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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버린 ‘고물상 진돗개’는 가족이 아니었다
입력 2021.06.10 (11:27) 취재K
철창 안에 갇힌 채 키워지고 있는 진돗개 ‘해피’철창 안에 갇힌 채 키워지고 있는 진돗개 ‘해피’

■ 철창에 5년 동안 갇혀있던 고물상 진돗개

전북 전주시 인후동에 있는 한 고물상.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5년 동안 산 곳입니다. 진돗개의 이름은 '해피'. 해피가 자란 공간은 '열악하다'는 말밖에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시멘트 담벼락 옆에 지붕을 올리고 철창을 세워 해피가 살게끔 했습니다. 철창에는 문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감금 생활'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작은 개집을 놓기는 했지만, 눈비와 무더위를 이겨내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해피는 그동안 먹이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냄새가 나는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주변에 살며 이를 안타깝게 지켜봤던 50대 여성 A씨가 매일같이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하면서 해피를 돌봐줬습니다.

■ 방치도 모자라, 버리고 떠나버린 주인…"가족이 아니었다"

고물상이 떠날 때까지 남아 있던 해피고물상이 떠날 때까지 남아 있던 해피

그런데 지난달 중순, 해피의 주인인 70대 남성이 고물상을 철거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면서 해피를 그대로 놔두고 떠나버렸습니다. 해피는 꼼짝없이 철창에 갇힌 신세. 이 상황을 지켜본 A씨는 급히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했습니다. 해피 같은 유기견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에서 지낼 수 있지만, 10일간의 공고 기간 안에 다른 곳에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하는 운명을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피는 몸무게가 16kg에 달하는 대형견이라 입양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해피동물보호단체의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해피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에 구조된 해피의 건강상태는 당연히 좋지 않았습니다. 개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진 '심장사상충'이 꽤 진행됐습니다. 심장사상충은 가늘고 투명한 기생충인데, 혈액 속에서 유충이 자라다가 점차 혈관을 막기 시작해 동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병입니다. 해피를 보호하고 있는 동행세상 엄지영 대표는 "해피는 고물상 주인의 가족이 아니었던 것 같다. 동물 학대나 다름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해피는 현재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 반려동물 등록제 시행 8년째…유기동물 아직도 한해 10만 마리 넘어

그렇다면 해피를 버리고 떠난 주인에게 연락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해피는 '반려동물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주인이 자취를 감춰 버리면 찾을 길이 없습니다. 개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시·군·구에 반드시 등록을 해야하는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부터 시행됐습니다. 고물상 주인은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해피를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끼는 반려동물을 실수로 잃어버렸을 때 쉽기 찾기 위해서 반려동물 등록제가 필요하지만, 무책임하게 버리거나 인연을 끊는 행위를 막고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서도 이 제도는 더욱 공고히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구조된 유기 반려동물은 모두 13만 마리입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주인의 품을 찾은 사례는 30%에 그쳤고, 45% 정도는 안락사하거나 자연사했습니다.

(사진제공 :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
  • 주인이 버린 ‘고물상 진돗개’는 가족이 아니었다
    • 입력 2021-06-10 11:27:01
    취재K
철창 안에 갇힌 채 키워지고 있는 진돗개 ‘해피’철창 안에 갇힌 채 키워지고 있는 진돗개 ‘해피’

■ 철창에 5년 동안 갇혀있던 고물상 진돗개

전북 전주시 인후동에 있는 한 고물상.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5년 동안 산 곳입니다. 진돗개의 이름은 '해피'. 해피가 자란 공간은 '열악하다'는 말밖에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시멘트 담벼락 옆에 지붕을 올리고 철창을 세워 해피가 살게끔 했습니다. 철창에는 문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감금 생활'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작은 개집을 놓기는 했지만, 눈비와 무더위를 이겨내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해피는 그동안 먹이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냄새가 나는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주변에 살며 이를 안타깝게 지켜봤던 50대 여성 A씨가 매일같이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하면서 해피를 돌봐줬습니다.

■ 방치도 모자라, 버리고 떠나버린 주인…"가족이 아니었다"

고물상이 떠날 때까지 남아 있던 해피고물상이 떠날 때까지 남아 있던 해피

그런데 지난달 중순, 해피의 주인인 70대 남성이 고물상을 철거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면서 해피를 그대로 놔두고 떠나버렸습니다. 해피는 꼼짝없이 철창에 갇힌 신세. 이 상황을 지켜본 A씨는 급히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했습니다. 해피 같은 유기견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에서 지낼 수 있지만, 10일간의 공고 기간 안에 다른 곳에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하는 운명을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피는 몸무게가 16kg에 달하는 대형견이라 입양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동물보호단체의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해피동물보호단체의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해피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에 구조된 해피의 건강상태는 당연히 좋지 않았습니다. 개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알려진 '심장사상충'이 꽤 진행됐습니다. 심장사상충은 가늘고 투명한 기생충인데, 혈액 속에서 유충이 자라다가 점차 혈관을 막기 시작해 동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병입니다. 해피를 보호하고 있는 동행세상 엄지영 대표는 "해피는 고물상 주인의 가족이 아니었던 것 같다. 동물 학대나 다름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해피는 현재 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습니다.

■ 반려동물 등록제 시행 8년째…유기동물 아직도 한해 10만 마리 넘어

그렇다면 해피를 버리고 떠난 주인에게 연락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해피는 '반려동물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주인이 자취를 감춰 버리면 찾을 길이 없습니다. 개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시·군·구에 반드시 등록을 해야하는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부터 시행됐습니다. 고물상 주인은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해피를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끼는 반려동물을 실수로 잃어버렸을 때 쉽기 찾기 위해서 반려동물 등록제가 필요하지만, 무책임하게 버리거나 인연을 끊는 행위를 막고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서도 이 제도는 더욱 공고히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구조된 유기 반려동물은 모두 13만 마리입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주인의 품을 찾은 사례는 30%에 그쳤고, 45% 정도는 안락사하거나 자연사했습니다.

(사진제공 :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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