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글로벌 법인세’…‘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가능할까?

입력 2021.06.09 (18:09) 수정 2021.06.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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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 돈은 어마어마하게 벌고 세금은 쥐꼬리만큼 내온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이런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

어쩌면, 이 기업들한테서 세금 더 많이 걷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G7, 주요 7개국 정상이 이번 주말, 글로벌 법인세 구조를 100년 만에 바꾸는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합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초청받은 G7 정상회의, 여기서 정해진다고요?

[기자]

네. 합의안 자체는 지난주에 재무장관들이 모여서 만들어놨고요,

이번 주말에 정상들이 모여서 확정할 겁니다.

크게 두 부분입니다.

첫 번째 부분은 사업하는 나라에서 세금 내라는 취지로, 가장 크고 수익성이 좋은 기업에 한해서, 영업이익이 10%가 넘을 경우 그중의 20%는 사업하는 나라에다가 세금 걷을 권리를 주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진 페이퍼 컴퍼니 세워놓고 그쪽으로 빼돌렸는데 그걸 막은 겁니다.

다른 한 원칙은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는 국가들도 법인세를 최소 15%로 높여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앵커]

그냥 세금 내는 방식을 좀 바꾼 것 같은데, 왜 100년 만의 합의라고 떠들썩한 거죠?

[기자]

최근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기업한테 세금 걷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지금 가장 큰 기업들 있잖아요? 애플, 아마존, 구글. 이런 회사들.

미국 밖에서는 물건 팔고 세금을 잘 안 냅니다.

예를 들어보면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한 5조 원 벌었거든요, 근데 매출은 2,200억 원 신고하고 법인세는 97억 원 내겠다고 했어요.

애플도 앱스토어에서 2~3조 원 번 거로 추정되는데 세금은 수십억 원 수준입니다.

[앵커]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기자]

여러 나라에서 사업하니 매출을 세금 싼 나라에 몰아서 신고하는 꼼수 쓴 겁니다.

이를테면 구글 매출은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아시아 퍼시픽'에 매출을 몰아줍니다.

싱가포르, 법인세율이 낮은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입니다.

유럽은 아일랜드, 헝가리 등이 회피지이고요.

아예 조세피난처라고 부르는 곳도 있죠.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같은 곳은 세율이 0%입니다.

[앵커]

바뀌면 우리나라는 수혜를 좀 보는 편입니까?

[기자]

네, 우리 정부, 앞서 말한 대로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런 데다가 세금 좀 걷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우리 기업 경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일부 게임업체. 이런 곳은 해외에서 세금을 좀 더 내야 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미국 빅 테크 수준의 큰 부담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잠깐만요. 미국 큰 회사들이 손해 본단 얘기 같은데, 그런데 미국이 왜 이런 합의를 해줬죠?

[기자]

사실 거기서 세계 경제 돌아가는 모양을 좀 엿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EU는 계속 저 합의를 하자 했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대했습니다.

미국 기업 타겟이란 거죠.

합의 안 되니까 유럽에서는 '디지털세'라는 걸 만들어내서, 무역 갈등 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큰 변화가 두 개나 일어났습니다.

코로나19와 바이든.

코로나 때문에 각국 정부가 돈을 많이 써서, 증세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특히 엄청난 재정을 풀겠다고 선언한 바이든 정부는 실제 증세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세금 올리면 미국 회사들이 본사를 다른 나라로 이전할까 봐 걱정된 겁니다.

그래서 조세 피난 못 가게 글로벌 최저세율이란 걸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반대로 유럽은 지속적으로 유럽에서 장사하는 미국 기업한테 세금을 걷고 싶었고요.

이 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겁니다.

[리시 수낙/영국 재무장관/지난 5일 : "각 나라와 기업들에 공정한 경쟁의 장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사업하는 곳에 제때 적절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앵커]

돈 낼 기업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번 G7 합의를 환영한다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EU에서 트럼프와 다툴 때 디지털세 도입했다 했잖아요?

이게 되게 셉니다.

이익이 아니고 매출에다 세금을 3%, 4% 붙이거든요.

디지털세보다는 이번 합의가 낫다 생각했을 수 있고요,

다만 조세회피지, 유럽의 아일랜드나 아시아의 싱가포르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는 완전 죽을상이고요.

[앵커]

이번 주말 합의 발표하면 이대로 확정되는 겁니까?

우리도 바로 세금 더 걷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이제 시작입니다.

일곱 나라가 글로벌 규칙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음 달 G20에서 논의해야 하고요,

10월 OECD에서도 합의해야 합니다.

