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T 업계 과로 부르는 ‘크런치 모드’ 만연…특별근로감독 필요”

입력 2021.06.08 (18:07) 수정 2021.09.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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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KBS 옥유정 기자 인터뷰
-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 계기, 업계 전반 “터질 게 터졌다”
- IT 기업 직원들 “‘크런치 모드’ 당연시 문화…과로 문제로 몸살”
-“극단적 능력주의 강해 ‘프로젝트 드랍’도 한순간”
- “팀 리더에 권한 집중된 조직 구조…개선 요구 목소리 내기 힘들어”
- “큰 기업 아니면 노조도 없어…특별근로감독 필요”


■ 프로그램 : KBS NEWS D LIVE
■ 방송시간 : 6월 8일(화) 10:00~12: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옥유정 기자(KBS 산업과학부)

[다시보기] ‘하늘의 별이 된 축구 영웅 유상철’ 김병지 인터뷰 / 림프종 4기 투병중 닥터베르 작가 인터뷰

신지혜> 옥유정 기자, 어제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IT 업계 전반적인 문화를 좀 짚어보셨단 말이에요. 직접 IT 업계 직원들 만나보셨을 텐데 이번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말들을 하던가요?

옥유정> 우선은 이제 이번 네이버 사건에 대해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들이 좀 있었어요.

신지혜> 터질 게 터졌다, 네.

옥유정> 네. 왜 그러냐면 이제 네이버 사례에서 크게 이제 두 가지가 지적됐잖아요? 하나는 과로의 문제 그리고 또 하나는 임원의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그 두 가지 문제로 좀 줄여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그 IT 업계 전반의 어떤 구조적인 부분과 맞물려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과로 같은 경우도 '크런치 모드'라고 그래서, 이게 크런치가 왜 우리 뭐 씹을 때 부서지는 소리 이런 거를.

신지혜> 아작아작 소리 나는 거잖아요.

옥유정> 네, 그런 의미잖아요. 그런데 그 '크런치 모드'라는 게 그러니까 새 프로그램을 뭔가 런칭을 한다든지 아니면 버전을 업데이트한다든지 이럴 경우에 날밤을 새우면서 벼락치기를 하는 그 개발 모드를 이제 '크런치 모드'라고 하는데 그게 굉장히 자주 돌아옵니다.

신지혜> 아, 네.

옥유정> 그리고 그게 되게 만연해요. 그래서 이 IT 기업의 어떤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또 하나 이제 임원의 괴롭힘 같은 경우도 IT 업종들은 대부분 이제 프로젝트 단위로 소규모 팀제로 좀 구성이 돼 있거든요.

신지혜> 그렇죠.

옥유정> 그러니까 아까 그 네이버 노조 지회장님도 말씀하셨지만 팀 리더에게 어떤 권한이 다 집중이 돼 있고 인사권과 그리고 그 팀원들의 성과급을 결정하는 것부터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그런 조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제 문제를 제기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그게 바로 극단적인 어떤 능력주의에 근거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저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를 여기까지 성장시켰으니까 하는 그런 사고가 작용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게 전혀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라 IT 기업 전반의 문제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었습니다.

신지혜> 그리고 저는 그 얘기도 들었어요. 옥기자 기사에서도 간단하게 언급이 됐던 것 같은데 과로, 크런치 모드 이런 거 다 문제인데 아까 말씀하신 능력주의 같은 게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에게도 굉장히 부담된다고 들었거든요. 자, 그렇게 책임을 과하게 묻는 문화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한데요.

옥유정>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과로, 노동시간 외에도 또 어떤 경우가 있냐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된다고 했잖아요.

신지혜> 그렇죠.

