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선물하기’ 시대?…이색·미니 보험 쏟아질까

입력 2021.06.10 (18:21) 수정 2021.06.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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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보험, 진짜 있나요?


말도 안 되는 보험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괜찮은 보험 같기도 한데, 이런 보험이 진짜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아니고 바로 옆 나라, 중국에는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품이 나오면 과연 얼마나 가입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 중에 대성공을 거둔 상품도 있습니다.

바로 반송비 보험입니다. 이 상품을 출시한 중안 보험은 2013년 설립된 이후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었습니다. 현재는 5억 2천4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79억 건이 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존의 질병이나 상해, 자동차 보험 위주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으로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이 시장에 먹힌 겁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우리도 중국처럼?

물론 중국의 중안 보험의 성공을 본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겠죠.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설립됐습니다. 바로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차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캐롯손해보험입니다.

하지만 캐롯손보는 중안 보험과는 달랐습니다. 소액보험 콘셉트는 같았지만, 곧바로 자동차 보험 시장 문부터 두드린 겁니다.

캐롯손보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는 퍼마일 자동차 보험을 내놨습니다. 자동차를 적게 타는 사람들이 주 대상이었는데, 가입자 20만 명을 넘기며 어느 정도 흥행은 거뒀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캐롯보험은 총 38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엄청난 대어가 등장합니다. 바로 카카오입니다.

그동안 플랫폼을 통해 보험 중계 정도만 해 오던 카카오페이는 직접 보험 상품까지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9일 금융위원회의 예비허가 심사 문턱도 넘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안에 본 인가를 마무리해 연내에 카카오손해보험을 출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확한 인원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대규모 TF팀도 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 출처 :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사진 출처 :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1분·100원 단위 보험 시대 열리나?

카카오손보가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사업계획을 보면 약간의 힌트가 나옵니다.

카카오는 소비자가 직접 넣고 빼는 DIY를 적용해 비용을 줄이겠다고 설명합니다. 즉 미니보험부터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

또 일상생활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 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을 예시로 제시했습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기존과 똑같은 상품은 만들지 않겠다. 아무래도 차별화된 상품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라며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새로운 트랜드와 혁신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는데, 과연 어떤 상품이 1호로 출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메기효과?…거대 기업 시장 잠식 우려도

가입자 3,600만 명을 보유한 플랫폼 빅테크 업체가 보험 업계에 뛰어들자 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칩니다.

우선 새로운 층, 특히 젊은 층이 유입될 거라는 기대 섞인 시선이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손쉬운 보험으로 젊은 층을 대거 끌어들일 거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미니 보험 시장도 커질 전망입니다. 때마침 정부까지 돕고 나섰습니다. 9일부터 소액 단기전문 보험업 도입이 허가돼 보험사 설립 문턱이 낮아진 겁니다. 20억 원 이상의 소규모 자본으로도 보험사 설립이 가능해져 반려견보험, 날씨 보험 같은 미니 보험들이 많아질 거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를 선두로 미니 보험 시장이 활짝 열린 셈입니다.

하지만 우려 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4월 기준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3,6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 전체 인구의 69%인데,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카카오페이증권의 증권 계좌는 1년 만에 400만 개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보험 역시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위주로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나 장기 보험시장까지 정조준할 거란 전망도 우세합니다.

업계에서 카카오가 보험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염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생활밀착형 상품이 저렴하게 나온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빠질 게 없겠죠. 앞으로 100원 단위, 1분 단위 보험 상품도 가입이 가능한 시대가 열릴까요?

대형 빅테크 기업이 보험업계에 진출한 첫 사례란 점에서 앞으로 카카오손보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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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도 ‘선물하기’ 시대?…이색·미니 보험 쏟아질까
    • 입력 2021-06-10 18:21:53
    • 수정2021-06-10 18:29:54
    취재K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보험, 진짜 있나요?


말도 안 되는 보험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괜찮은 보험 같기도 한데, 이런 보험이 진짜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아니고 바로 옆 나라, 중국에는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품이 나오면 과연 얼마나 가입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 중에 대성공을 거둔 상품도 있습니다.

바로 반송비 보험입니다. 이 상품을 출시한 중안 보험은 2013년 설립된 이후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넘었습니다. 현재는 5억 2천4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79억 건이 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존의 질병이나 상해, 자동차 보험 위주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으로 틈새를 공략한다는 전략이 시장에 먹힌 겁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우리도 중국처럼?

물론 중국의 중안 보험의 성공을 본 우리나라 보험사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겠죠. 우리나라에도 지난해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설립됐습니다. 바로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차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캐롯손해보험입니다.

하지만 캐롯손보는 중안 보험과는 달랐습니다. 소액보험 콘셉트는 같았지만, 곧바로 자동차 보험 시장 문부터 두드린 겁니다.

캐롯손보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는 퍼마일 자동차 보험을 내놨습니다. 자동차를 적게 타는 사람들이 주 대상이었는데, 가입자 20만 명을 넘기며 어느 정도 흥행은 거뒀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캐롯보험은 총 38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엄청난 대어가 등장합니다. 바로 카카오입니다.

그동안 플랫폼을 통해 보험 중계 정도만 해 오던 카카오페이는 직접 보험 상품까지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9일 금융위원회의 예비허가 심사 문턱도 넘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안에 본 인가를 마무리해 연내에 카카오손해보험을 출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확한 인원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대규모 TF팀도 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 출처 : 카카오페이 홈페이지 캡처]
1분·100원 단위 보험 시대 열리나?

카카오손보가 어떤 상품을 내놓을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사업계획을 보면 약간의 힌트가 나옵니다.

카카오는 소비자가 직접 넣고 빼는 DIY를 적용해 비용을 줄이겠다고 설명합니다. 즉 미니보험부터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

또 일상생활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 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을 예시로 제시했습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기존과 똑같은 상품은 만들지 않겠다. 아무래도 차별화된 상품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라며 부담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역시 "새로운 트랜드와 혁신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는데, 과연 어떤 상품이 1호로 출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메기효과?…거대 기업 시장 잠식 우려도

가입자 3,600만 명을 보유한 플랫폼 빅테크 업체가 보험 업계에 뛰어들자 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칩니다.

우선 새로운 층, 특히 젊은 층이 유입될 거라는 기대 섞인 시선이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손쉬운 보험으로 젊은 층을 대거 끌어들일 거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미니 보험 시장도 커질 전망입니다. 때마침 정부까지 돕고 나섰습니다. 9일부터 소액 단기전문 보험업 도입이 허가돼 보험사 설립 문턱이 낮아진 겁니다. 20억 원 이상의 소규모 자본으로도 보험사 설립이 가능해져 반려견보험, 날씨 보험 같은 미니 보험들이 많아질 거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를 선두로 미니 보험 시장이 활짝 열린 셈입니다.

하지만 우려 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4월 기준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3,6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 전체 인구의 69%인데,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카카오페이증권의 증권 계좌는 1년 만에 400만 개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보험 역시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위주로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나 장기 보험시장까지 정조준할 거란 전망도 우세합니다.

업계에서 카카오가 보험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염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생활밀착형 상품이 저렴하게 나온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빠질 게 없겠죠. 앞으로 100원 단위, 1분 단위 보험 상품도 가입이 가능한 시대가 열릴까요?

대형 빅테크 기업이 보험업계에 진출한 첫 사례란 점에서 앞으로 카카오손보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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