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양봉’ 육성했더니…주민 피해 속출해도 대책 없어

입력 2021.06.08 (19:32) 수정 2021.06.0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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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이른바 '도시 양봉' 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요.

소규모 양봉의 경우 이렇다 할 기준도, 신고 의무도 없다 보니, 이웃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서울 장안동의 한 편의점에 갑작스럽게 벌떼가 몰려왔습니다.

119가 출동해 벌을 수거한 뒤에야 간신히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주택가 한가운데서 양봉을 하는 이웃집에서 온 벌들이었습니다.

[이상혁/편의점 점주 : "그날은 저희가 밖에도 못 나가고 손님들도 가게로 못 들어오는 상황이어서 2시간 동안 수거해가셨는데…"]

이 동네에 사는 전서현 씨도 지난주 벌에 쏘였습니다.

건너편 건물에서 날아온 벌 때문에 이곳 옥상에서 상추를 뜯던 전 씨는 응급실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전서현/주민 : "지금 여기 반경 50m, 30m 이내에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다 몰려있거든요. '아이가 쏘였으면 어땠을까' 그 생각이 드니까."]

벌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인근 학교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울 A 초등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강사 선생님 한 분이 그쪽 지나가면서 거기에서 벌에 쏘이셔서 같이 구청에 공문 발송했고 국민신문고에도 했고…."]

문제는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 양봉산업법에 따르면, 30봉군 이하 소규모 양봉의 경우 등록 의무가 없어 실태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도시양봉가/음성변조 : "내 건물 내 옥상에서 순수하게 취미로 하는 거에 대해서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신호철/서울 동대문구 동물보호팀장 : "(도심에서) 닭이나 이런 가축 사육은 안 되는 게 명시가 돼 있는데 벌에 대해서는 특별히 제재 규정이 없어요. 우리가 이해, 설득을 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서울 시내 공원 등에는 24곳에 332통의 봉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도시 양봉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만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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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양봉’ 육성했더니…주민 피해 속출해도 대책 없어
    • 입력 2021-06-08 19:32:25
    • 수정2021-06-08 19: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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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이른바 '도시 양봉' 사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요.

소규모 양봉의 경우 이렇다 할 기준도, 신고 의무도 없다 보니, 이웃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서울 장안동의 한 편의점에 갑작스럽게 벌떼가 몰려왔습니다.

119가 출동해 벌을 수거한 뒤에야 간신히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주택가 한가운데서 양봉을 하는 이웃집에서 온 벌들이었습니다.

[이상혁/편의점 점주 : "그날은 저희가 밖에도 못 나가고 손님들도 가게로 못 들어오는 상황이어서 2시간 동안 수거해가셨는데…"]

이 동네에 사는 전서현 씨도 지난주 벌에 쏘였습니다.

건너편 건물에서 날아온 벌 때문에 이곳 옥상에서 상추를 뜯던 전 씨는 응급실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전서현/주민 : "지금 여기 반경 50m, 30m 이내에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다 몰려있거든요. '아이가 쏘였으면 어땠을까' 그 생각이 드니까."]

벌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인근 학교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울 A 초등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강사 선생님 한 분이 그쪽 지나가면서 거기에서 벌에 쏘이셔서 같이 구청에 공문 발송했고 국민신문고에도 했고…."]

문제는 별다른 제재 방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 양봉산업법에 따르면, 30봉군 이하 소규모 양봉의 경우 등록 의무가 없어 실태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도시양봉가/음성변조 : "내 건물 내 옥상에서 순수하게 취미로 하는 거에 대해서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신호철/서울 동대문구 동물보호팀장 : "(도심에서) 닭이나 이런 가축 사육은 안 되는 게 명시가 돼 있는데 벌에 대해서는 특별히 제재 규정이 없어요. 우리가 이해, 설득을 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서울 시내 공원 등에는 24곳에 332통의 봉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도시 양봉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만 잇따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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