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면증 시달렸던 故 이 중사…“잠을 어떻게 자는지 까먹은 것 같아”

입력 2021.06.11 (21:30) 수정 2021.06.11 (22: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성추행과 2차 피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 중사의 남편측이 이 중사와 나눴던 SNS 메시지를 KBS 취재진에게 보내왔습니다.

이 중사가 겪은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이 중사는 잠자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열흘쯤부터 불면증을 호소했습니다.

약을 먹었는데도 잠이 안 온다며 지금의 남편인 당시 남자친구에게 거듭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보호받기는 커녕 회유와 종용이 이어졌고, 상관이 남편을 불러 합의를 종용한 날 이 중사는 "곱씹을수록 기분이 더러워진다", "오늘 일 때문에 더 우울해졌다"며 털어놨습니다.

2차 피해 속에 휴직을 고민한 심경도 나옵니다.

"아무개만 아니면 출근했을 것 같은데 용기가 안 난다"며, "뭐라고 말했을지 무섭다", "나를 얕볼 것 같다"며 두려움을 호소합니다.

부대 전출 문제로 고민하던 4월 하순부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난주 남은 약으로 잤는데 먹어도 잠이 안 온다, 자꾸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무서운 꿈을 꿨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을 거듭하며 이 중사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수사는 여전히 더디기만 했습니다.

이 중사의 남편은 국선변호사가 개인적인 이유로 검찰 조사 동행이 어렵다고 하자 민간 변호사 선임을 제안했지만, 이 중사는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며 새로 선임되는 국선변호사와 말을 잘 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새 부대로 가기 이틀 전, 몸은 피곤한데 머리가 잠이 안 온다, 잠을 어떻게 자는지 까먹은 거 같다고, 이 중사는 눈물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결국, 생을 마감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르면 내일(12일)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노 상사와 노 준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이근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극심한 불면증 시달렸던 故 이 중사…“잠을 어떻게 자는지 까먹은 것 같아”
    • 입력 2021-06-11 21:30:51
    • 수정2021-06-11 22:22:08
    뉴스 9
[앵커]

성추행과 2차 피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 중사의 남편측이 이 중사와 나눴던 SNS 메시지를 KBS 취재진에게 보내왔습니다.

이 중사가 겪은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이 중사는 잠자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홍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열흘쯤부터 불면증을 호소했습니다.

약을 먹었는데도 잠이 안 온다며 지금의 남편인 당시 남자친구에게 거듭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보호받기는 커녕 회유와 종용이 이어졌고, 상관이 남편을 불러 합의를 종용한 날 이 중사는 "곱씹을수록 기분이 더러워진다", "오늘 일 때문에 더 우울해졌다"며 털어놨습니다.

2차 피해 속에 휴직을 고민한 심경도 나옵니다.

"아무개만 아니면 출근했을 것 같은데 용기가 안 난다"며, "뭐라고 말했을지 무섭다", "나를 얕볼 것 같다"며 두려움을 호소합니다.

부대 전출 문제로 고민하던 4월 하순부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난주 남은 약으로 잤는데 먹어도 잠이 안 온다, 자꾸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무서운 꿈을 꿨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을 거듭하며 이 중사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수사는 여전히 더디기만 했습니다.

이 중사의 남편은 국선변호사가 개인적인 이유로 검찰 조사 동행이 어렵다고 하자 민간 변호사 선임을 제안했지만, 이 중사는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며 새로 선임되는 국선변호사와 말을 잘 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새 부대로 가기 이틀 전, 몸은 피곤한데 머리가 잠이 안 온다, 잠을 어떻게 자는지 까먹은 거 같다고, 이 중사는 눈물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결국, 생을 마감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르면 내일(12일)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노 상사와 노 준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이근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