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세대’ X세대, 존재감도 없었는데 잊혀지는가?

입력 2021.06.09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여 년 전 신인류  ‘X세대’로 불린 그들, 2021년 586세대와 MZ세대 사이의 ‘낀 세대’라 스스로 명한다20여 년 전 신인류 ‘X세대’로 불린 그들, 2021년 586세대와 MZ세대 사이의 ‘낀 세대’라 스스로 명한다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다), 수능, 서태지, 길보드, 워크맨, PC통신,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 사이의 2002년 월드컵...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이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당신은 불혹(不惑)을 이미 지났거나 아니면 불혹을 앞두고 있는,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생일 겁니다.

20여 년 전 신세대라고 부르기엔 뭔가 아쉬운, 당시 명확하게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X세대'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우리는 전형적인 40대와는 다르다는 당신, 하지만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경제든 문화든 이제는 정치까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에 꽂혀 있습니다. 이들을 이해하는 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고,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 나름의 전략이고 나아가 힙(hip 하다 :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한 것처럼 세상은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언어에서 그리고 머리에서 'X 세대'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XYZ처럼 그냥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이름 Y세대 그리고 Z세대를 떠올릴 때 ' 아 그 앞에 X가 있었지' 정도나 자신에게 바통을 건네줄지 알고 줄곧 바라봐온 586세대, 한때 386세대에게 배신(?)을 당한 그래서 이제는 MZ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 위기를 맞은 '낀 세대'로 명명될 뿐입니다.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의 저자 고승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X세대는 ‘낀 세대’로 불립니다. 고령화·정년연장으로 산업화 세대와 86세대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정·재계에서 기를 펴지 못했고, 언제나 ‘차세대’라는 이름만 달고 있다가 ‘권한도 없는 기성세대’가 돼버렸습니다.

심지어 사회 전반에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별로 양보할 게 없는데 뒤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는데요. X세대는 승진도 늦고 권한을 별로 가져보지도 못한 채 디지털에 능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

'잊힌 세대'가 될까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고 하는데요.

심나리 / '386 세대유감' 저자

"왜 X세대는 존재감 없이 사라진다는 박탈감을 느끼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위의 586세대가 한국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오랜 시간 주도적 목소리를 내온 데 비해 X세대는 문화계를 제외하고 사실상 헤게모니적 위치를 점한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돈과 권력, 즉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리더적 역할을 점하지 못했습니다. 20대부터 사회적 조명을 받은 586세대는 '우린 여전히 젊다'며 X세대를 자신들의 보조적 위치에 가둬뒀고 X세대는 이를 돌파하지 못한 겁니다.

586세대가 60대를 코앞에 두면서 이들의 능력적 한계, 시대정신과의 충돌이 전면화되면서 '세대교체' 필요성이 급부각됐지만, X세대가 가진 586세대와의 동고동락 역사는 이들의 장점이기보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싶기도 합니다

586세대가 몇 년간 더 지금의 헤게모니를 누린 뒤 그게 그들의 자식 세대인 90년대생들에게 '세습'될 가능성이 더욱 짙어졌다고 봅니다"

X세대, 뒤늦게 'X세대의 정체성'을 깨닫다

이런 말을 듣다 보면 X세대의 앞길에는 말 그대로 'X'만이 깔려 있는 걸까요?

20여 년 전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지향을 보이면서 신인류로 불린 'X 세대'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며 조직에 적응해 왔습니다.

선수로 뛰면서 때로는 코치도 하는 플레잉코치(playing coach)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휴일 근무나 야근이 있을 때 뒤늦게라도 손을 들었고, 늦은 밤 회식 마지막 자리를 늘 부장과 지켰습니다. 그게 회사를, 조직을, 나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 들어와 잘못됐다고 느끼는 관행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고승연 저자 /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밀레니얼 세대의 주장과 시각이 바로 자신들의 마음 속에 억눌려 있던 것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못했는데 쟤네들은 속 시원히 표현하는구나’라는 찬탄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는 것입니다

20대 시절 ‘신인류’로 불릴 정도로 개성 강했던 X세대, 지금의 40대는 전통적 조직윤리에 충실한 86세대와 조직의 관행과 문화를 뒤흔들기 시작한 밀레니얼 사이에 끼어 미약한 존재감을 보이던 가운데, 밀레니얼과 만나 자신들이 ‘86세대의 후예’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의 선조’였음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하는 법>의 저자인 세대 전문가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의 40대, 즉 X세대는 선배 세대와 몸을 같이 하면서도 마음은 후배 세대와 닮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세대간 브릿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꼰대의 특징이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라떼는 말이야"로 끝난다고 하는데...X세대가 X세대를 위한 변명을 한다고 하면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후배 세대와 닮았다는 말에 조금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세대 담론을 논하면서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의 방식과 형태는 온데간데 없고 분석만 난무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다른 누구 못지 않게 시대의 산물이다. 당신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당신이 태어난 세대가 당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86 세대의 영향력이 X세대의 탄생을 위한 자양분이 되었듯, '느낀 것을 말할 수 있는' MZ세대 역시 그 '느끼는 작업'을 먼저 시작한 X세대와 연결돼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식지 않는 화두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 통(通)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낀세대’ X세대, 존재감도 없었는데 잊혀지는가?
    • 입력 2021-06-09 07:00:57
    취재K
20여 년 전 신인류  ‘X세대’로 불린 그들, 2021년 586세대와 MZ세대 사이의 ‘낀 세대’라 스스로 명한다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다), 수능, 서태지, 길보드, 워크맨, PC통신,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 사이의 2002년 월드컵...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이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당신은 불혹(不惑)을 이미 지났거나 아니면 불혹을 앞두고 있는,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중반생일 겁니다.