옥유정>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회사의 판단에 의해서 이거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몇 년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어느 한순간에 문을 닫아요. 그걸 이제 프로젝트 드랍이라고 하는데 그 프로젝트 드랍은 회사의 결정인데 그 안에 프로젝트팀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은 당장 뭐 다른 데로 이직을 해야 한다든지 아니면 사내 이동을 할 때도 뭐 대기발령을 내놓고.
사내에서 이동할 때도 뭐 서류 전형부터 1차 면접, 2차 면접까지 봐서 다른 팀에 편입이 되도록 한다든지 그런 경우가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취재했던 사례는 이제 크래프토네 사례가 있었는데.

신지혜> 네. 게임 회사.

옥유정> 네. 여기가 바로 그 프로젝트가 드랍 되면 팀원들에게 서류와 1차 면접, 2차 면접을 거치도록 한 데고요. 그리고 이제 이 프로젝트, 다른 프로젝트 팀에 편입되지 않으면 챌린저스실이라는 거를 이제 운영을 해서 여기에 발령한 뒤에 자율적으로 너네가 게임을 개발해봐. 그리고 우리는 피드백을 줄게. 이런 식으로 이제 6개월, 6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거기에서는 당연히 그 성과나 이런 게 없기 때문에 기본급 인상의 제한을 받겠죠. 그러니까 회사에서 본인 개인의 책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프로젝트의 실패 혹은 성과가 좀 덜 나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고 있는 셈인 거죠.

신지혜> 그러니까 프로젝트 드랍을 결정하는 건 회사인데 거기에 대한 책임은 사원들이 다 지고 일종의 실패자처럼 취급하는 문화가 굉장히 강한가 보네요.

옥유정> 네. 그렇습니다. 이게 국내의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어떤 조직 문화 이런 게 굉장히 감화가 많이 돼 있다고 저는 들었거든요.

신지혜> 그러니까요.

옥유정> 그러니까 뭐 넷플릭스 같은 경우를 좀 생각해보시면 될 텐데 넷플릭스 같은 경우는 뛰어난 퍼포먼스 그리고 이 IT 기업들이 굉장히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자유와 책임 그러니까 직원들에게 그냥 다 맡기겠다. 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뭐 과로도 직원들한테 우리가 알아서 전체 몇 시간 동안 넘지 말고 일을 하라고 했을 뿐인 거고 직원은 그 안에서 마음껏 일하면 돼. 이런 거거든요. 대신에 자유와 무한 자유와 책임을 줄 테니 대신에 우리는 동종업계 최고 임금 대우를 해 주겠다. 대신 능력이 없으면 다른 스타 플레이어를 위해서 너는 나가야 돼라는 그런 인식이 깔려 있어요.

신지혜> 아니, 뭐 물론 사기업이니까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기는 합니다마는 그건 굉장히 좀 과도한 것 같은데 방금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 뭐 네이버나 카카오나 다 실리콘밸리 모델을 차용한 회사잖아요.

옥유정> 네. 그렇습니다.

신지혜> 자, 그러면 우리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 볼 때 아, 굉장히 수평적이고 뭔가 조직도 유연하고.

조혜진> 그렇죠.

신지혜>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대처를 빨리 빨리하고 어려운 점을 건의하면 아, 그래요? 하고 받아들여 줄 것 같은데 그게 지금 전혀 안 됐단 말이에요. 자, 이런 문제 제기 왜 어려운 건가요?

옥유정> 그렇습니다. 우선은 노조 자체가 없어요.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이 이제 좀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초고속 급성장을 했잖아요.

신지혜> 그랬죠. 네.

옥유정> 그래서 이제 카카오나 아니면 네이버, 뭐 넥슨 이런 큰 기업이 아니면 이제 노조 자체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거를 개개인이 다 내는 거면 쉽지는 않거든요.

신지혜>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 개인이 피해를 당했더라도 뭐 노동조합도 없고 네이버도 사실 노조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거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뭔가 직원들의 권익을 보호받을 장치는 별로 없다는 그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이제 취재를 해보시고 또 참 착잡함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구조적으로 좀 개선이 돼야 한다고 보세요? 대책이 있을까요?

