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맛집도 ‘인쇼’…도소매 일자리는 ‘한겨울’

입력 2021.06.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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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1만 9천 명 늘었다. 석 달 연속 늘어난 데다 두 달 연속 60만 명대 증가다.

정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80% 이상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지표 중 가장 나중에 회복한다는 일자리도 상당한 회복세에 접어든 셈인데, 좀처럼 회복 기미가 없는 산업이 있다. 도소매업이다.

통계청이 오늘(9일) 발표한 '5월 고용 동향'을 보면, 도소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3만 6천 명 줄었다.

도소매업과 함께 대면 업종으로 묶이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4천 명 늘었다. 4월에 6만 1천 명 늘어난 데 이은 두 달 연속 증가다. 숙박·음식점업은 더디지만,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도소매업은 여전히 한겨울인 셈이다.

문제는 도소매업 일자리 감소가 단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도소매업 일자리는 2019년 6월 4만 명 줄어든 이후 지난달까지 24개월 연속 줄고 있다.

그 전에도 2017년 12월 7천 명 줄어든 이후 2019년 4월까지 17개월 연속 줄다가 2019년 5월 1천 명 늘었을 뿐이다. 감소세가 사실상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기업에서도 확인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직원 수가 공개된 309곳의 올해 1분기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9년 4분기 대비 직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은 롯데쇼핑이었다. 2천768명(11%) 감소했다.

2위는 2천678명(31%) 줄어든 GS리테일이었다. 숫자로는 롯데가 1위, 감소율로는 GS리테일이 1위다. 두 기업 모두 도소매업에 속하는 유통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에서 2018년 말 내놓은 '온라인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도소매업의 고용 부진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다.

한은은 당시 보고서에서 2014년 이후 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른 오프라인 판매 대체 효과로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연평균 약 1만 6천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온라인 거래 증가로 물건 파는 사람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인터넷·모바일 사이트가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비싼 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를 온라인으로 팔며 전용 배송 서비스까지 마련했고, 전국 각지의 맛집 음식을 배송해주는 업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층은 인터넷 쇼핑 대신 '인쇼'라는 줄임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대면 유통 확대 등 고용구조 변화가 진행 중인 도소매업은 고용상황이 여전히 어렵다"고 밝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도소매업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는 판매·판촉 사원이 대부분"이라며 "여기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복지·돌봄 분야에서 일하게 하거나, 각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술 시설에서 안내 업무 등을 하도록 하는 게 기존 일했던 곳과 성격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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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도 맛집도 ‘인쇼’…도소매 일자리는 ‘한겨울’
    • 입력 2021-06-09 15:36:51
    취재K

5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1만 9천 명 늘었다. 석 달 연속 늘어난 데다 두 달 연속 60만 명대 증가다.

정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80% 이상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지표 중 가장 나중에 회복한다는 일자리도 상당한 회복세에 접어든 셈인데, 좀처럼 회복 기미가 없는 산업이 있다. 도소매업이다.

통계청이 오늘(9일) 발표한 '5월 고용 동향'을 보면, 도소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3만 6천 명 줄었다.

도소매업과 함께 대면 업종으로 묶이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4천 명 늘었다. 4월에 6만 1천 명 늘어난 데 이은 두 달 연속 증가다. 숙박·음식점업은 더디지만,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도소매업은 여전히 한겨울인 셈이다.

문제는 도소매업 일자리 감소가 단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도소매업 일자리는 2019년 6월 4만 명 줄어든 이후 지난달까지 24개월 연속 줄고 있다.

그 전에도 2017년 12월 7천 명 줄어든 이후 2019년 4월까지 17개월 연속 줄다가 2019년 5월 1천 명 늘었을 뿐이다. 감소세가 사실상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기업에서도 확인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중 직원 수가 공개된 309곳의 올해 1분기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9년 4분기 대비 직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은 롯데쇼핑이었다. 2천768명(11%) 감소했다.

2위는 2천678명(31%) 줄어든 GS리테일이었다. 숫자로는 롯데가 1위, 감소율로는 GS리테일이 1위다. 두 기업 모두 도소매업에 속하는 유통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에서 2018년 말 내놓은 '온라인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도소매업의 고용 부진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다.

한은은 당시 보고서에서 2014년 이후 온라인 거래 확대에 따른 오프라인 판매 대체 효과로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연평균 약 1만 6천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온라인 거래 증가로 물건 파는 사람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인터넷·모바일 사이트가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비싼 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를 온라인으로 팔며 전용 배송 서비스까지 마련했고, 전국 각지의 맛집 음식을 배송해주는 업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층은 인터넷 쇼핑 대신 '인쇼'라는 줄임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대면 유통 확대 등 고용구조 변화가 진행 중인 도소매업은 고용상황이 여전히 어렵다"고 밝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도소매업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는 판매·판촉 사원이 대부분"이라며 "여기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복지·돌봄 분야에서 일하게 하거나, 각 지방자치단체 문화·예술 시설에서 안내 업무 등을 하도록 하는 게 기존 일했던 곳과 성격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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