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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ICT서도 ‘직장 내 괴롭힘’…산재 승인 뒤엔 퇴직 권고
입력 2021.06.10 (13:37) 취재K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해라. 회사에서 널 보호할 것 같냐? 조직에서 널 보호할 것 같아? 절대 안 해."

수년간에 걸친 직장 내 괴롭힘을 참다못해 신고한 피해자는 상급자로부터 이 같은 협박성 발언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이 피해자는 고용노동부가 괴롭힘 예방 및 대응 우수 사례로 꼽은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ICT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인데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과 억압적 조직 문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 6년간 괴롭힘.. 신고했더니 "회사에서 널 보호할 것 같냐"

포스코ICT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지난 2012년부터 6년 동안 직장 선배의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2018년 A씨가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A 씨는 직장 선배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고성, 따돌림뿐만 아니라 사실과 다른 내용의 비방과 배우자 유산 당시에도 돌발 업무를 지시받는 등의 괴롭힘을 겪었습니다.

참다 못한 A 씨는 이런 사실을 팀장에게 보고했지만 도리어 협박성 발언을 들었고, 본사 정도경영실에 신고한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괴롭힘 신고 이후 본사 조사가 마치기까지 기간만 약 3백여 일 됩니다. 그 사이 사측 사람들은 '가해자나 피해자나 둘 다 나간다'라고 말하고. 부적절한 인사 고과를 주면서 '애들 분유값 날라갔네' 이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유사한 사례들이 장기간 계속됐습니다." - A 씨

■ 산업재해 인정받았지만… A 씨 "희망퇴직 거부하자 사실상 보복"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은 A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냈고, 결국 2019년 '적응 장애'에 따른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산재 승인 이후 더 심한 괴로움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가해자는 경고 처분에 그쳤고, 피해자인 A 씨가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출됐다는 겁니다.

또, 이후 부서장이 희망퇴직을 권고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부서장이 재차 과거 괴롭힘 사건 등을 암시하며 퇴직을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신적 충격으로 한 달간 휴직한 A 씨는 복직 하루 전 경기도에 있는 역량개발 프로그램으로 발령 통보를 받았습니다.

"희망퇴직을 거부하니까 실질적으로 노동자 퇴출 프로그램인데, 갑자기 여기에 사전에 협의 없이 발령을 내고. 아니면 '사업소 대기'라고 해서 회사에 출근은 하는데 일은 안 시키는 겁니다. 월급은 반 정도 주고요.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거죠. 알아서 나가게끔." - A 씨

포스코ICT는 퇴직 권고 주장은 희망 퇴직 접수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로, 개인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회사 업무 특성상 부서나 사업장 이동은 빈번한 일이라면서도, 최근 경기도 발령은 취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경영 사정상 한시적으로 명예퇴직, 그리고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직원분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서 시행하게 됐고요. 향후에도 직원 한분 한분 개인 사정을 충분히 배려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이성호 포스코ICT 경영지원실 인사 노무그룹 차장

■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해도…10명 중 7명 '불이익'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규정에 따라 노동자의 인격권은 침해돼서는 안 됩니다. 헌법 제32조 ③에서도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정반대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참다 못해 신고하면 보복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건데요.

지난 3월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한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32.5%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35.4%는 자신이 겪은 갑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 또는 관계기관에 신고한 응답자는 불과 2.8%, 신고자 중 71.4%는 피해 사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신고 이후 근무조건의 악화나 따돌림,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겪었다고 응답한 이는 67.9%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어도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은커녕, 신고 이후 '보복 갑질'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

직장갑질119는 "법이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지만, 신고해도 근로감독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 전까지 불리한 처우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완 입법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포스코ICT서도 ‘직장 내 괴롭힘’…산재 승인 뒤엔 퇴직 권고
    • 입력 2021-06-10 13:37:22
    취재K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해라. 회사에서 널 보호할 것 같냐? 조직에서 널 보호할 것 같아? 절대 안 해."

수년간에 걸친 직장 내 괴롭힘을 참다못해 신고한 피해자는 상급자로부터 이 같은 협박성 발언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이 피해자는 고용노동부가 괴롭힘 예방 및 대응 우수 사례로 꼽은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ICT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인데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과 억압적 조직 문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 6년간 괴롭힘.. 신고했더니 "회사에서 널 보호할 것 같냐"

포스코ICT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지난 2012년부터 6년 동안 직장 선배의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2018년 A씨가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A 씨는 직장 선배로부터 상습적인 폭언과 고성, 따돌림뿐만 아니라 사실과 다른 내용의 비방과 배우자 유산 당시에도 돌발 업무를 지시받는 등의 괴롭힘을 겪었습니다.

참다 못한 A 씨는 이런 사실을 팀장에게 보고했지만 도리어 협박성 발언을 들었고, 본사 정도경영실에 신고한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괴롭힘 신고 이후 본사 조사가 마치기까지 기간만 약 3백여 일 됩니다. 그 사이 사측 사람들은 '가해자나 피해자나 둘 다 나간다'라고 말하고. 부적절한 인사 고과를 주면서 '애들 분유값 날라갔네' 이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유사한 사례들이 장기간 계속됐습니다." - A 씨

■ 산업재해 인정받았지만… A 씨 "희망퇴직 거부하자 사실상 보복"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은 A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냈고, 결국 2019년 '적응 장애'에 따른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산재 승인 이후 더 심한 괴로움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가해자는 경고 처분에 그쳤고, 피해자인 A 씨가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전출됐다는 겁니다.

또, 이후 부서장이 희망퇴직을 권고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부서장이 재차 과거 괴롭힘 사건 등을 암시하며 퇴직을 권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신적 충격으로 한 달간 휴직한 A 씨는 복직 하루 전 경기도에 있는 역량개발 프로그램으로 발령 통보를 받았습니다.

"희망퇴직을 거부하니까 실질적으로 노동자 퇴출 프로그램인데, 갑자기 여기에 사전에 협의 없이 발령을 내고. 아니면 '사업소 대기'라고 해서 회사에 출근은 하는데 일은 안 시키는 겁니다. 월급은 반 정도 주고요. 이런 식으로 괴롭히는 거죠. 알아서 나가게끔." - A 씨

포스코ICT는 퇴직 권고 주장은 희망 퇴직 접수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로, 개인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회사 업무 특성상 부서나 사업장 이동은 빈번한 일이라면서도, 최근 경기도 발령은 취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경영 사정상 한시적으로 명예퇴직, 그리고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직원분들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서 시행하게 됐고요. 향후에도 직원 한분 한분 개인 사정을 충분히 배려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이성호 포스코ICT 경영지원실 인사 노무그룹 차장

■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해도…10명 중 7명 '불이익'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규정에 따라 노동자의 인격권은 침해돼서는 안 됩니다. 헌법 제32조 ③에서도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정반대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참다 못해 신고하면 보복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건데요.

지난 3월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한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32.5%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35.4%는 자신이 겪은 갑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 또는 관계기관에 신고한 응답자는 불과 2.8%, 신고자 중 71.4%는 피해 사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신고 이후 근무조건의 악화나 따돌림,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겪었다고 응답한 이는 67.9%로 나타났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어도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은커녕, 신고 이후 '보복 갑질'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

직장갑질119는 "법이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지만, 신고해도 근로감독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 전까지 불리한 처우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완 입법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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