옥유정> 네. 이게 참 쉽지 않은 부분인데 우선 일단 그 업계 전반의 그 노동이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저는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그 네이버의 리스크 관리위원회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신지혜> 그렇죠. 리스크 관리 위원회.

옥유정> 그러니까 어떤 노동자가 과로와 또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그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사건인데 그거를 리스크 관리위원회, 그러니까 하나의 기업의 뭐 경영이나 이런 데 문제가 생겨서 그 위험을 해소하는 기관, 이름도 리스크 관리 위원회잖아요?

신지혜> 그러니까요.

옥유정> 그러니까 이 사건을 그냥 회사의 어떤 리스크로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저는 그게 좀 단면적으로 회사가 노동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신지혜> 그렇네요.

옥유정> 네. 그리고 이제 또 하나가 뭐 이렇게 직원들이 과로를 한다. 그래서 이제 회사의 입장, 너희는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냐? 이런 거를 물어보면 회사에서 돌아오는 답이 너무 안일해요.

신지혜> 어때요?

옥유정> 우리는 그냥 직원들에게 자유를 맡겼고 휴가나 이런 거를 쓰라고 어떻게 직원들한테 그거를 회사가 일일이 관리를 해줄 수 있냐? 이런 답변이 돌아오거든요. 그러니까 회사가 몸집은 굉장히 커졌는데 마인드는 굉장히 아직도 그 작은 스타트업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회사 임원들이 직원들 있는 공식 석상에서 그런 얘기를 한대요. 주 100시간 정도는 일을 해야 혁신을 할 수 있다. 주 52시간 제도가 뭐 혁신을 가로 막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하고 또 직원들도 일부 이런 그 회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 이런 거를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여기는 이제 굉장히 극단적인 능력주의 이런 것들이 만연해 있는 문화다 보니까 "저 루저들. 너네가 여기 적응을 못 해서 그런 얘기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는 직원들이 일부 있어요. 그래서 조직에 전반적인 어떤 감수성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개인적으로 답답했고요.

그리고 이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우선은 아까 네이버에 특별 근로 감독 얘기를 했지만, 이거는 뭐 노조가 있는 네이버도 저 정도인데 다른 데는 오죽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 되는 IT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어떤 특별 근로 감독이 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하나 들었고요. 그리고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요, 아직까지. 이 포괄임금제가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얘기를 할 수는 없지만, 포괄임금제를 하면서 이제 시간 외 수당이나 이런 거를 다 뭉뚱그려서 주는 거잖아요.

신지혜> 그렇죠.

옥유정> 이렇게 하다 보니까 뭐 시간을 예를 들어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했는데 그 뭉뚱그려 계산된 데는 주 50시간 정도만 계산해서 준다든지 그러면 사실 노동자가 일한 만큼 덜 받는 거고.

신지혜> 그렇네요.

옥유정> 그리고 또 회사에서는 내가 고연봉을 다 지급을 했기 때문에 노동을 얼마나 하든 관심이 없을 수 있거든요. 그게 바로 장시간 노동의 어떤 요인으로 좀 지목이 되어오는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제도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신지혜> 네. 정리를 해보면 일단 사측이 이런 직원들의 어떤 과도한 업무를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고요. 그리고 실제로 제도적으로 개선할 여지도 있네요. 일단 옥유정 기자 얘기는 근로 감독을 전반적인 업계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했고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도 이 직원을 얼마나 과도하게 추가 근무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좀 개선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자, 옥기자 후속 보도가 있으면 저희한테 또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조혜진> 감사합니다.

옥유정> 네. 알겠습니다.

