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정은 화수분?…국세 수입 또 ‘깜짝 실적’

입력 2021.06.08 (14: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내용을 올렸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온다는 전설 속의 보물단지다. 재정은 무한정 쓸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재정은 마치 화수분 같아 보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 수입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지난해 실적을 크게 뛰어넘어 4월까지 30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더 들어왔다.

정부는 예상을 뛰어넘은 초과 세수를 2차 추가경정예산에 활용하고, 세입 예산도 고치겠다는 계획인데, 세수 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세 4월에만 지난해보다 +13조 8천억 원

기획재정부가 오늘(8일)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6월호'를 보면, 4월 국세수입은 44조 9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 8천억 원 늘었다.

1~3월까지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19조 원 늘었는데, 4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10조 원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이다.

4월에는 법인세가 1년 전보다 3조 4천억 원 많은 9조 8천억 원이 걷혔다. 부가가치세도 2조 3천억 원 늘어난 16조 8천억 원이 들어왔다. 소득세(8조 원)는 1조 5천억 원 늘었다.

1~4월 누적 국세 수입은 133조 4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조 7천억 원 증가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에 세수도 증가

이 같은 세수 증가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 때문이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4월 수출은 521억 7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6.9% 불어나면서 경상수지는 19억 1천만 달러(약 2조 1천249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8년 4월(14억 9천만 달러) 이후 3년 만이다. 수출 회복세가 그만큼 가팔랐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같은 회복세를 반영해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1%포인트 높인 4%로 고치기도 했다.

자산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면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더 걷히기도 했다. 증권거래대금은 지난해 1분기에 928조 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엔 2배 넘게 늘어난 2천1조 원이었다.

■"2차 추경, 초과 세수만으로 충당"

4월 국세 수입도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2차 추경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모두 초과 세수로 충당하겠다는 기재부 계획에는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기재부는 이르면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하는 2차 추경안에 초과 세수를 반영한 세입 예산 수정안을 포함 시킬 예정이다.

최영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올해 세수에 대해 "경기회복은 플러스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자산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세수는 53 대 47 정도의 '상고하저'인데 기저효과 등을 잘 살펴 5∼12월 세수를 객관적으로 추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세수 300조 원 넘을 듯

올해 초과 세수는 적게는 20조 원대 중반에서 많게는 30조 원대 중반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올해 세입 예산에서 국세 수입은 282조 8천억 원이 반영됐는데 실제로는 310조 원 안팎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오차에 대해 기재부가 세수 결손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세수 추계를 너무 보수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들어올 돈이 들어오는 건데 그걸 추계에 제대로 반영을 안 해서 없던 돈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결손이 나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올해는 책임 추궁이 강하게 들어왔을 것"이라며 "올해 플러스 성장이니까 세수는 분명히 늘어나는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 추계 과정 공개해야"

이러한 세수 추계 오차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입 예산과 실제 세수의 차이를 나타내는 세수 추계 오차율이 2018년에는 9.5% 기록해 기재부가 세수 추계 모형을 개선하는 등 개편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우철 교수는 앞으로 기재부 세제실이 세수 추계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민관이 참여하는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 세수 추계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면서 세수 추계 과정과 방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수 추계 과정을 공개하면 감시와 검증이 된다"며 "집단지성으로 세수 추계 기법이 더 정교해지고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올해 재정은 화수분?…국세 수입 또 ‘깜짝 실적’
    • 입력 2021-06-08 14:15:11
    취재K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내용을 올렸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온다는 전설 속의 보물단지다. 재정은 무한정 쓸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재정은 마치 화수분 같아 보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 수입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지난해 실적을 크게 뛰어넘어 4월까지 30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더 들어왔다.

정부는 예상을 뛰어넘은 초과 세수를 2차 추가경정예산에 활용하고, 세입 예산도 고치겠다는 계획인데, 세수 추계 오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세 4월에만 지난해보다 +13조 8천억 원

기획재정부가 오늘(8일) 발간한 '월간 재정 동향 6월호'를 보면, 4월 국세수입은 44조 9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 8천억 원 늘었다.

1~3월까지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19조 원 늘었는데, 4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10조 원대 증가 폭을 기록한 것이다.

4월에는 법인세가 1년 전보다 3조 4천억 원 많은 9조 8천억 원이 걷혔다. 부가가치세도 2조 3천억 원 늘어난 16조 8천억 원이 들어왔다. 소득세(8조 원)는 1조 5천억 원 늘었다.

1~4월 누적 국세 수입은 133조 4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조 7천억 원 증가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에 세수도 증가

이 같은 세수 증가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 때문이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4월 수출은 521억 7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6.9% 불어나면서 경상수지는 19억 1천만 달러(약 2조 1천249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8년 4월(14억 9천만 달러) 이후 3년 만이다. 수출 회복세가 그만큼 가팔랐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같은 회복세를 반영해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1%포인트 높인 4%로 고치기도 했다.

자산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면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더 걷히기도 했다. 증권거래대금은 지난해 1분기에 928조 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엔 2배 넘게 늘어난 2천1조 원이었다.

■"2차 추경, 초과 세수만으로 충당"

4월 국세 수입도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2차 추경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모두 초과 세수로 충당하겠다는 기재부 계획에는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

기재부는 이르면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하는 2차 추경안에 초과 세수를 반영한 세입 예산 수정안을 포함 시킬 예정이다.

최영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올해 세수에 대해 "경기회복은 플러스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자산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세수는 53 대 47 정도의 '상고하저'인데 기저효과 등을 잘 살펴 5∼12월 세수를 객관적으로 추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세수 300조 원 넘을 듯

올해 초과 세수는 적게는 20조 원대 중반에서 많게는 30조 원대 중반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올해 세입 예산에서 국세 수입은 282조 8천억 원이 반영됐는데 실제로는 310조 원 안팎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오차에 대해 기재부가 세수 결손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세수 추계를 너무 보수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들어올 돈이 들어오는 건데 그걸 추계에 제대로 반영을 안 해서 없던 돈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 결손이 나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올해는 책임 추궁이 강하게 들어왔을 것"이라며 "올해 플러스 성장이니까 세수는 분명히 늘어나는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 추계 과정 공개해야"

이러한 세수 추계 오차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입 예산과 실제 세수의 차이를 나타내는 세수 추계 오차율이 2018년에는 9.5% 기록해 기재부가 세수 추계 모형을 개선하는 등 개편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우철 교수는 앞으로 기재부 세제실이 세수 추계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민관이 참여하는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 세수 추계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면서 세수 추계 과정과 방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세수 추계 과정을 공개하면 감시와 검증이 된다"며 "집단지성으로 세수 추계 기법이 더 정교해지고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