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활보 여장 남성…‘다양성 존중’과 ‘치안 위협’ 사이

입력 2021.06.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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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라온 도로를 활보하는 ‘여장 남성’의 모습SNS에 올라온 도로를 활보하는 ‘여장 남성’의 모습

■ 경남 창원 도심에 나타난 '여장 남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웹드라마. 한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등장인물 중 한 명은 '여장 남성'입니다.

아파트 부녀회 회원들은 이른바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공연음란범으로 오해했지만, 이 남성은 단지 여장을 즐길 뿐입니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 존중이 필요하다는 시각으로 이 인물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일이 경남 창원에도 있습니다. 원피스에 굽 높은 구두를 신은 남성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입니다.

SNS를 통해 이 '여장 남성'을 목격했다는 글들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드라마의 '여장 남성'은 자신을 스스로 내보이기 조금은 부끄러워하지만, 이 남성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낮 호숫가와 도심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SNS상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민망하고 보기 불쾌하다는 의견부터 '왜곡된 여성성의 표현일 수도 있다', '위협적인 이상행동으로 보인다'는 부정적 의견이 있습니다.

최근 경남에서 여성에게 커피나 물을 뿌리고 도망간다든지, 알몸을 노출한다든지 하는 여성 혐오성 범죄가 잦았는데 이 남성 역시 치안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면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단순한 취향 혹은 개성 표현'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SNS에 올라온 도로를 활보하는 '‘여장 남성’의 모습SNS에 올라온 도로를 활보하는 '‘여장 남성’의 모습

■ 여장 남성 "취미이자 관심…여자 옷 좋아하고 즐겨"

경남 경찰청 경찰관이 지난주 이 남성을 만났습니다. 수사나 조사가 아니라 단순한 대화 차원이었습니다. 시민들이 밤에 마주치면 불안해할 수 있고 '여장 남성' 본인이 혐오성 테러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0대인 이 남성은 고등학교 졸업 뒤 취미 삼아 여장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자 옷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즐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장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경찰 "처벌 어려워…피해신고도 없어"

경찰은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형법상 공연음란 혐의를 적용하려면 공공장소에서 신체 노출 등의 음란 행위를 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단속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이 남성에 대해 피해 신고가 접수된 건 없습니다.


■ "다양성 존중해야!" vs "여성성 왜곡일 수도"

SNS 댓글의 반응은 공론화로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몇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 50대 남성 직장인은 개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이 한때 남성 패션으로 여겨지던 바지정장을 입는 것처럼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는 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한 30대 남성 직장인은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는다고 잠재적 성범죄자로 예단해서든 안 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여성 옷을 입고 여성만의 공간인 화장실이나 목욕탕을 들어간다면 명백한 범죄이지만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한 30대 여성 주부는 학교 주변이나 여성이 많은 곳만 골라 다닌다면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많은 대로를 활보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범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솔직히 보기 편하지는 않지만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배척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장 남성'을 주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지만, 공론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여장 남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여성단체 대표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히 여성의 옷을 입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노출이 심한 옷만 골라 입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성이라는 단어 안에는 단정할 수 없는 다양한 정의가 포함돼 있는데 노출이라는 특수성만 표출하는 것은 여성을 희화화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여성단체 대표는 또 '여장 남성', '남장 여성'에 대한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몰래 사진을 찍어 유포하는 건 잘못된 방향으로 담론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창원 도심에 나타난 '여장 남성'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어느 수준까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여장 남성', 여러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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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 활보 여장 남성…‘다양성 존중’과 ‘치안 위협’ 사이
    • 입력 2021-06-10 15:57:24
    취재K
SNS에 올라온 도로를 활보하는 ‘여장 남성’의 모습
■ 경남 창원 도심에 나타난 '여장 남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웹드라마. 한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등장인물 중 한 명은 '여장 남성'입니다.

아파트 부녀회 회원들은 이른바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공연음란범으로 오해했지만, 이 남성은 단지 여장을 즐길 뿐입니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 존중이 필요하다는 시각으로 이 인물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일이 경남 창원에도 있습니다. 원피스에 굽 높은 구두를 신은 남성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입니다.

SNS를 통해 이 '여장 남성'을 목격했다는 글들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드라마의 '여장 남성'은 자신을 스스로 내보이기 조금은 부끄러워하지만, 이 남성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낮 호숫가와 도심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SNS상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민망하고 보기 불쾌하다는 의견부터 '왜곡된 여성성의 표현일 수도 있다', '위협적인 이상행동으로 보인다'는 부정적 의견이 있습니다.

최근 경남에서 여성에게 커피나 물을 뿌리고 도망간다든지, 알몸을 노출한다든지 하는 여성 혐오성 범죄가 잦았는데 이 남성 역시 치안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면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단순한 취향 혹은 개성 표현'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SNS에 올라온 도로를 활보하는 '‘여장 남성’의 모습
■ 여장 남성 "취미이자 관심…여자 옷 좋아하고 즐겨"

경남 경찰청 경찰관이 지난주 이 남성을 만났습니다. 수사나 조사가 아니라 단순한 대화 차원이었습니다. 시민들이 밤에 마주치면 불안해할 수 있고 '여장 남성' 본인이 혐오성 테러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0대인 이 남성은 고등학교 졸업 뒤 취미 삼아 여장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자 옷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즐긴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장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 경찰 "처벌 어려워…피해신고도 없어"

경찰은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형법상 공연음란 혐의를 적용하려면 공공장소에서 신체 노출 등의 음란 행위를 해야 합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단속할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이 남성에 대해 피해 신고가 접수된 건 없습니다.


■ "다양성 존중해야!" vs "여성성 왜곡일 수도"

SNS 댓글의 반응은 공론화로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몇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 50대 남성 직장인은 개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이 한때 남성 패션으로 여겨지던 바지정장을 입는 것처럼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는 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한 30대 남성 직장인은 남성이 여성의 옷을 입는다고 잠재적 성범죄자로 예단해서든 안 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여성 옷을 입고 여성만의 공간인 화장실이나 목욕탕을 들어간다면 명백한 범죄이지만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한 30대 여성 주부는 학교 주변이나 여성이 많은 곳만 골라 다닌다면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많은 대로를 활보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범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솔직히 보기 편하지는 않지만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배척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장 남성'을 주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지만, 공론화가 된다는 것 자체가 여장 남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여성단체 대표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히 여성의 옷을 입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노출이 심한 옷만 골라 입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성이라는 단어 안에는 단정할 수 없는 다양한 정의가 포함돼 있는데 노출이라는 특수성만 표출하는 것은 여성을 희화화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여성단체 대표는 또 '여장 남성', '남장 여성'에 대한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몰래 사진을 찍어 유포하는 건 잘못된 방향으로 담론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창원 도심에 나타난 '여장 남성'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어느 수준까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습니다.

'여장 남성', 여러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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