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스타트업 직장 갑질 심각

입력 2021.06.0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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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IT 기업 직장갑질·노동법 위반 심각 … 괴롭힘 신고했더니 “맞을 짓 했다”
-가해자 중 대표이사가 대다수..."스타트업이라 근로기준법 위반해도 돼"
-괴롭힘 1건당 기업 손실비용 1,550만 원.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악영향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사례1>
스타트업 회사에 경력직으로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한 A 씨. 회사에서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업무를 시켰지만 스타트업 특성상 다양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A 씨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표의 화와 고함 소리. 일을 못 한다며 무시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주며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하며 그만둔 직원들도 여럿이다. 신입 직원 앞에서 모욕을 줘 죽고 싶기도 했던 A 씨는 불면증, 우울증이 심해지고 수면제 없이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2021년 5월)


<사례2>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다 대표에게 2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해고당한 C 씨. 오전 8시 출근해 점심시간도 없이 밤늦도록 일을 했고 휴일에서 출근했다. 그러나 대표는 C 씨에게 ‘생산성이 낮아서 야근한다’며 직원들 앞에서 조롱했다. C 씨가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대표는 경위서를 쓰게 하고 연봉을 40% 삭감했다. C 씨가 하던 보직을 변경해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을 시켰다. 대표는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으며, C 씨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하고 구토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2021년 4월)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년 되가는데... 현 상황은?

기존 대기업과는 다른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운영된다고 알려진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에서 일어나는 직장 갑질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6일 공개한 스타트업·IT 기업 내 ‘갑질’ 사례입니다. 올해 1-5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제보를 조사한 결과, 1천14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532건으로 전체의 52.5%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네이버의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 이어 카카오의 한 임원이 직원의 업무 인수인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폭언 뒤 폭행을 가해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처분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넷마블, 에스티유니타스 등 IT 회사에서 임금체불과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 등 근로기준법 위반 내용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갑질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입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IT 업계 양 모 회장은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는 7월 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 위 2, 3)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입니다.

근로기준법 76조의 2에 직장 내 괴롭힘은 ①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 괴롭힘 1건당 기업 손실비용 1,550만 원. 개인뿐 아니라 회사에도 악영향

<사례3>
스타트업 입사 이후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 폭언을 당한 B 씨. 대부분이 처음 해보는 일이고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는데, 일 처리를 잘하지 못했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폭언을 일삼는 직속 상사. “야 너 할 줄 아는 게 뭐야?”, “일을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어?” “오늘부터 밤새워서 일해 볼래?” 갑자기 폭언을 퍼붓는 바람에 녹음하기도 쉽지 않아... 대표에게 상사의 폭언에 대해 상의했지만, 이를 유발하는 사람도 잘못일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2021년 4월)

근로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에서 존엄성을 침해받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며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훼손하고 인격을 침해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우리 사회에서 버려둘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인데요.

직장장 내 괴롭힘은 피해근로자의 마음건강을 훼손시키며 정신장애,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겪게 하거나 때로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기까지 만듭니다. 이는 또한 기업의 조직문화와 인간관계를 파괴 시키는 행위이며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1건으로 기업에 발생하는 손실비용은 최소 1,550만 원 수준(중견기업 기준)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산업별 연구결과(2016년)에 따르면 제조업이 약 9,647억 원, 도·소매업도 약 6,5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또한, 15개 산업 분야에서의 인건비 손실을 모두 합치면 연간 총 4조 7,835억 원의 비용이 추산된다고 밝혔는데요. 이로써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 개인만이 아닌 회사에 대해서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 일본, 괴롭힘 피해 보장하는 보험상품 4배 증가... '갑질 감수성' 수반돼야

일본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보험 판매가 4년 동안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5월에 우리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유사한 법률개정이 신설됐습니다.

일본 내의 갑질 행위에 대한 관심 증대와 방지 관련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관련 피해를 보장하는 기업성 보험상품 판매가 증가한 것인데요. 괴롭힘·갑질 보험은 직장 내 상소·동료 등으로부터 근로자가 피해를 본 경우 회사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근로자의 배상책임 청구에 대비하는 기업성 보험상품으로, 해당 상품의 가입 증가는 일본사회에 괴롭힘에 대한 인식 수준이 상승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2020년)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중 약 6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중 반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단순 내사종결 사건들인데요. 이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훨씬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보호가 더욱 절실한 이유지요.

