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대사 “차별·혐오 금지” 조언하면서도 부인 사건은 사과 안 해

입력 2021.06.11 (15:06) 수정 2021.06.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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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혐오와 차별 대응 주한 대사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의 국회의원을 포함해 주한 대사들과 유엔기구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인권위는 유럽 등 인권 선진국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뒤, 그 사회의 정책과 시민들의 인식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듣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2007년 17대 국회에, 정부가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뒤 19대 국회까지 모두 7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되거나 발의됐지만, 법 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20대 국회엔 아예 법안 발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고, 인권위가 지난해 6월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내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주한 대사들은 초기엔 반발이 있었지만, 차별금지법이 일단 제정되고 나면, 그 중요성과 유용성이 상당했다며 한국 사회에도 차별금지법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OECD 국가 중 일부 나라들의 평등법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국 평등법(2006년 제정) : 1975년에 제정한 성차별금지법과 인종관계법, 1995년 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평등법으로 통합. 나이, 장애, 성전환, 혼인, 동성결혼, 임신 및 모성, 종교 또는 신념, 성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

□ 터키 차별금지법(2016년 제정) : 고용, 사회보장, 재화 용역, 교육, 주택에 있어서 인종이나 출신 민족, 종교 또는 신념, 나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금지

□ 멕시코 차별방지 및 금지법(2003년 제정) : 출신 민족 또는 출신 국가, 성별, 나이, 장애, 사회적 또는 경제적 지위, 건강상태, 임신, 언어, 종교, 의견, 성적지향, 시민적 또는 여타 요인들로 인한 차별 금지

■ '옷가게 직원 폭행 논란'…벨기에 대사도 참석해 눈길


오늘 회의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부인이 옷가게 직원을 폭행해 큰 논란을 일으킨 피터 레스꾸이에 벨기에 대사인데요.

벨기에는 '인종과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는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나라입니다. 레스꾸이에 대사는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인권위에 자신들의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레스꾸이에 대사는 벨기에가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전담 기구를 둬 교묘해지는 차별 행위에 대응하고 있으며, 차별금지법을 입법하는 것으로 반짝 끝나면 안 되고 이후 활동계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한국에 조언했습니다.


■ "지난달 내놓은 답변을 봐달라"…추가 입장 없어

옷가게 폭행 논란이 생긴 뒤 벨기에 대사가 공식 석상에 나온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벨기에 대사를 만난 이상, 그냥 넘어갈 순 없었습니다. 부인의 폭행에 대해 대사가 직접 사과할 생각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기자: 4월 폭행 사건에 대한 추가 입장을 듣고 싶다.
레스꾸이에 대사: 없다. 그 사건에 관련된 모든 설명은 대사관에서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기자: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대사님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한다.
레스꾸이에 대사: 그럴 수 없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

레스꾸이에 대사의 입장은 이전과 동일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주한 벨기에 대사관 공식 SNS를 통해 밝힌 입장이 자신의 입장이라는 겁니다.

당시 주한 벨기에 대사관은 폭력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고, 부인이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를 했다고 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당시 발표된 공식 입장에는 올해 여름에, 레스꾸이에 대사가 조기 이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기 전 추가로 입장을 들을 기회가 없느냐'고 질문했지만, 레스꾸이에 대사는 역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조언은 했지만, 부인의 폭행에 대해선 직접 사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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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기에 대사 “차별·혐오 금지” 조언하면서도 부인 사건은 사과 안 해
    • 입력 2021-06-11 15:06:05
    • 수정2021-06-11 16:10:59
    취재K

오늘(1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혐오와 차별 대응 주한 대사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의 국회의원을 포함해 주한 대사들과 유엔기구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인권위는 유럽 등 인권 선진국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뒤, 그 사회의 정책과 시민들의 인식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듣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2007년 17대 국회에, 정부가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뒤 19대 국회까지 모두 7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되거나 발의됐지만, 법 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20대 국회엔 아예 법안 발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고, 인권위가 지난해 6월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내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 참석한 주한 대사들은 초기엔 반발이 있었지만, 차별금지법이 일단 제정되고 나면, 그 중요성과 유용성이 상당했다며 한국 사회에도 차별금지법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OECD 국가 중 일부 나라들의 평등법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국 평등법(2006년 제정) : 1975년에 제정한 성차별금지법과 인종관계법, 1995년 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평등법으로 통합. 나이, 장애, 성전환, 혼인, 동성결혼, 임신 및 모성, 종교 또는 신념, 성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

□ 터키 차별금지법(2016년 제정) : 고용, 사회보장, 재화 용역, 교육, 주택에 있어서 인종이나 출신 민족, 종교 또는 신념, 나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금지

□ 멕시코 차별방지 및 금지법(2003년 제정) : 출신 민족 또는 출신 국가, 성별, 나이, 장애, 사회적 또는 경제적 지위, 건강상태, 임신, 언어, 종교, 의견, 성적지향, 시민적 또는 여타 요인들로 인한 차별 금지

■ '옷가게 직원 폭행 논란'…벨기에 대사도 참석해 눈길


오늘 회의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부인이 옷가게 직원을 폭행해 큰 논란을 일으킨 피터 레스꾸이에 벨기에 대사인데요.

벨기에는 '인종과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는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제정한 나라입니다. 레스꾸이에 대사는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인권위에 자신들의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레스꾸이에 대사는 벨기에가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전담 기구를 둬 교묘해지는 차별 행위에 대응하고 있으며, 차별금지법을 입법하는 것으로 반짝 끝나면 안 되고 이후 활동계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한국에 조언했습니다.


■ "지난달 내놓은 답변을 봐달라"…추가 입장 없어

옷가게 폭행 논란이 생긴 뒤 벨기에 대사가 공식 석상에 나온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벨기에 대사를 만난 이상, 그냥 넘어갈 순 없었습니다. 부인의 폭행에 대해 대사가 직접 사과할 생각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기자: 4월 폭행 사건에 대한 추가 입장을 듣고 싶다.
레스꾸이에 대사: 없다. 그 사건에 관련된 모든 설명은 대사관에서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기자: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대사님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한다.
레스꾸이에 대사: 그럴 수 없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

레스꾸이에 대사의 입장은 이전과 동일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주한 벨기에 대사관 공식 SNS를 통해 밝힌 입장이 자신의 입장이라는 겁니다.

당시 주한 벨기에 대사관은 폭력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고, 부인이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를 했다고 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당시 발표된 공식 입장에는 올해 여름에, 레스꾸이에 대사가 조기 이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기 전 추가로 입장을 들을 기회가 없느냐'고 질문했지만, 레스꾸이에 대사는 역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조언은 했지만, 부인의 폭행에 대해선 직접 사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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