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美 8살 어린이의 ‘극단적 선택’…웃고 있어 몰랐던 징후들

입력 2021.06.08 (16:21) 수정 2021.06.08 (17: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가브리엘 테이(Gabriel Taye)'입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 칼슨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커서 군인이 되고 싶어했고, 평소 넥타이를 매고 차려입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사진 속의 테이도 넥타이를 매고 있네요.

그런데, 테이는 자신이 좋아하던 넥타이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불과 만 8살이었던 테이는 왜 하늘나라로 가고 싶었을까요?

소년이 숨지기 이틀 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 2017년 1월 24일 … 학교는 '지옥'이었고 친구들은 '괴물'이었다.

테이의 끔찍했던 하루는, 학교 안 곳곳을 비추고 있는 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한 학생이 테이를 화장실로 불러낸 뒤 바닥에 밀쳤고, 테이는 의식을 잃을 때까지 구타를 당했습니다.

최소 7분 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본 학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몇몇은 오히려 동조했습니다.

Video footage shows Gabriel on the floor, unconscious, for at least seven minutes as other children walked by, some kicking him, others pointing fingers. ㅡJune 5 , 2021 (The New York Times)

"비디오 화면은 가브리엘이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적어도 7분 동안 계속된 상황인데, 어떤 아이들은 그를 발로 차고, 손가락질하면서 지나갔다. " (2021년 6월 5일, 뉴욕타임스)


이렇게 끔찍한 하루를 보낸 테이는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테이가 집에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결국 다음날 엄마는 테이를 다시 학교에 보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폭력을 당한 테이는 하교 후 자신의 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 1년간 Bullying(괴롭힘)당했는데… Horseplay(거친 장난)이었다?

숨지기 9일 전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테이가 다른 학생 두 명에게 뺨을 맞은 겁니다.

엄마인 레이놀즈는 학교 측에 CCTV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단순한 'horseplay'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내아이들끼리 거칠게 밀고 때리는 장난이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the school’s assistant principal told Ms. Reynolds that the boys were engaging in only “horseplay” and that the injuries were the result of an accident.ㅡJune 5 , 2021 (The New York Times)

이 학교의 보조 교장은 레이놀즈씨에게 그 소년들이 단지 "horseplay(거칠게 밀고 때리는 장난)을 했던 것이라 말했다. 그 상처도 그러다 생긴 결과라는 것이었다. (2021년 6월 5일, 뉴욕타임스)


테이 부모는 학교 측 은폐가 지속적이고 의도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 끔찍한 '화장실 사건'에 대해서도 학교 측이 함구한 탓에 전혀 몰랐다고 말입니다.

부모는 자체적으로 아들의 죽음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고, 몇달이 지나서야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최소 1년간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도 뒤늦게 인지했습니다.

부모는 학교 폭력을 은폐하려한 관계자들과 해당 교육구를 상대로 2017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소송 기각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만장일치로 '소송 기각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 4년 간의 싸움 … 테이가 세상에 남긴 것은

간혹 테이는 무릎이나 팔꿈치 등을 다쳐 하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부모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집에서는 늘 명랑하게 행동했습니다.

테이의 엄마 아빠는 그래서 몰랐다고, 고통받는 아들을 구할 모든 징후를 놓쳤다고 한탄합니다.

뒤늦게 시작된 부모의 싸움은 무엇을 남겼을까요? 지난 6월 4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교육구는 테이의 가족에게 300만 달러(33억 40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액수는 상징적인 것일 뿐, 그 무엇도 자식 잃은 부모를 위로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소송은 무엇보다 신시내티 교육구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우선 '집단괴롭힘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왕따'를 주도하는 가해학생과 폭력이 자행되는 장소에 대한 모니터를 강화하고, 학폭 의심 사례를 보고하는 체계를 재점검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측 눈치를 보아 학폭 사실을 상위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 간호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테이가 다녔던 칼슨 초등학교엔 추모비가 세워지고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질 것이라고 합니다.


