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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문턱 ‘6년째’…이번엔 다를까
입력 2021.06.11 (10:03) 취재K

수술실 CCTV 설치는 요즘 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입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찬반 논쟁 속에 한 민간 병원이 자발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보유 중인 수술실 6곳 모두에 CCTV를 설치하고, 이 중 3곳은 보호자 1명이 실시간으로 수술 과정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해당 병원은 "수술실 CCTV는 의료진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적극적 치료보다는 방어적 치료를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고 했습니다. "설치와 관리,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천 한 병원의 불법적인 수술로 지역 사회에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좌)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모습      (우) 실시간 수술 모습 시청하는 보호자 대기실  [화면제공: 부평 힘찬병원](좌)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모습 (우) 실시간 수술 모습 시청하는 보호자 대기실 [화면제공: 부평 힘찬병원]


■ "아주 작은 가능성, 일반화해" vs "환자 권익 위해 필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은 6년째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3개. 지난달 26일에는 관련 공청회도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주요 찬반 근거를 정리해 봤습니다.

CCTV 반대 측은 매우 적은 비율로 발생하는 사건을 일반화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수술 건수는 매년 170~200만 건가량인데 대리 수술 적발 건수는 연평균 약 20건 내외(보건복지부 자료)로, 약 0.001%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면 오히려 환자에 해가 커질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오주형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위원장은 " CCTV로 감시당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위험성이 높은 수술을 거부하거나, 환자에게 다른 방식의 진료를 유도할 가능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생명과 직결되고 응급 수술이 빈번한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지원율을 더욱 낮춰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 제공 체계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화본 관리도 대표적인 문제점입니다.

환자 신체 부위가 노출되거나 의료진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삭제나 모자이크 처리를 위한 절차에도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실제로 앞서 CCTV를 설치한 경기도의료원 4개 병원에서는 13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데 약 8,400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아주 적은 비율이라도 절대 발생하면 안 되는 사건인 것에는 의료계도 공감합니다. 이들은 예방하기 위한 절차가 있고, 이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합니다.

김 이사는 "그간에도 수술실 내부 직원의 공익 제보 등으로 비윤리적 행위가 드러나는 등 감시 체계가 있다"고 설명했고, 오 위원장도 "수술실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 구조적으로 부정 의료 행위나 성범죄 발생이 어렵고, 발생하더라도 비밀로 묻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지난달 26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

반면 환자 단체를 비롯한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무자격자 대리 수술'이나 '유령 수술'에 참여한 사람 모두 '공범' 관계라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체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환자 동의와 요구를 전제로 의무적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촬영본 관리를 철저히 하되 환자가 원하면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CCTV 설치는 높은 찬성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TBS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0.1%가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습니다.


■ 정부 "수술실 CCTV 단계적 설치"…이달 말 국회 법안소위 열릴 듯

정부 고민도 깊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수술실 내부 또는 외부 중 한 곳에 CCTV를 의무로 설치하는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되, 환자나 의료진의 개인 정보 노출 등 우려에 대해 엄격히 관리하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논의하겠다는 겁니다.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는 이달 말쯤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복지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가운데 6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관련 입법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맺어질지 주목됩니다.
  • 수술실 CCTV 설치 문턱 ‘6년째’…이번엔 다를까
    • 입력 2021-06-11 10:03:13
    취재K

수술실 CCTV 설치는 요즘 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입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찬반 논쟁 속에 한 민간 병원이 자발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보유 중인 수술실 6곳 모두에 CCTV를 설치하고, 이 중 3곳은 보호자 1명이 실시간으로 수술 과정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해당 병원은 "수술실 CCTV는 의료진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적극적 치료보다는 방어적 치료를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고 했습니다. "설치와 관리,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천 한 병원의 불법적인 수술로 지역 사회에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좌)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모습      (우) 실시간 수술 모습 시청하는 보호자 대기실  [화면제공: 부평 힘찬병원](좌)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모습 (우) 실시간 수술 모습 시청하는 보호자 대기실 [화면제공: 부평 힘찬병원]


■ "아주 작은 가능성, 일반화해" vs "환자 권익 위해 필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은 6년째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3개. 지난달 26일에는 관련 공청회도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주요 찬반 근거를 정리해 봤습니다.

CCTV 반대 측은 매우 적은 비율로 발생하는 사건을 일반화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수술 건수는 매년 170~200만 건가량인데 대리 수술 적발 건수는 연평균 약 20건 내외(보건복지부 자료)로, 약 0.001%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면 오히려 환자에 해가 커질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오주형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위원장은 " CCTV로 감시당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위험성이 높은 수술을 거부하거나, 환자에게 다른 방식의 진료를 유도할 가능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생명과 직결되고 응급 수술이 빈번한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지원율을 더욱 낮춰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 제공 체계가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화본 관리도 대표적인 문제점입니다.

환자 신체 부위가 노출되거나 의료진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삭제나 모자이크 처리를 위한 절차에도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실제로 앞서 CCTV를 설치한 경기도의료원 4개 병원에서는 13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데 약 8,400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아주 적은 비율이라도 절대 발생하면 안 되는 사건인 것에는 의료계도 공감합니다. 이들은 예방하기 위한 절차가 있고, 이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합니다.

김 이사는 "그간에도 수술실 내부 직원의 공익 제보 등으로 비윤리적 행위가 드러나는 등 감시 체계가 있다"고 설명했고, 오 위원장도 "수술실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 구조적으로 부정 의료 행위나 성범죄 발생이 어렵고, 발생하더라도 비밀로 묻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지난달 26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

반면 환자 단체를 비롯한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무자격자 대리 수술'이나 '유령 수술'에 참여한 사람 모두 '공범' 관계라 내부자 제보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체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하고 환자 동의와 요구를 전제로 의무적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촬영본 관리를 철저히 하되 환자가 원하면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CCTV 설치는 높은 찬성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TBS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0.1%가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습니다.


■ 정부 "수술실 CCTV 단계적 설치"…이달 말 국회 법안소위 열릴 듯

정부 고민도 깊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수술실 내부 또는 외부 중 한 곳에 CCTV를 의무로 설치하는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되, 환자나 의료진의 개인 정보 노출 등 우려에 대해 엄격히 관리하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논의하겠다는 겁니다.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는 이달 말쯤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복지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가운데 6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관련 입법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맺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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