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올림픽 취소’ 용기냈던 日신문사…이후 벌어진 일은?

입력 2021.06.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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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신문 왕국'입니다.

세계 유료 일간지 '발행 부수 상위 10위' 안에 일본 신문은 4개나 올라 있습니다. 2018년 말 기준, 1위는 851만 부(석간 제외)를 찍는 요미우리(讀賣)입니다. 2위는 아사히(朝日·595만 부), 6위 마이니치(每日), 10위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입니다.

발행 부수는 요미우리가 많지만, 영향력은 아사히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요미우리는 뛰어난 마케팅으로 '1등 신문'에 올랐지만,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정론·직필’을 거론할 때는 단연 아사히가 꼽힙니다.

일본의 '4대 전국 일간지'인 이들 네 신문에는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공식 후원사입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각각 50억~60억 엔(한화 507억~609억 원)의 협찬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5월 26일 자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중지(취소) 결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일본 아사히신문이 5월 26일 자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중지(취소) 결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 나 홀로 "도쿄올림픽 취소"

"총리에게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취소) 결단을 요구합니다."

아사히가 이런 제목의 사설을 낸 건 5월 26일이었습니다. 신문은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도쿄도(東京都) 등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의 재연장을 피할 수 없는 정세"라며 "이번 여름에 올림픽을 여는 건 이치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의 당연한 의문과 우려를 외면하고 돌진하는 정부와 도(都), 올림픽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과 반발이 커져만 간다"면서 "냉정히, 객관적으로 주위 상황을 살펴보고 개최 취소 결단을 내릴 것을 총리에게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그것도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겨냥해 '대회 취소'를 요구한 건 아사히가 유일했습니다. 그것도 '신문의 얼굴'로 불리는 사설을 통해서였으니 파장은 컸습니다.

문제는 이 사설이 지면에 실리기까지의 속사정, 그리고 이후 아사히가 겪고 있는 일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6월 10일 발매된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이 아사히신문에 ‘도쿄올림픽 취소’ 사설이 게재된 내막을 전하고 있다.6월 10일 발매된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이 아사히신문에 ‘도쿄올림픽 취소’ 사설이 게재된 내막을 전하고 있다.

■ 사설 게재 놓고 '내분'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6월 10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사설이 실리게 된 내막을 전했습니다. 사설이 실리기 2주 전쯤, 아사히에 실린 칼럼을 계기로 이른바 '사내 투쟁'이 벌어졌다는 내용입니다.

야마코시 슈조(山腰修三) 게이오기주쿠대(慶應義塾大) 교수는 5월 12일 자 아사히신문 '미디어 비평' 코너에서 " 아사히는 '개최', '중지' 어느 쪽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자신의 견해부터 명확히 해야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단'을 주장하는 지식인 의견과 칼럼을 싣고, 해외 언론의 반응을 전한다고 반론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사설은 뭘 위해 존재하느냐"면서 "언론이 주장해야 할 중대 사안을 주장하지 않는 건 '부작위'(不作為)일 뿐"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슈칸분슌' 보도에 따르면 이 칼럼 이후 아사히 논설위원실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합니다. 일부 논설위원들은 "지금 올림픽 중지 사설을 쓰지 않으면 아사히는 '부(負·마이너스)의 유산'으로 역사에 각인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편집국 간부와 일선 기자들은 "그런 사설을 쓰려면 올림픽 공식 후원사를 그만둬야 한다", "올림픽 취재 현장에 미칠 파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지난 3월 일본 마이니치신문 주최로 효고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대회 모습. ‘여름 고시엔’은 오는 8월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린다.<일본 교도통신>지난 3월 일본 마이니치신문 주최로 효고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대회 모습. ‘여름 고시엔’은 오는 8월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린다.<일본 교도통신>

■ "고시엔 주최도 그만둬라"

경위가 어찌 됐든 결국 사설은 지면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아사히에서 '도쿄올림픽 중단' 논조의 사설이나 기사는 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도쿄올림픽 준비 소식이 꾸준히 전해졌습니다. 아사히는 홈페이지에 "도쿄올림픽 공식 후원은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냈습니다.

단발성에 그친 '도쿄올림픽 중지 사설'은 이후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습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7월 23일~9월 5일) 기간에는 일본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즉 '여름 고시엔'(甲子園·8월 9일 개막)이 열립니다.

전국 4천 개가 넘는 고교 야구팀, 16만여 명에 달하는 선수의 첫 번째 꿈은 고시엔의 흙을 한 번이라도 밟아보는 일입니다. 이 대회 주최사가 바로 아사히신문사입니다.