※학교폭력 상담전화: 117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美 8살 어린이의 ‘극단적 선택’…웃고 있어 몰랐던 징후들
    • 입력 2021-06-08 16:21:54
    • 수정2021-06-08 17:31:04
    글로벌 돋보기

이 아이의 이름은 '가브리엘 테이(Gabriel Taye)'입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 칼슨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커서 군인이 되고 싶어했고, 평소 넥타이를 매고 차려입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사진 속의 테이도 넥타이를 매고 있네요.

그런데, 테이는 자신이 좋아하던 넥타이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불과 만 8살이었던 테이는 왜 하늘나라로 가고 싶었을까요?

소년이 숨지기 이틀 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 2017년 1월 24일 … 학교는 '지옥'이었고 친구들은 '괴물'이었다.

테이의 끔찍했던 하루는, 학교 안 곳곳을 비추고 있는 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한 학생이 테이를 화장실로 불러낸 뒤 바닥에 밀쳤고, 테이는 의식을 잃을 때까지 구타를 당했습니다.

최소 7분 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본 학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몇몇은 오히려 동조했습니다.

Video footage shows Gabriel on the floor, unconscious, for at least seven minutes as other children walked by, some kicking him, others pointing fingers. ㅡJune 5 , 2021 (The New York Times)

"비디오 화면은 가브리엘이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적어도 7분 동안 계속된 상황인데, 어떤 아이들은 그를 발로 차고, 손가락질하면서 지나갔다. " (2021년 6월 5일, 뉴욕타임스)


이렇게 끔찍한 하루를 보낸 테이는 다음날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테이가 집에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가족들은 말합니다.

결국 다음날 엄마는 테이를 다시 학교에 보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폭력을 당한 테이는 하교 후 자신의 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 1년간 Bullying(괴롭힘)당했는데… Horseplay(거친 장난)이었다?

숨지기 9일 전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테이가 다른 학생 두 명에게 뺨을 맞은 겁니다.

엄마인 레이놀즈는 학교 측에 CCTV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단순한 'horseplay'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내아이들끼리 거칠게 밀고 때리는 장난이었을 뿐이라는 겁니다.

the school’s assistant principal told Ms. Reynolds that the boys were engaging in only “horseplay” and that the injuries were the result of an accident.ㅡJune 5 , 2021 (The New York Times)

이 학교의 보조 교장은 레이놀즈씨에게 그 소년들이 단지 "horseplay(거칠게 밀고 때리는 장난)을 했던 것이라 말했다. 그 상처도 그러다 생긴 결과라는 것이었다. (2021년 6월 5일, 뉴욕타임스)


테이 부모는 학교 측 은폐가 지속적이고 의도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그 끔찍한 '화장실 사건'에 대해서도 학교 측이 함구한 탓에 전혀 몰랐다고 말입니다.

부모는 자체적으로 아들의 죽음에 관한 조사를 시작했고, 몇달이 지나서야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최소 1년간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도 뒤늦게 인지했습니다.

부모는 학교 폭력을 은폐하려한 관계자들과 해당 교육구를 상대로 2017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소송 기각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만장일치로 '소송 기각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 4년 간의 싸움 … 테이가 세상에 남긴 것은

간혹 테이는 무릎이나 팔꿈치 등을 다쳐 하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친구들과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부모에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집에서는 늘 명랑하게 행동했습니다.

테이의 엄마 아빠는 그래서 몰랐다고, 고통받는 아들을 구할 모든 징후를 놓쳤다고 한탄합니다.

뒤늦게 시작된 부모의 싸움은 무엇을 남겼을까요? 지난 6월 4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교육구는 테이의 가족에게 300만 달러(33억 40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액수는 상징적인 것일 뿐, 그 무엇도 자식 잃은 부모를 위로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소송은 무엇보다 신시내티 교육구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우선 '집단괴롭힘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왕따'를 주도하는 가해학생과 폭력이 자행되는 장소에 대한 모니터를 강화하고, 학폭 의심 사례를 보고하는 체계를 재점검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측 눈치를 보아 학폭 사실을 상위기관에 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 간호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테이가 다녔던 칼슨 초등학교엔 추모비가 세워지고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질 것이라고 합니다.


※학교폭력 상담전화: 117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