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의료소송…“억울합니다” 유족의 호소

입력 2021.06.09 (21:46) 수정 2021.06.0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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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년 전 도내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과다출혈로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검찰은 당시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5년 가까이 지나 1심에서는 의료진 모두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졌는데,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년 전 2016년 8월,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62살 신 모 씨.

제주시 한 종합병원에 실려간 신 씨는 다음날 새벽 막힌 뇌혈관에 약물을 주입해 뚫는 ‘혈전용해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마친 신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진지 약 4시간 지난 아침 7시쯤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병원은 신 씨의 사망 진단서에 '병사'로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신 씨의 사인은 수술 도구를 꽂았던 부위의 대량 출혈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른쪽 허벅지 동맥에 생긴 0.2cm 지름의 구멍.

이곳에서 출혈이 발생해 저혈량성 쇼크, 이른바 과다 출혈로 숨진 겁니다.

신 씨의 사망 사고를 수사한 검찰은 주치의 A 씨와 수술 집도의 B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시술 부위 지혈을 도운 방사선사 C 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출혈 시 치명적인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허벅지 동맥 시술 부위 출혈 여부를 계속 관찰 검사하고,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외과 수술이나 수혈을 통해 과다출혈로 사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겁니다.

신 씨 사망 후 4년 반만인 지난 2월 제주지방법원은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수술이나 지혈 처치, 수술 후 관찰 등에서 피고인들의 과실이 있다고 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후 5년 가까이 기다린 1심 재판부의 판단에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의사들의 진술과 자료 위주로 재판이 진행돼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겁니다.

[박기노/유족 : “재판부에서는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결과를 내렸겠지만 저희 입장에선 너무 억울해서 재판장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검찰은 불충분한 심리로 원심에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신 씨의 사망 이후 5년.

아내의 죽음에 비통해하던 신 씨의 남편은 지병으로 숨졌고, 가족을 연이어 떠나보낸 유족은 길어지는 의료소송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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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째 의료소송…“억울합니다” 유족의 호소
    • 입력 2021-06-09 21:46:27
    • 수정2021-06-09 21:53:01
    뉴스9(제주)
[앵커]

5년 전 도내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과다출혈로 숨지는 일이 있었는데요.

검찰은 당시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5년 가까이 지나 1심에서는 의료진 모두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졌는데,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년 전 2016년 8월,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62살 신 모 씨.

제주시 한 종합병원에 실려간 신 씨는 다음날 새벽 막힌 뇌혈관에 약물을 주입해 뚫는 ‘혈전용해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마친 신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진지 약 4시간 지난 아침 7시쯤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병원은 신 씨의 사망 진단서에 '병사'로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 신 씨의 사인은 수술 도구를 꽂았던 부위의 대량 출혈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른쪽 허벅지 동맥에 생긴 0.2cm 지름의 구멍.

이곳에서 출혈이 발생해 저혈량성 쇼크, 이른바 과다 출혈로 숨진 겁니다.

신 씨의 사망 사고를 수사한 검찰은 주치의 A 씨와 수술 집도의 B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시술 부위 지혈을 도운 방사선사 C 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출혈 시 치명적인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허벅지 동맥 시술 부위 출혈 여부를 계속 관찰 검사하고,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외과 수술이나 수혈을 통해 과다출혈로 사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겁니다.

신 씨 사망 후 4년 반만인 지난 2월 제주지방법원은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수술이나 지혈 처치, 수술 후 관찰 등에서 피고인들의 과실이 있다고 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후 5년 가까이 기다린 1심 재판부의 판단에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의사들의 진술과 자료 위주로 재판이 진행돼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겁니다.

[박기노/유족 : “재판부에서는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결과를 내렸겠지만 저희 입장에선 너무 억울해서 재판장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검찰은 불충분한 심리로 원심에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신 씨의 사망 이후 5년.

아내의 죽음에 비통해하던 신 씨의 남편은 지병으로 숨졌고, 가족을 연이어 떠나보낸 유족은 길어지는 의료소송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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