20여 년 전 신세대라고 부르기엔 뭔가 아쉬운, 당시 명확하게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X세대'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우리는 전형적인 40대와는 다르다는 당신, 하지만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경제든 문화든 이제는 정치까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에 꽂혀 있습니다. 이들을 이해하는 게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고,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 나름의 전략이고 나아가 힙(hip 하다 :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한 것처럼 세상은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언어에서 그리고 머리에서 'X 세대'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XYZ처럼 그냥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이름 Y세대 그리고 Z세대를 떠올릴 때 ' 아 그 앞에 X가 있었지' 정도나 자신에게 바통을 건네줄지 알고 줄곧 바라봐온 586세대, 한때 386세대에게 배신(?)을 당한 그래서 이제는 MZ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 위기를 맞은 '낀 세대'로 명명될 뿐입니다.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의 저자 고승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X세대는 ‘낀 세대’로 불립니다. 고령화·정년연장으로 산업화 세대와 86세대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정·재계에서 기를 펴지 못했고, 언제나 ‘차세대’라는 이름만 달고 있다가 ‘권한도 없는 기성세대’가 돼버렸습니다.

심지어 사회 전반에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별로 양보할 게 없는데 뒤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는데요. X세대는 승진도 늦고 권한을 별로 가져보지도 못한 채 디지털에 능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

'잊힌 세대'가 될까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고 하는데요.

심나리 / '386 세대유감' 저자

"왜 X세대는 존재감 없이 사라진다는 박탈감을 느끼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위의 586세대가 한국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오랜 시간 주도적 목소리를 내온 데 비해 X세대는 문화계를 제외하고 사실상 헤게모니적 위치를 점한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돈과 권력, 즉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리더적 역할을 점하지 못했습니다. 20대부터 사회적 조명을 받은 586세대는 '우린 여전히 젊다'며 X세대를 자신들의 보조적 위치에 가둬뒀고 X세대는 이를 돌파하지 못한 겁니다.

586세대가 60대를 코앞에 두면서 이들의 능력적 한계, 시대정신과의 충돌이 전면화되면서 '세대교체' 필요성이 급부각됐지만, X세대가 가진 586세대와의 동고동락 역사는 이들의 장점이기보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싶기도 합니다

586세대가 몇 년간 더 지금의 헤게모니를 누린 뒤 그게 그들의 자식 세대인 90년대생들에게 '세습'될 가능성이 더욱 짙어졌다고 봅니다"

X세대, 뒤늦게 'X세대의 정체성'을 깨닫다

이런 말을 듣다 보면 X세대의 앞길에는 말 그대로 'X'만이 깔려 있는 걸까요?

20여 년 전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지향을 보이면서 신인류로 불린 'X 세대'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며 조직에 적응해 왔습니다.

선수로 뛰면서 때로는 코치도 하는 플레잉코치(playing coach)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휴일 근무나 야근이 있을 때 뒤늦게라도 손을 들었고, 늦은 밤 회식 마지막 자리를 늘 부장과 지켰습니다. 그게 회사를, 조직을, 나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조직에 들어와 잘못됐다고 느끼는 관행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고승연 저자 /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밀레니얼 세대의 주장과 시각이 바로 자신들의 마음 속에 억눌려 있던 것임을 깨달은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못했는데 쟤네들은 속 시원히 표현하는구나’라는 찬탄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는 것입니다

20대 시절 ‘신인류’로 불릴 정도로 개성 강했던 X세대, 지금의 40대는 전통적 조직윤리에 충실한 86세대와 조직의 관행과 문화를 뒤흔들기 시작한 밀레니얼 사이에 끼어 미약한 존재감을 보이던 가운데, 밀레니얼과 만나 자신들이 ‘86세대의 후예’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의 선조’였음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하는 법>의 저자인 세대 전문가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의 40대, 즉 X세대는 선배 세대와 몸을 같이 하면서도 마음은 후배 세대와 닮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세대간 브릿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꼰대의 특징이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라떼는 말이야"로 끝난다고 하는데...X세대가 X세대를 위한 변명을 한다고 하면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후배 세대와 닮았다는 말에 조금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세대 담론을 논하면서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의 방식과 형태는 온데간데 없고 분석만 난무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다른 누구 못지 않게 시대의 산물이다. 당신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당신이 태어난 세대가 당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형성한다.

86 세대의 영향력이 X세대의 탄생을 위한 자양분이 되었듯, '느낀 것을 말할 수 있는' MZ세대 역시 그 '느끼는 작업'을 먼저 시작한 X세대와 연결돼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식지 않는 화두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서로 통(通)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