평소 아사히의 논조를 고깝게 여기던 우익 성향 단체와 독자들은 마치 건수라도 잡은 듯 아사히에 "사설을 통해 도쿄올림픽 중단을 요구했으니, 같은 논리라면 여름 고시엔 주최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첫 보도를 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그는 지난 3월 기사 내용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한 우익 인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배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일본 교도통신>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첫 보도를 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그는 지난 3월 기사 내용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한 우익 인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배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일본 교도통신>

■ 창사 이래 최대 적자

공교롭게도 '올림픽 취소' 사설이 실린 5월 26일, 아사히는 지난해 경영 실적을 내놨습니다. 전년 106억 엔(1천76억 원) 흑자에서 무려 441억 엔(4천500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1879년 창간 이래 141년 만에 최대 적자였습니다.

아사히는 결국 7월 1일부터 조·석간 한 세트 월 구독료를 4천400엔(약 4만 4천800원, 소비세 포함)으로 9%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사히가 구독료를 올리는 것 역시 1993년 12월 이후 27년 7개월 만입니다.

아사히는 안내문에서 "인터넷 보급으로 신문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지고 판매·광고 수입이 줄어든 반면에 제작비는 늘고 있다"면서 "심각한 일손 부족으로 배달 체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영 개선을 위한 구독료 인상이지만, 결국 구독 감소를 불러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5월 27일 자 석간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오사카 본사 사진부 소속이던 아오이 가쓰오(2017년 별세) 기자가 광주에서 찍은 사진을 실었다.일본 아사히신문이 5월 27일 자 석간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오사카 본사 사진부 소속이던 아오이 가쓰오(2017년 별세) 기자가 광주에서 찍은 사진을 실었다.

■ 아사히의 위기…'진보의 고립'

우리와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일본의 한 신문사 이야기를 꺼낸 이유, 지금부터입니다.

일본 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아사히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과거사 청산의 시각차 때문에 우익 정권의 표적이 돼 왔습니다. 우익들은 대놓고 아사히를 '매국지'로 몰아붙입니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아사히는 일본 정부에 자성을 촉구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6월 23일 자 사설에선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두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올해 4월 23일 자 사설에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 두 달이 넘도록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통화조차 못 한 데 대해 "신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주일 한국대사를 푸대접하는 태도는 외교적으로 치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보편적 국제적 양심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았던 신문. 우경화하는 일본 사회에서 보수 정권과 우익들의 압력은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사히의 위기'가 곧 '일본의 위기'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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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올림픽 취소’ 용기냈던 日신문사…이후 벌어진 일은?
    • 입력 2021-06-12 07:00:21
    특파원 리포트

일본은 '신문 왕국'입니다.

세계 유료 일간지 '발행 부수 상위 10위' 안에 일본 신문은 4개나 올라 있습니다. 2018년 말 기준, 1위는 851만 부(석간 제외)를 찍는 요미우리(讀賣)입니다. 2위는 아사히(朝日·595만 부), 6위 마이니치(每日), 10위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입니다.

발행 부수는 요미우리가 많지만, 영향력은 아사히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요미우리는 뛰어난 마케팅으로 '1등 신문'에 올랐지만,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정론·직필’을 거론할 때는 단연 아사히가 꼽힙니다.

일본의 '4대 전국 일간지'인 이들 네 신문에는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바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공식 후원사입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각각 50억~60억 엔(한화 507억~609억 원)의 협찬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5월 26일 자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중지(취소) 결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 나 홀로 "도쿄올림픽 취소"

"총리에게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취소) 결단을 요구합니다."

아사히가 이런 제목의 사설을 낸 건 5월 26일이었습니다. 신문은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도쿄도(東京都) 등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의 재연장을 피할 수 없는 정세"라며 "이번 여름에 올림픽을 여는 건 이치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람들의 당연한 의문과 우려를 외면하고 돌진하는 정부와 도(都), 올림픽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과 반발이 커져만 간다"면서 "냉정히, 객관적으로 주위 상황을 살펴보고 개최 취소 결단을 내릴 것을 총리에게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그것도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겨냥해 '대회 취소'를 요구한 건 아사히가 유일했습니다. 그것도 '신문의 얼굴'로 불리는 사설을 통해서였으니 파장은 컸습니다.

