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부산 지역 전문대…부산시와 손잡고 위기 돌파?

입력 2021.06.07 (16:21) 수정 2021.06.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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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부산 전문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동의과학대 물리치료과 실습수업 장면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부산 전문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동의과학대 물리치료과 실습수업 장면

■ 신입생 충원율 70%대 '충격적 감소'…학생 채우기 벅찬 지방 전문대

물리치료 실습이 한창인 부산의 한 전문대학교 물리치료과 실습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제한적이지만, 물리치료과 실습 강의에선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가고시만 합격하면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취업이 확정되기 때문에 실습 수업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려는 열기가 뜨겁습니다.

취업하기 싫은 사람 빼고는 다 취업한다는 전문대 물리치료과. 그래서 신입생 경쟁률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3명을 뽑는 특성화고 전형에서는 5백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정원외 인원인 대학 졸업자 전형에는 서울지역 대학 졸업자들도 대거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보건계열, 미용 계열 학과 빼고 전문대의 올해 신입생 충원은 거의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부산의 8개 전문대학의 올해 신입생 평균 등록률은 75.1%로, 지난해 85.8%보다 10% 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전체 미충원 인원은 지난해 1,486명에서 올해 2,519명으로 천 명 이상 늘었습니다.

■ '취업률 저조' 비인기학과 통폐합, 과감하게 정원 축소 …전문대 구조조정 '시동'

부산에서 올해 신입생 모집 인원이 2천 명이 넘는 곳은 경남정보대와 동의과학대 2곳으로, 부·울·경 지역 웬만한 4년제 일반대보다 규모가 큰 전문대입니다.

두 대학 모두 과거 공업전문대학에서 출발해 전통적으로 공학계열 비중이 높은 곳인데, 올해 전기전자, 컴퓨터 등과 관련된 학과는 정원을 채운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전문대인 경남전문대도 올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년 모집 규모를 1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부산에서 가장 큰 전문대인 경남전문대도 올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년 모집 규모를 1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전문대 공학 계열 미충원 현상은 지역 4년제 대학의 미달 사태와 이어진 문제입니다. 전문대 공학계열에 갈 만한 학생들이 4년제 대학 공대로 갈아탔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이들 대학은 취업률과 충원율이 낮은 학과를 대규모로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동의과학대는 5개 학과를 폐지하기로 하고, 내년 모집정원을 올해 2,141명보다 469명 적은 1,672명만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경남정보대도 모집 인원을 2,549명에서 302명 줄인 2,247명만 뽑기로 했는데 중복되는 학과를 통폐합해 7개 학부로 재편했습니다.

이 두 곳을 포함해 부산 8개 전문대가 감축하는 인원은 올해 신입생 모집인원의 13%에 달하는 1,287명입니다. 이 인원은 올해 미충원 규모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로, 내년 신입생 모집에 앞서 인원을 감축해 내년 충원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 지역 전문대의 '혹독한 구조조정'에도 전망은 '비관적'

혹독한 인원 감축이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벗어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대는 앞으로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 18세 이하 인구는 계속 줄고 있지만, 지난 10년 사이 수도권 대학생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학생 수는 줄어도 서울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줄지 않으니, 지역 전문대는 한계점까지 인원을 줄여도 학생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서울, 수도권으로 학생이 집중돼 지역 대학들은 고사 위기에 빠지고, 지역 기업들은 또 채용난, 인력난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가 지역 대학 문제에 팔을 걷고 함께 나서기로 했습니다.

■ 지역 대학 구원투수로 나선 지자체, '부산산학협력센터(가칭)' 설립 가시화

부산시는 지난 4일 처음으로 '지역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대학 총장 간담회'를 열고, 전문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전문대 총장들은 이 자리에서 부산시가 산학협력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게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배순철 대동대 총장은 "그동안 전문대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산학협력 MOU도 맺었는데, 이는 교육부 기준을 맞춰 부실대학으로 평가받지 않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며 "부산시가 산학협력의 매개가 돼주길 기대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역 대학의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치단체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대학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대학 특성화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산학협력지원센터 설립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학별로 추진해왔던 산학협력은 단발성에 그쳐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김기환 부산시 성장전략국장은 "개별 대학이 기업과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데 부족했던 기업 부분을 지자체가 나서 대학과 기업을 이어주게 될 예정"이라며 "대학과 기업 간 협력체계를 구축을 돕는 것이 센터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과 정보산업인력 육성, ICT 오픈 캠퍼스 구축 등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산학협력 혁신도시에 132억 원을 반영했습니다.