신지혜> 네. 지금까지 IT 업계의 노동 상황을 집중 취재했던 KBS 옥유정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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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IT 업계 과로 부르는 ‘크런치 모드’ 만연…특별근로감독 필요”
    • 입력 2021-06-08 18:07:36
    • 수정2021-09-09 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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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KBS 옥유정 기자 인터뷰</strong><br />-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 계기, 업계 전반 “터질 게 터졌다”<br />- IT 기업 직원들 “‘크런치 모드’ 당연시 문화…과로 문제로 몸살”<br />-“극단적 능력주의 강해 ‘프로젝트 드랍’도 한순간”<br />- “팀 리더에 권한 집중된 조직 구조…개선 요구 목소리 내기 힘들어”<br />- “큰 기업 아니면 노조도 없어…특별근로감독 필요”

■ 프로그램 : KBS NEWS D LIVE
■ 방송시간 : 6월 8일(화) 10:00~12: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옥유정 기자(KBS 산업과학부)

[다시보기] ‘하늘의 별이 된 축구 영웅 유상철’ 김병지 인터뷰 / 림프종 4기 투병중 닥터베르 작가 인터뷰

신지혜> 옥유정 기자, 어제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IT 업계 전반적인 문화를 좀 짚어보셨단 말이에요. 직접 IT 업계 직원들 만나보셨을 텐데 이번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말들을 하던가요?

옥유정> 우선은 이제 이번 네이버 사건에 대해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들이 좀 있었어요.

신지혜> 터질 게 터졌다, 네.

옥유정> 네. 왜 그러냐면 이제 네이버 사례에서 크게 이제 두 가지가 지적됐잖아요? 하나는 과로의 문제 그리고 또 하나는 임원의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그 두 가지 문제로 좀 줄여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그 IT 업계 전반의 어떤 구조적인 부분과 맞물려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과로 같은 경우도 '크런치 모드'라고 그래서, 이게 크런치가 왜 우리 뭐 씹을 때 부서지는 소리 이런 거를.

신지혜> 아작아작 소리 나는 거잖아요.

옥유정> 네, 그런 의미잖아요. 그런데 그 '크런치 모드'라는 게 그러니까 새 프로그램을 뭔가 런칭을 한다든지 아니면 버전을 업데이트한다든지 이럴 경우에 날밤을 새우면서 벼락치기를 하는 그 개발 모드를 이제 '크런치 모드'라고 하는데 그게 굉장히 자주 돌아옵니다.

신지혜> 아, 네.

옥유정> 그리고 그게 되게 만연해요. 그래서 이 IT 기업의 어떤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또 하나 이제 임원의 괴롭힘 같은 경우도 IT 업종들은 대부분 이제 프로젝트 단위로 소규모 팀제로 좀 구성이 돼 있거든요.

신지혜> 그렇죠.

옥유정> 그러니까 아까 그 네이버 노조 지회장님도 말씀하셨지만 팀 리더에게 어떤 권한이 다 집중이 돼 있고 인사권과 그리고 그 팀원들의 성과급을 결정하는 것부터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는 그런 조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제 문제를 제기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그게 바로 극단적인 어떤 능력주의에 근거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저 사람은 어떤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를 여기까지 성장시켰으니까 하는 그런 사고가 작용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이게 전혀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라 IT 기업 전반의 문제다,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었습니다.

신지혜> 그리고 저는 그 얘기도 들었어요. 옥기자 기사에서도 간단하게 언급이 됐던 것 같은데 과로, 크런치 모드 이런 거 다 문제인데 아까 말씀하신 능력주의 같은 게 경영진뿐만 아니라 직원에게도 굉장히 부담된다고 들었거든요. 자, 그렇게 책임을 과하게 묻는 문화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한데요.

옥유정>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과로, 노동시간 외에도 또 어떤 경우가 있냐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된다고 했잖아요.

신지혜> 그렇죠.

