 직후인 14일부터는 잔디 코트의 마지막 워밍업 대회인 할레 오픈이 개최되는데, 프랑스오픈에서 8강이나 4강 이후까지 경기하게 되면 이 대회 참가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페더러의 기권은 결국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페더러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자주는 아니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해 대회 출전을 포기하거나 경기를 기권한 적이 있었다. 2017년 윔블던 우승을 위해 클레이 전체 시즌을 걸렀고,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조국 스위스의 데이비스컵 우승을 위해,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투어 파이널스 조코비치와의 결승전에 기권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많은 결정이었다.

페더러의 기권은 윔블던 통산 9번째 우승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이에 대해 일부 팬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대회에 출전했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페더러의 기권으로 베레티니는 16강전을 치르지 않고 8강에 무혈 입성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팬들은 "페더러의 나이가 40살에 이르렀고, 지난해 두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아 조심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노장의 선택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오픈 조직위는 페더러의 기권 결정에 대해 "페더러의 기권 결정이 안타깝다. 그러나 그는 3차례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며 감사의 뜻과 함께 내심 페더러-베레티니라는 16강전 빅카드가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을 일으킨 페더러의 기권 결정은 결국 2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에서 페더러가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느냐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을 전망이다. 페더러는 현재 자신의 라이벌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메이저 통산 최다 우승(20회) 기록을 나란히 보유하고 있는데, 나달이 프랑스오픈에서 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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