부산시는 또 이르면 올해 안에 산학협력지원센터를 관계기관 안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위기에 빠진 지역대학이 부산시와 손을 잡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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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부산 지역 전문대…부산시와 손잡고 위기 돌파?
    • 입력 2021-06-07 16:21:49
    • 수정2021-06-07 16:23:31
    취재K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부산 전문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동의과학대 물리치료과 실습수업 장면
■ 신입생 충원율 70%대 '충격적 감소'…학생 채우기 벅찬 지방 전문대

물리치료 실습이 한창인 부산의 한 전문대학교 물리치료과 실습실.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제한적이지만, 물리치료과 실습 강의에선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가고시만 합격하면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취업이 확정되기 때문에 실습 수업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려는 열기가 뜨겁습니다.

취업하기 싫은 사람 빼고는 다 취업한다는 전문대 물리치료과. 그래서 신입생 경쟁률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3명을 뽑는 특성화고 전형에서는 5백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정원외 인원인 대학 졸업자 전형에는 서울지역 대학 졸업자들도 대거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보건계열, 미용 계열 학과 빼고 전문대의 올해 신입생 충원은 거의 절망적인 수준입니다. 부산의 8개 전문대학의 올해 신입생 평균 등록률은 75.1%로, 지난해 85.8%보다 10% 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전체 미충원 인원은 지난해 1,486명에서 올해 2,519명으로 천 명 이상 늘었습니다.

■ '취업률 저조' 비인기학과 통폐합, 과감하게 정원 축소 …전문대 구조조정 '시동'

부산에서 올해 신입생 모집 인원이 2천 명이 넘는 곳은 경남정보대와 동의과학대 2곳으로, 부·울·경 지역 웬만한 4년제 일반대보다 규모가 큰 전문대입니다.

두 대학 모두 과거 공업전문대학에서 출발해 전통적으로 공학계열 비중이 높은 곳인데, 올해 전기전자, 컴퓨터 등과 관련된 학과는 정원을 채운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전문대인 경남전문대도 올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년 모집 규모를 1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전문대 공학 계열 미충원 현상은 지역 4년제 대학의 미달 사태와 이어진 문제입니다. 전문대 공학계열에 갈 만한 학생들이 4년제 대학 공대로 갈아탔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이들 대학은 취업률과 충원율이 낮은 학과를 대규모로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동의과학대는 5개 학과를 폐지하기로 하고, 내년 모집정원을 올해 2,141명보다 469명 적은 1,672명만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경남정보대도 모집 인원을 2,549명에서 302명 줄인 2,247명만 뽑기로 했는데 중복되는 학과를 통폐합해 7개 학부로 재편했습니다.

이 두 곳을 포함해 부산 8개 전문대가 감축하는 인원은 올해 신입생 모집인원의 13%에 달하는 1,287명입니다. 이 인원은 올해 미충원 규모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로, 내년 신입생 모집에 앞서 인원을 감축해 내년 충원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 지역 전문대의 '혹독한 구조조정'에도 전망은 '비관적'

혹독한 인원 감축이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벗어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대는 앞으로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 18세 이하 인구는 계속 줄고 있지만, 지난 10년 사이 수도권 대학생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학생 수는 줄어도 서울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줄지 않으니, 지역 전문대는 한계점까지 인원을 줄여도 학생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서울, 수도권으로 학생이 집중돼 지역 대학들은 고사 위기에 빠지고, 지역 기업들은 또 채용난, 인력난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데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가 지역 대학 문제에 팔을 걷고 함께 나서기로 했습니다.

■ 지역 대학 구원투수로 나선 지자체, '부산산학협력센터(가칭)' 설립 가시화

부산시는 지난 4일 처음으로 '지역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대학 총장 간담회'를 열고, 전문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전문대 총장들은 이 자리에서 부산시가 산학협력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게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배순철 대동대 총장은 "그동안 전문대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산학협력 MOU도 맺었는데, 이는 교육부 기준을 맞춰 부실대학으로 평가받지 않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며 "부산시가 산학협력의 매개가 돼주길 기대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역 대학의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치단체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대학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대학 특성화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산학협력지원센터 설립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학별로 추진해왔던 산학협력은 단발성에 그쳐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김기환 부산시 성장전략국장은 "개별 대학이 기업과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데 부족했던 기업 부분을 지자체가 나서 대학과 기업을 이어주게 될 예정"이라며 "대학과 기업 간 협력체계를 구축을 돕는 것이 센터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과 정보산업인력 육성, ICT 오픈 캠퍼스 구축 등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산학협력 혁신도시에 132억 원을 반영했습니다.

부산시는 또 이르면 올해 안에 산학협력지원센터를 관계기관 안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위기에 빠진 지역대학이 부산시와 손을 잡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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