옥유정>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회사의 판단에 의해서 이거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몇 년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어느 한순간에 문을 닫아요. 그걸 이제 프로젝트 드랍이라고 하는데 그 프로젝트 드랍은 회사의 결정인데 그 안에 프로젝트팀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은 당장 뭐 다른 데로 이직을 해야 한다든지 아니면 사내 이동을 할 때도 뭐 대기발령을 내놓고.
사내에서 이동할 때도 뭐 서류 전형부터 1차 면접, 2차 면접까지 봐서 다른 팀에 편입이 되도록 한다든지 그런 경우가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취재했던 사례는 이제 크래프토네 사례가 있었는데.

신지혜> 네. 게임 회사.

옥유정> 네. 여기가 바로 그 프로젝트가 드랍 되면 팀원들에게 서류와 1차 면접, 2차 면접을 거치도록 한 데고요. 그리고 이제 이 프로젝트, 다른 프로젝트 팀에 편입되지 않으면 챌린저스실이라는 거를 이제 운영을 해서 여기에 발령한 뒤에 자율적으로 너네가 게임을 개발해봐. 그리고 우리는 피드백을 줄게. 이런 식으로 이제 6개월, 6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거기에서는 당연히 그 성과나 이런 게 없기 때문에 기본급 인상의 제한을 받겠죠. 그러니까 회사에서 본인 개인의 책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프로젝트의 실패 혹은 성과가 좀 덜 나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고 있는 셈인 거죠.

신지혜> 그러니까 프로젝트 드랍을 결정하는 건 회사인데 거기에 대한 책임은 사원들이 다 지고 일종의 실패자처럼 취급하는 문화가 굉장히 강한가 보네요.

옥유정> 네. 그렇습니다. 이게 국내의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어떤 조직 문화 이런 게 굉장히 감화가 많이 돼 있다고 저는 들었거든요.

신지혜> 그러니까요.

옥유정> 그러니까 뭐 넷플릭스 같은 경우를 좀 생각해보시면 될 텐데 넷플릭스 같은 경우는 뛰어난 퍼포먼스 그리고 이 IT 기업들이 굉장히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자유와 책임 그러니까 직원들에게 그냥 다 맡기겠다. 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 뭐 과로도 직원들한테 우리가 알아서 전체 몇 시간 동안 넘지 말고 일을 하라고 했을 뿐인 거고 직원은 그 안에서 마음껏 일하면 돼. 이런 거거든요. 대신에 자유와 무한 자유와 책임을 줄 테니 대신에 우리는 동종업계 최고 임금 대우를 해 주겠다. 대신 능력이 없으면 다른 스타 플레이어를 위해서 너는 나가야 돼라는 그런 인식이 깔려 있어요.

신지혜> 아니, 뭐 물론 사기업이니까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기는 합니다마는 그건 굉장히 좀 과도한 것 같은데 방금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 뭐 네이버나 카카오나 다 실리콘밸리 모델을 차용한 회사잖아요.

옥유정> 네. 그렇습니다.

신지혜> 자, 그러면 우리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 볼 때 아, 굉장히 수평적이고 뭔가 조직도 유연하고.

조혜진> 그렇죠.

신지혜>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대처를 빨리 빨리하고 어려운 점을 건의하면 아, 그래요? 하고 받아들여 줄 것 같은데 그게 지금 전혀 안 됐단 말이에요. 자, 이런 문제 제기 왜 어려운 건가요?

옥유정> 그렇습니다. 우선은 노조 자체가 없어요.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이 이제 좀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초고속 급성장을 했잖아요.

신지혜> 그랬죠. 네.

옥유정> 그래서 이제 카카오나 아니면 네이버, 뭐 넥슨 이런 큰 기업이 아니면 이제 노조 자체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거를 개개인이 다 내는 거면 쉽지는 않거든요.

신지혜>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 개인이 피해를 당했더라도 뭐 노동조합도 없고 네이버도 사실 노조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거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뭔가 직원들의 권익을 보호받을 장치는 별로 없다는 그런 말씀을 해 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이제 취재를 해보시고 또 참 착잡함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구조적으로 좀 개선이 돼야 한다고 보세요? 대책이 있을까요?