문제는 이 사설이 지면에 실리기까지의 속사정, 그리고 이후 아사히가 겪고 있는 일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6월 10일 발매된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이 아사히신문에 ‘도쿄올림픽 취소’ 사설이 게재된 내막을 전하고 있다.
■ 사설 게재 놓고 '내분'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6월 10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사설이 실리게 된 내막을 전했습니다. 사설이 실리기 2주 전쯤, 아사히에 실린 칼럼을 계기로 이른바 '사내 투쟁'이 벌어졌다는 내용입니다.

야마코시 슈조(山腰修三) 게이오기주쿠대(慶應義塾大) 교수는 5월 12일 자 아사히신문 '미디어 비평' 코너에서 " 아사히는 '개최', '중지' 어느 쪽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자신의 견해부터 명확히 해야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단'을 주장하는 지식인 의견과 칼럼을 싣고, 해외 언론의 반응을 전한다고 반론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사설은 뭘 위해 존재하느냐"면서 "언론이 주장해야 할 중대 사안을 주장하지 않는 건 '부작위'(不作為)일 뿐"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슈칸분슌' 보도에 따르면 이 칼럼 이후 아사히 논설위원실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합니다. 일부 논설위원들은 "지금 올림픽 중지 사설을 쓰지 않으면 아사히는 '부(負·마이너스)의 유산'으로 역사에 각인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에 편집국 간부와 일선 기자들은 "그런 사설을 쓰려면 올림픽 공식 후원사를 그만둬야 한다", "올림픽 취재 현장에 미칠 파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지난 3월 일본 마이니치신문 주최로 효고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대회 모습. ‘여름 고시엔’은 오는 8월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린다.<일본 교도통신>
■ "고시엔 주최도 그만둬라"

경위가 어찌 됐든 결국 사설은 지면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아사히에서 '도쿄올림픽 중단' 논조의 사설이나 기사는 더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도쿄올림픽 준비 소식이 꾸준히 전해졌습니다. 아사히는 홈페이지에 "도쿄올림픽 공식 후원은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냈습니다.

단발성에 그친 '도쿄올림픽 중지 사설'은 이후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했습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7월 23일~9월 5일) 기간에는 일본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즉 '여름 고시엔'(甲子園·8월 9일 개막)이 열립니다.

전국 4천 개가 넘는 고교 야구팀, 16만여 명에 달하는 선수의 첫 번째 꿈은 고시엔의 흙을 한 번이라도 밟아보는 일입니다. 이 대회 주최사가 바로 아사히신문사입니다.

평소 아사히의 논조를 고깝게 여기던 우익 성향 단체와 독자들은 마치 건수라도 잡은 듯 아사히에 "사설을 통해 도쿄올림픽 중단을 요구했으니, 같은 논리라면 여름 고시엔 주최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첫 보도를 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 그는 지난 3월 기사 내용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한 우익 인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손배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일본 교도통신>
■ 창사 이래 최대 적자

공교롭게도 '올림픽 취소' 사설이 실린 5월 26일, 아사히는 지난해 경영 실적을 내놨습니다. 전년 106억 엔(1천76억 원) 흑자에서 무려 441억 엔(4천500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1879년 창간 이래 141년 만에 최대 적자였습니다.

아사히는 결국 7월 1일부터 조·석간 한 세트 월 구독료를 4천400엔(약 4만 4천800원, 소비세 포함)으로 9%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사히가 구독료를 올리는 것 역시 1993년 12월 이후 27년 7개월 만입니다.

아사히는 안내문에서 "인터넷 보급으로 신문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려워지고 판매·광고 수입이 줄어든 반면에 제작비는 늘고 있다"면서 "심각한 일손 부족으로 배달 체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영 개선을 위한 구독료 인상이지만, 결국 구독 감소를 불러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5월 27일 자 석간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오사카 본사 사진부 소속이던 아오이 가쓰오(2017년 별세) 기자가 광주에서 찍은 사진을 실었다.
■ 아사히의 위기…'진보의 고립'

우리와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일본의 한 신문사 이야기를 꺼낸 이유, 지금부터입니다.

일본 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아사히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과거사 청산의 시각차 때문에 우익 정권의 표적이 돼 왔습니다. 우익들은 대놓고 아사히를 '매국지'로 몰아붙입니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아사히는 일본 정부에 자성을 촉구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6월 23일 자 사설에선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두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올해 4월 23일 자 사설에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 두 달이 넘도록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통화조차 못 한 데 대해 "신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주일 한국대사를 푸대접하는 태도는 외교적으로 치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보편적 국제적 양심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았던 신문. 우경화하는 일본 사회에서 보수 정권과 우익들의 압력은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사히의 위기'가 곧 '일본의 위기'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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