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게이트 감독 ‘웸블리의 악몽’은 잊어주세요!

입력 2021.06.10 (14:28) 수정 2021.06.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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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돌아온다!(Football is coming home.) 잉글랜드는 종주국답게 축구를 향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1996년 여름도 뜨거웠다. 1966년 월드컵 이후 30년 만에 잉글랜드에서 펼쳐지는 메이저대회 '유로 96'이 개막했다.

대회 직전까지 홍콩에서의 음주 스캔들로 타블로이드 신문의 집중포화를 받은 잉글랜드 대표팀이었지만 개막과 함께 반전의 경기력을 뽐내며 팬들의 우려를 기대로 바꿔놓았다. 앨런 시어러와 테디 셰링엄의 득점포, 폴 개스코인의 환상적인 플레이까지. 1990년 월드컵이 끝난 이후 이어지던 암흑기를 통과한 듯 승승장구한 잉글랜드 축구는 마치 정상까지 내달릴 것만 같았다.

■사우스게이트, '웸블리'에서 결정적인 실축

'잉글랜드 축구의 심장' 웸블리에서 열린 4강전, 잉글랜드는 시어러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독일과 1대 1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개스코인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등 연장까지 경기를 주도하고도 승부차기를 피할 수가 없었다. 양 팀 5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한 뒤 6번째 키커로 나선 건 당시 만 25세의 젊은 수비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였다.

대부분의 선수가 주저하는 사이에 사우스게이트가 키커를 자원한 것이다. 하지만 사우스게이트의 정직한 슛은 독일의 쾨프케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독일의 6번째 키커가 성공하면서 경기는 잉글랜드의 패배, 허무한 탈락으로 마무리됐다. 사우스게이트를 비꼬는 노래가 발표되고, 어머니까지 전화로 아들의 실축을 나무라는 등 결승 진출 무산은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유로 96’ 4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사우스게이트‘유로 96’ 4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사우스게이트

■사우스게이트의 잉글랜드, '유로 2020' 우승후보

웸블리에서 악몽을 겪은 사우스게이트가 이제 '삼사자 군단'의 사령탑으로 '유로 2020' 출발선에 선다. 이번 대회는 11개국 11개 도시에서 열리지만, 준결승과 결승은 웸블리에서 펼쳐진다. 대회 전 도박사들의 '우승 베팅'은 예상 외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향하고 있다. 이름값으로는 음바페와 포그바, 캉테 등이 버티는 프랑스나 '황금 세대'라는 벨기에보다 떨어질 수도 있지만, 대회가 1년 미뤄진 사이에 기량이 급성장한 젊은 선수들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해리 케인과 래시포드, 스털링이 공격을 책임지고, 포든과 그릴리쉬, 알렉산더-아널드 등 EPL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신예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만 17세로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주드 벨링엄은 깜짝 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 벨링엄과 함께 주목받는 10대 사카도 있다. 벨링엄의 도르트문트 동료 제이든 산초도 빠질 수 없다. 웨스트햄 임대 후 부활한 제시 린가드가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스쿼드는 탄탄하다.

17세 ‘차세대 스타’ 주드 벨링엄17세 ‘차세대 스타’ 주드 벨링엄

■사우스게이트, '승부차기' 트라우마를 집중 훈련으로 극복

2016년부터 잉글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사우스게이트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28년 만에 4강에 올려놓으며 벌써 5년 가까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자신이 혹독하게 겪은 승부차기의 트라우마 탓인지 러시아월드컵에선 승부차기 훈련에 공을 들였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며 공을 향해 천천히 다가서는 연습을 했고, 나머지 선수들이 야유하는 가운데 킥을 차게 해 정신력을 강화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치러진 3차례 승부차기에서 모두 패하는 등 전통적으로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 징크스를 보였던 잉글랜드는 사우스게이트의 철저한 준비 덕분에 달라졌다. 16강전에서 월드컵 역대 첫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느덧 피파랭킹 4위까지 도약한 잉글랜드가 이제 유로 첫 우승에 도전한다. 25년 전 웸블리에서 겪었던 압박을 잊지 않는 사우스게이트가 잉글랜드의 미래인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차례다. 사우스게이트가 선수 시절 실패의 경험을 딛고 지도자로 새 역사를 쓴다면,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웸블리의 악몽'을 '웸블리의 환희'로 바꿀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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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0 14:28:00
    • 수정2021-06-10 14:28:28
    스포츠K

"축구가 돌아온다!(Football is coming home.) 잉글랜드는 종주국답게 축구를 향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1996년 여름도 뜨거웠다. 1966년 월드컵 이후 30년 만에 잉글랜드에서 펼쳐지는 메이저대회 '유로 96'이 개막했다.