옥유정> 네. 이게 참 쉽지 않은 부분인데 우선 일단 그 업계 전반의 그 노동이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저는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그 네이버의 리스크 관리위원회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신지혜> 그렇죠. 리스크 관리 위원회.

옥유정> 그러니까 어떤 노동자가 과로와 또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그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사건인데 그거를 리스크 관리위원회, 그러니까 하나의 기업의 뭐 경영이나 이런 데 문제가 생겨서 그 위험을 해소하는 기관, 이름도 리스크 관리 위원회잖아요?

신지혜> 그러니까요.

옥유정> 그러니까 이 사건을 그냥 회사의 어떤 리스크로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저는 그게 좀 단면적으로 회사가 노동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신지혜> 그렇네요.

옥유정> 네. 그리고 이제 또 하나가 뭐 이렇게 직원들이 과로를 한다. 그래서 이제 회사의 입장, 너희는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냐? 이런 거를 물어보면 회사에서 돌아오는 답이 너무 안일해요.

신지혜> 어때요?

옥유정> 우리는 그냥 직원들에게 자유를 맡겼고 휴가나 이런 거를 쓰라고 어떻게 직원들한테 그거를 회사가 일일이 관리를 해줄 수 있냐? 이런 답변이 돌아오거든요. 그러니까 회사가 몸집은 굉장히 커졌는데 마인드는 굉장히 아직도 그 작은 스타트업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회사 임원들이 직원들 있는 공식 석상에서 그런 얘기를 한대요. 주 100시간 정도는 일을 해야 혁신을 할 수 있다. 주 52시간 제도가 뭐 혁신을 가로 막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하고 또 직원들도 일부 이런 그 회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 이런 거를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여기는 이제 굉장히 극단적인 능력주의 이런 것들이 만연해 있는 문화다 보니까 "저 루저들. 너네가 여기 적응을 못 해서 그런 얘기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는 직원들이 일부 있어요. 그래서 조직에 전반적인 어떤 감수성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개인적으로 답답했고요.

그리고 이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우선은 아까 네이버에 특별 근로 감독 얘기를 했지만, 이거는 뭐 노조가 있는 네이버도 저 정도인데 다른 데는 오죽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일정 규모 이상 되는 IT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어떤 특별 근로 감독이 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하나 들었고요. 그리고 포괄임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요, 아직까지. 이 포괄임금제가 제도 자체가 나쁘다고 얘기를 할 수는 없지만, 포괄임금제를 하면서 이제 시간 외 수당이나 이런 거를 다 뭉뚱그려서 주는 거잖아요.

신지혜> 그렇죠.

옥유정> 이렇게 하다 보니까 뭐 시간을 예를 들어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했는데 그 뭉뚱그려 계산된 데는 주 50시간 정도만 계산해서 준다든지 그러면 사실 노동자가 일한 만큼 덜 받는 거고.

신지혜> 그렇네요.

옥유정> 그리고 또 회사에서는 내가 고연봉을 다 지급을 했기 때문에 노동을 얼마나 하든 관심이 없을 수 있거든요. 그게 바로 장시간 노동의 어떤 요인으로 좀 지목이 되어오는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제도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신지혜> 네. 정리를 해보면 일단 사측이 이런 직원들의 어떤 과도한 업무를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고요. 그리고 실제로 제도적으로 개선할 여지도 있네요. 일단 옥유정 기자 얘기는 근로 감독을 전반적인 업계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했고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도 이 직원을 얼마나 과도하게 추가 근무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좀 개선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자, 옥기자 후속 보도가 있으면 저희한테 또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조혜진> 감사합니다.

옥유정> 네. 알겠습니다.

신지혜> 네. 지금까지 IT 업계의 노동 상황을 집중 취재했던 KBS 옥유정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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