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등에 새총 난사한 60대…실직 스트레스 분풀이?

입력 2021.06.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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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자료 사진

2년 전 대전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이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깨진 겁니다.

얼마 뒤에는 주차된 차량 유리창이 똑같은 형태로 깨졌고 심지어 아파트 어린이집까지 같은 피해를 봤습니다.

이런 일이 이 아파트 일대에서 다섯 달 동안 5차례,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어났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였던 것일까요?

■ 범인은 인근 주민 60대 남성…어린이집에도 쇠 구슬 쏴

범인은 피해가 난 아파트에서 900m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67살 김 모 씨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겨울, 집 주변 철물점에서 지름 1cm가량의 쇠 구슬 여러 개를 두세 차례에 걸쳐 샀습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29일 아침 7시쯤, 해당 아파트 단지 안 인도에서 미리 준비한 새총으로 쇠 구슬을 4층 베란다로 쏴 유리창을 깼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김 씨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간 뒤였고 주변에는 김 씨가 쏘고 난 쇠 구슬만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같은 아파트에 가서 3차례나 주차된 차량에 쇠 구슬을 쏴 유리창을 깼고 심지어 지난해 3월에는 해당 아파트에 설치된 어린이집으로도 쇠 구슬을 쐈습니다.

자료 사진자료 사진

■ 6번째 범행에서 덜미…도망가려고 경비원 손가락 부러뜨리기도

집과 차로 정체 모를 쇠 구슬이 날아오는 것도 무서운데, 어린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까지 피해를 보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김 씨는 5번째 범행 한 달쯤 뒤 또다시 해당 아파트에서 새총으로 쇠 구슬을 쏘던 중 아파트 경비원에게 발각됐습니다.

경비원이 제지에 나섰고 승강이를 벌이던 중 바닥에 떨어진 쇠 구슬을 경비원이 주우려고 하자 김 씨는 쇠 구슬을 발로 차 찾기 어렵게 하고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못 가 붙잡힌 김 씨는 급기야 도망치기 위해 경비원의 손가락을 꺾어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힌 뒤에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 "새 잡기 위해 쇠 구슬 쐈다"…"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

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서 서게 된 김 씨.

황당하게도 "새를 잡기 위해 새총으로 쇠 구슬을 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적 없는 산이나 들도 아닌 여러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새를 잡기 위해 새총을, 그것도 쇠 구슬까지 장착해 쏜 점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김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지난 범행에 앞서 철물점에서 1cm 크기의 쇠 구슬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범행 장소 인근에서 같은 쇠 구슬 다수 발견된 점, 김 씨가 체포된 뒤로 유사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 풀려고 범행"…징역 2년 실형 선고

재판부는 일용직 노동자였던 김 씨가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됐든 김 씨가 저지른 범행의 위험성은 명백했습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상해와 특수손괴죄로 박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 판사는 특히 "범행 대상이 어린이집 베란다 유리창 등으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범행이 충분히 인정되는데도 파렴치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할 뿐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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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등에 새총 난사한 60대…실직 스트레스 분풀이?
    • 입력 2021-06-10 15:23:38
    취재K
자료 사진
2년 전 대전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이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깨진 겁니다.

얼마 뒤에는 주차된 차량 유리창이 똑같은 형태로 깨졌고 심지어 아파트 어린이집까지 같은 피해를 봤습니다.

이런 일이 이 아파트 일대에서 다섯 달 동안 5차례, 한 달에 한 번 꼴로 일어났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였던 것일까요?

■ 범인은 인근 주민 60대 남성…어린이집에도 쇠 구슬 쏴

범인은 피해가 난 아파트에서 900m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67살 김 모 씨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겨울, 집 주변 철물점에서 지름 1cm가량의 쇠 구슬 여러 개를 두세 차례에 걸쳐 샀습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29일 아침 7시쯤, 해당 아파트 단지 안 인도에서 미리 준비한 새총으로 쇠 구슬을 4층 베란다로 쏴 유리창을 깼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김 씨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간 뒤였고 주변에는 김 씨가 쏘고 난 쇠 구슬만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같은 아파트에 가서 3차례나 주차된 차량에 쇠 구슬을 쏴 유리창을 깼고 심지어 지난해 3월에는 해당 아파트에 설치된 어린이집으로도 쇠 구슬을 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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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번째 범행에서 덜미…도망가려고 경비원 손가락 부러뜨리기도

집과 차로 정체 모를 쇠 구슬이 날아오는 것도 무서운데, 어린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까지 피해를 보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김 씨는 5번째 범행 한 달쯤 뒤 또다시 해당 아파트에서 새총으로 쇠 구슬을 쏘던 중 아파트 경비원에게 발각됐습니다.

경비원이 제지에 나섰고 승강이를 벌이던 중 바닥에 떨어진 쇠 구슬을 경비원이 주우려고 하자 김 씨는 쇠 구슬을 발로 차 찾기 어렵게 하고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못 가 붙잡힌 김 씨는 급기야 도망치기 위해 경비원의 손가락을 꺾어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힌 뒤에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 "새 잡기 위해 쇠 구슬 쐈다"…"상식에 맞지 않는 주장"

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서 서게 된 김 씨.

황당하게도 "새를 잡기 위해 새총으로 쇠 구슬을 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적 없는 산이나 들도 아닌 여러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새를 잡기 위해 새총을, 그것도 쇠 구슬까지 장착해 쏜 점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김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지난 범행에 앞서 철물점에서 1cm 크기의 쇠 구슬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범행 장소 인근에서 같은 쇠 구슬 다수 발견된 점, 김 씨가 체포된 뒤로 유사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은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 풀려고 범행"…징역 2년 실형 선고

재판부는 일용직 노동자였던 김 씨가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 됐든 김 씨가 저지른 범행의 위험성은 명백했습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상해와 특수손괴죄로 박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 판사는 특히 "범행 대상이 어린이집 베란다 유리창 등으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범행이 충분히 인정되는데도 파렴치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할 뿐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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