반대하는 나라가 있고, 또 큰 틀만 합의했지 세부사항은 복잡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2~3년 더 걸린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각국 정부도, 기업들도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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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글로벌 법인세’…‘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가능할까?
    • 입력 2021-06-09 18:09:13
    • 수정2021-06-09 18: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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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 돈은 어마어마하게 벌고 세금은 쥐꼬리만큼 내온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이런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

어쩌면, 이 기업들한테서 세금 더 많이 걷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G7, 주요 7개국 정상이 이번 주말, 글로벌 법인세 구조를 100년 만에 바꾸는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합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초청받은 G7 정상회의, 여기서 정해진다고요?

[기자]

네. 합의안 자체는 지난주에 재무장관들이 모여서 만들어놨고요,

이번 주말에 정상들이 모여서 확정할 겁니다.

크게 두 부분입니다.

첫 번째 부분은 사업하는 나라에서 세금 내라는 취지로, 가장 크고 수익성이 좋은 기업에 한해서, 영업이익이 10%가 넘을 경우 그중의 20%는 사업하는 나라에다가 세금 걷을 권리를 주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진 페이퍼 컴퍼니 세워놓고 그쪽으로 빼돌렸는데 그걸 막은 겁니다.

다른 한 원칙은 조세피난처로 이용되는 국가들도 법인세를 최소 15%로 높여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앵커]

그냥 세금 내는 방식을 좀 바꾼 것 같은데, 왜 100년 만의 합의라고 떠들썩한 거죠?

[기자]

최근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기업한테 세금 걷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지금 가장 큰 기업들 있잖아요? 애플, 아마존, 구글. 이런 회사들.

미국 밖에서는 물건 팔고 세금을 잘 안 냅니다.

예를 들어보면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한 5조 원 벌었거든요, 근데 매출은 2,200억 원 신고하고 법인세는 97억 원 내겠다고 했어요.

애플도 앱스토어에서 2~3조 원 번 거로 추정되는데 세금은 수십억 원 수준입니다.

[앵커]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기자]

여러 나라에서 사업하니 매출을 세금 싼 나라에 몰아서 신고하는 꼼수 쓴 겁니다.

이를테면 구글 매출은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아시아 퍼시픽'에 매출을 몰아줍니다.

싱가포르, 법인세율이 낮은 대표적인 '조세회피지'입니다.

유럽은 아일랜드, 헝가리 등이 회피지이고요.

아예 조세피난처라고 부르는 곳도 있죠.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같은 곳은 세율이 0%입니다.

[앵커]

바뀌면 우리나라는 수혜를 좀 보는 편입니까?

[기자]

네, 우리 정부, 앞서 말한 대로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런 데다가 세금 좀 걷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우리 기업 경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일부 게임업체. 이런 곳은 해외에서 세금을 좀 더 내야 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미국 빅 테크 수준의 큰 부담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잠깐만요. 미국 큰 회사들이 손해 본단 얘기 같은데, 그런데 미국이 왜 이런 합의를 해줬죠?

[기자]

사실 거기서 세계 경제 돌아가는 모양을 좀 엿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EU는 계속 저 합의를 하자 했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대했습니다.

미국 기업 타겟이란 거죠.

합의 안 되니까 유럽에서는 '디지털세'라는 걸 만들어내서, 무역 갈등 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큰 변화가 두 개나 일어났습니다.

코로나19와 바이든.

코로나 때문에 각국 정부가 돈을 많이 써서, 증세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특히 엄청난 재정을 풀겠다고 선언한 바이든 정부는 실제 증세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세금 올리면 미국 회사들이 본사를 다른 나라로 이전할까 봐 걱정된 겁니다.

그래서 조세 피난 못 가게 글로벌 최저세율이란 걸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반대로 유럽은 지속적으로 유럽에서 장사하는 미국 기업한테 세금을 걷고 싶었고요.

이 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겁니다.

[리시 수낙/영국 재무장관/지난 5일 : "각 나라와 기업들에 공정한 경쟁의 장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사업하는 곳에 제때 적절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앵커]

돈 낼 기업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번 G7 합의를 환영한다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EU에서 트럼프와 다툴 때 디지털세 도입했다 했잖아요?

이게 되게 셉니다.

이익이 아니고 매출에다 세금을 3%, 4% 붙이거든요.

디지털세보다는 이번 합의가 낫다 생각했을 수 있고요,

다만 조세회피지, 유럽의 아일랜드나 아시아의 싱가포르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는 완전 죽을상이고요.

[앵커]

이번 주말 합의 발표하면 이대로 확정되는 겁니까?

우리도 바로 세금 더 걷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이제 시작입니다.

일곱 나라가 글로벌 규칙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음 달 G20에서 논의해야 하고요,

10월 OECD에서도 합의해야 합니다.

반대하는 나라가 있고, 또 큰 틀만 합의했지 세부사항은 복잡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2~3년 더 걸린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각국 정부도, 기업들도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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