대회 직전까지 홍콩에서의 음주 스캔들로 타블로이드 신문의 집중포화를 받은 잉글랜드 대표팀이었지만 개막과 함께 반전의 경기력을 뽐내며 팬들의 우려를 기대로 바꿔놓았다. 앨런 시어러와 테디 셰링엄의 득점포, 폴 개스코인의 환상적인 플레이까지. 1990년 월드컵이 끝난 이후 이어지던 암흑기를 통과한 듯 승승장구한 잉글랜드 축구는 마치 정상까지 내달릴 것만 같았다.

■사우스게이트, '웸블리'에서 결정적인 실축

'잉글랜드 축구의 심장' 웸블리에서 열린 4강전, 잉글랜드는 시어러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독일과 1대 1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개스코인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등 연장까지 경기를 주도하고도 승부차기를 피할 수가 없었다. 양 팀 5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한 뒤 6번째 키커로 나선 건 당시 만 25세의 젊은 수비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였다.

대부분의 선수가 주저하는 사이에 사우스게이트가 키커를 자원한 것이다. 하지만 사우스게이트의 정직한 슛은 독일의 쾨프케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독일의 6번째 키커가 성공하면서 경기는 잉글랜드의 패배, 허무한 탈락으로 마무리됐다. 사우스게이트를 비꼬는 노래가 발표되고, 어머니까지 전화로 아들의 실축을 나무라는 등 결승 진출 무산은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유로 96’ 4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사우스게이트
■사우스게이트의 잉글랜드, '유로 2020' 우승후보

웸블리에서 악몽을 겪은 사우스게이트가 이제 '삼사자 군단'의 사령탑으로 '유로 2020' 출발선에 선다. 이번 대회는 11개국 11개 도시에서 열리지만, 준결승과 결승은 웸블리에서 펼쳐진다. 대회 전 도박사들의 '우승 베팅'은 예상 외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향하고 있다. 이름값으로는 음바페와 포그바, 캉테 등이 버티는 프랑스나 '황금 세대'라는 벨기에보다 떨어질 수도 있지만, 대회가 1년 미뤄진 사이에 기량이 급성장한 젊은 선수들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해리 케인과 래시포드, 스털링이 공격을 책임지고, 포든과 그릴리쉬, 알렉산더-아널드 등 EPL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신예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만 17세로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주드 벨링엄은 깜짝 스타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 벨링엄과 함께 주목받는 10대 사카도 있다. 벨링엄의 도르트문트 동료 제이든 산초도 빠질 수 없다. 웨스트햄 임대 후 부활한 제시 린가드가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스쿼드는 탄탄하다.

17세 ‘차세대 스타’ 주드 벨링엄
■사우스게이트, '승부차기' 트라우마를 집중 훈련으로 극복

2016년부터 잉글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사우스게이트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28년 만에 4강에 올려놓으며 벌써 5년 가까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자신이 혹독하게 겪은 승부차기의 트라우마 탓인지 러시아월드컵에선 승부차기 훈련에 공을 들였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며 공을 향해 천천히 다가서는 연습을 했고, 나머지 선수들이 야유하는 가운데 킥을 차게 해 정신력을 강화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치러진 3차례 승부차기에서 모두 패하는 등 전통적으로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 징크스를 보였던 잉글랜드는 사우스게이트의 철저한 준비 덕분에 달라졌다. 16강전에서 월드컵 역대 첫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느덧 피파랭킹 4위까지 도약한 잉글랜드가 이제 유로 첫 우승에 도전한다. 25년 전 웸블리에서 겪었던 압박을 잊지 않는 사우스게이트가 잉글랜드의 미래인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차례다. 사우스게이트가 선수 시절 실패의 경험을 딛고 지도자로 새 역사를 쓴다면,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웸블리의 악몽'을 '웸블리의 환희'로 바꿀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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