직장 상사의 갑질은 회사에, 대표이사의 갑질은 노동청에 신고하면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 되면 ①지체없이 조사 ②피해자 보호 ③가해자 징계를 해야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처럼 피해자의 시간과 맥락 속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정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괴로움을 이해하는 ‘갑질 감수성’이 수반된다면 좀 더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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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회사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스타트업 직장 갑질 심각
    • 입력 2021-06-08 07:03:25
    취재K
-IT 기업 직장갑질·노동법 위반 심각 … 괴롭힘 신고했더니 “맞을 짓 했다”<br />-가해자 중 대표이사가 대다수..."스타트업이라 근로기준법 위반해도 돼"<br />-괴롭힘 1건당 기업 손실비용 1,550만 원.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악영향<br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사례1>
스타트업 회사에 경력직으로 프로젝트 매니저로 입사한 A 씨. 회사에서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업무를 시켰지만 스타트업 특성상 다양한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A 씨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표의 화와 고함 소리. 일을 못 한다며 무시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주며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하며 그만둔 직원들도 여럿이다. 신입 직원 앞에서 모욕을 줘 죽고 싶기도 했던 A 씨는 불면증, 우울증이 심해지고 수면제 없이는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2021년 5월)


<사례2>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다 대표에게 2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해고당한 C 씨. 오전 8시 출근해 점심시간도 없이 밤늦도록 일을 했고 휴일에서 출근했다. 그러나 대표는 C 씨에게 ‘생산성이 낮아서 야근한다’며 직원들 앞에서 조롱했다. C 씨가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대표는 경위서를 쓰게 하고 연봉을 40% 삭감했다. C 씨가 하던 보직을 변경해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을 시켰다. 대표는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으며, C 씨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하고 구토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2021년 4월)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2년 되가는데... 현 상황은?

기존 대기업과는 다른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운영된다고 알려진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에서 일어나는 직장 갑질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6일 공개한 스타트업·IT 기업 내 ‘갑질’ 사례입니다. 올해 1-5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된 제보를 조사한 결과, 1천14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532건으로 전체의 52.5%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네이버의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 이어 카카오의 한 임원이 직원의 업무 인수인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폭언 뒤 폭행을 가해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처분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넷마블, 에스티유니타스 등 IT 회사에서 임금체불과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 등 근로기준법 위반 내용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갑질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난 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입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IT 업계 양 모 회장은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는 7월 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 위 2, 3)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입니다.

근로기준법 76조의 2에 직장 내 괴롭힘은 ①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 괴롭힘 1건당 기업 손실비용 1,550만 원. 개인뿐 아니라 회사에도 악영향

<사례3>
스타트업 입사 이후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 폭언을 당한 B 씨. 대부분이 처음 해보는 일이고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는데, 일 처리를 잘하지 못했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폭언을 일삼는 직속 상사. “야 너 할 줄 아는 게 뭐야?”, “일을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어?” “오늘부터 밤새워서 일해 볼래?” 갑자기 폭언을 퍼붓는 바람에 녹음하기도 쉽지 않아... 대표에게 상사의 폭언에 대해 상의했지만, 이를 유발하는 사람도 잘못일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2021년 4월)

근로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에서 존엄성을 침해받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며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훼손하고 인격을 침해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우리 사회에서 버려둘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인데요.

직장장 내 괴롭힘은 피해근로자의 마음건강을 훼손시키며 정신장애,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겪게 하거나 때로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르기까지 만듭니다. 이는 또한 기업의 조직문화와 인간관계를 파괴 시키는 행위이며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1건으로 기업에 발생하는 손실비용은 최소 1,550만 원 수준(중견기업 기준)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산업별 연구결과(2016년)에 따르면 제조업이 약 9,647억 원, 도·소매업도 약 6,5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또한, 15개 산업 분야에서의 인건비 손실을 모두 합치면 연간 총 4조 7,835억 원의 비용이 추산된다고 밝혔는데요. 이로써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 개인만이 아닌 회사에 대해서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 일본, 괴롭힘 피해 보장하는 보험상품 4배 증가... '갑질 감수성' 수반돼야

일본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보험 판매가 4년 동안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5월에 우리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유사한 법률개정이 신설됐습니다.

일본 내의 갑질 행위에 대한 관심 증대와 방지 관련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관련 피해를 보장하는 기업성 보험상품 판매가 증가한 것인데요. 괴롭힘·갑질 보험은 직장 내 상소·동료 등으로부터 근로자가 피해를 본 경우 회사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근로자의 배상책임 청구에 대비하는 기업성 보험상품으로, 해당 상품의 가입 증가는 일본사회에 괴롭힘에 대한 인식 수준이 상승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2020년)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중 약 6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중 반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단순 내사종결 사건들인데요. 이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훨씬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보호가 더욱 절실한 이유지요.

직장 상사의 갑질은 회사에, 대표이사의 갑질은 노동청에 신고하면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 되면 ①지체없이 조사 ②피해자 보호 ③가해자 징계를 해야 합니다.

‘성인지 감수성’처럼 피해자의 시간과 맥락 속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정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괴로움을 이해하는 ‘갑질 감수성’이 수반된다면 좀 더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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