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잠원동 사고와 판박이”…건물 철거 이대로 괜찮을까요?

입력 2021.06.10 (16:30) 수정 2021.06.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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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7월 발생한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사진 출처 : 연합뉴스]지난 2019년 7월 발생한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19년 7월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울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당시 현장 앞 도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무너진 건물 외벽에 깔렸습니다.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이 사고 4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숨졌고, 동승자 등 3명도 다쳤습니다.

이같은 건물 붕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는 앞서 2018년부터 건축물 관리법을 준비해 왔고, 지난해 이 법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 또 일어났습니다. 어제(9일) 광주 광역시 철거건물 붕괴 사고로 버스 안에 갇힌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2년 전 서울 잠원동 붕괴 사고와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합니다.

■ 또 일어난 건물붕괴…"잠원동 사고와 판박이"

그럼 지난해 시행됐다는 건축물 관리법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건물 관리자는 건물을 해체할 때 지자체에 이렇게 해체하겠다는 '해체계획서'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안전 계획이 포함됩니다.

제30조(건축물 해체의 허가)
① 관리자가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경우에는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이 장에서 “허가권자”라 한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허가를 받으려는 자 또는 신고를 하려는 자는 건축물 해체 허가신청서 또는 신고서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해체계획서를 첨부하여 허가권자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연면적 500㎡ 미만이거나, 높이 12m 미만, 3층 이하 건물은 신고만 하면 되지만, 이번 사고 건물의 경우 이를 초과하기 때문에 허가 받아야하는 대상입니다.

또, 해체 작업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건설현장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감리'도 지정해야 합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 작업 당시 광주 동구청에 해체계획서를 낸 것으로 안다"며 "해체계획서 등은 수사기관에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광주 광역시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광주 광역시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해체계획서' 제대로 작성되고 허가됐나? 감리는?

문제는 해체계획서를 냈다 하더라도 작성과 허가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해체계획서를 내면 통상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계획서를 검토하고 허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 현실적으로 계획서를 면밀하게 따질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됩니다. 때문에 이전에 구조 전문가들이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허가가 난 뒤 이를 관리감독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철거 현장에는 통상 계획서대로 공정이 진행중인지 살피는 '감리'가 있는데, 현장사무소에 나와있는 '상주 감리'가 아닌 '일반 감리'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철거과정을 온전히 감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철거 계획을 세울 때는 역학분석을 통해서 기둥들이 골고루 힘을 받도록 위에서부터 조각조각 뜯어내야 한다"며 "위에서 뜯어내지 않고 옆에서 뜯어내면 반대방향으로 힘이 실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 평택 물류센터 붕괴사고 당시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홍건호 호서대 교수도 "철거작업은 그 순서와 공법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철거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는지, 철거업체가 계획서에 따라 하지않고 자율적으로 했는지 등을 잘 따져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번 붕괴사고...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나?

바로 옆이 도로였다는 점에서 광주광역시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 감독을 더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거죠. 안전관리기수 등이 제대로 배치돼 도로가 통제됐다면 이번 일은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조 교수는 "위험을 인지했다면 즉시 연락을 취해야했고, 도로에 안전관리기수가 있었다면 교통을 차단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 찾은 김부겸 총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 찾은 김부겸 총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총리도 장관도 현장으로…"위법 발견되면 고발 조치"

김부겸 국무총리는 현장을 찾아 "건축물 관리법이 새로 제정됐음에도 어찌 보면 원시적일 수 있는 사고가 나 안타까운 국민의 희생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이번 사고에 대해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법사항 확인 시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과수의 현장 감식을 포함한 경찰 조사와 별도로 국토부 차원의 조사를 진행한 뒤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고발 조치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관련법이 새로 제정됐음에도 우리는 유사한 사고를 잇따라 목격하고 있습니다. 약 2년 전 서울 잠원동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책임자 처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재발을 막기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설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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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 잠원동 사고와 판박이”…건물 철거 이대로 괜찮을까요?
    • 입력 2021-06-10 16:30:39
    • 수정2021-06-10 18:26:25
    취재K
지난 2019년 7월 발생한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2019년 7월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울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당시 현장 앞 도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무너진 건물 외벽에 깔렸습니다.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이 사고 4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숨졌고, 동승자 등 3명도 다쳤습니다.

이같은 건물 붕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는 앞서 2018년부터 건축물 관리법을 준비해 왔고, 지난해 이 법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 또 일어났습니다. 어제(9일) 광주 광역시 철거건물 붕괴 사고로 버스 안에 갇힌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2년 전 서울 잠원동 붕괴 사고와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합니다.

■ 또 일어난 건물붕괴…"잠원동 사고와 판박이"

그럼 지난해 시행됐다는 건축물 관리법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건물 관리자는 건물을 해체할 때 지자체에 이렇게 해체하겠다는 '해체계획서'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안전 계획이 포함됩니다.

제30조(건축물 해체의 허가)
① 관리자가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경우에는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이 장에서 “허가권자”라 한다)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허가를 받으려는 자 또는 신고를 하려는 자는 건축물 해체 허가신청서 또는 신고서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해체계획서를 첨부하여 허가권자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연면적 500㎡ 미만이거나, 높이 12m 미만, 3층 이하 건물은 신고만 하면 되지만, 이번 사고 건물의 경우 이를 초과하기 때문에 허가 받아야하는 대상입니다.

또, 해체 작업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건설현장이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감리'도 지정해야 합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당시 작업 당시 광주 동구청에 해체계획서를 낸 것으로 안다"며 "해체계획서 등은 수사기관에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광주 광역시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해체계획서' 제대로 작성되고 허가됐나? 감리는?

문제는 해체계획서를 냈다 하더라도 작성과 허가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해체계획서를 내면 통상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계획서를 검토하고 허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 현실적으로 계획서를 면밀하게 따질 수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됩니다. 때문에 이전에 구조 전문가들이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허가가 난 뒤 이를 관리감독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철거 현장에는 통상 계획서대로 공정이 진행중인지 살피는 '감리'가 있는데, 현장사무소에 나와있는 '상주 감리'가 아닌 '일반 감리'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철거과정을 온전히 감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철거 계획을 세울 때는 역학분석을 통해서 기둥들이 골고루 힘을 받도록 위에서부터 조각조각 뜯어내야 한다"며 "위에서 뜯어내지 않고 옆에서 뜯어내면 반대방향으로 힘이 실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 평택 물류센터 붕괴사고 당시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홍건호 호서대 교수도 "철거작업은 그 순서와 공법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철거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는지, 철거업체가 계획서에 따라 하지않고 자율적으로 했는지 등을 잘 따져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 이번 붕괴사고...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나?

바로 옆이 도로였다는 점에서 광주광역시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 감독을 더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거죠. 안전관리기수 등이 제대로 배치돼 도로가 통제됐다면 이번 일은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조 교수는 "위험을 인지했다면 즉시 연락을 취해야했고, 도로에 안전관리기수가 있었다면 교통을 차단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현장 찾은 김부겸 총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총리도 장관도 현장으로…"위법 발견되면 고발 조치"

김부겸 국무총리는 현장을 찾아 "건축물 관리법이 새로 제정됐음에도 어찌 보면 원시적일 수 있는 사고가 나 안타까운 국민의 희생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이번 사고에 대해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법사항 확인 시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과수의 현장 감식을 포함한 경찰 조사와 별도로 국토부 차원의 조사를 진행한 뒤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고발 조치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관련법이 새로 제정됐음에도 우리는 유사한 사고를 잇따라 목격하고 있습니다. 약 2년 전 서울 잠원동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책임자 처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재발을 막기위해 관련법 개정에 나설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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