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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남] 요양원 입소 다음날 지하 2층 추락한 치매 노인
입력 2021.06.12 (09:02)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어르신들이 머무는 요양원을 쉽게 볼 수 있죠. 이곳에서 일하는 시설장이나 요양보호사는 머무는 노인들이 다치지 않도록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게 됩니다.

어떤 의무를 지게 되는지, 만약 이를 소홀히 한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진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80대 치매 노인, 거실에서 자다 잠기지 않은 리프트 문 열고 추락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노인요양시설에는 노환과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할머니들이 입소해 있었습니다.

이 요양원 건물은 총 4개 층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주간에는 시설장과 요양보호사 2명(각 2개층씩 담당),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이 근무했지만 야간에는 요양보호사 2명만 근무했습니다. 밤에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요양보호사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건물에는 각 층을 위아래로 오갈 수 있는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리프트는 출입문을 열어야 하는 구조였는데 리프트가 해당 층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잠기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사건은 2019년 7월 84살 A 씨가 입소하면서 벌어졌습니다. A 씨는 치매 4등급 환자로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었고 인지능력이 저하돼 있는 상태였으며, 입소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시설 구조를 알지 못했습니다.

요양원 시설장은 수시로 리프트를 비롯한 요양시설에 설치된 모든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 환자들에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역시, 시설 구조를 모르는 노인이 밤에 거실에 있게 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기 쉬워지고, 당시는 야간이었기 때문에 인력에 여유가 없어 노인이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양원 시설장은 리프트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면서도 리프트가 작동하는지와 유압유(리프트를 움직이게 하는 기름)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리프트가 층에 없는 경우 리프트로 통하는 문이 원래 설계대로 자동잠금이 되지 않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요양보호사 역시 A 씨가 요양원 거실 쇼파에서 잠이 들었음에도 A 씨를 그대로 거실에 놔둔 채로, 같은 층에 있는 다른 환자방을 살피러 갔습니다.

밤 11 반쯤 A씨는 1층 리프트 출입문을 열었습니다. 리프트가 1층에 없었지만 문은 그대로 열렸고, A씨는 지하2층으로 떨어져 허리와 골반 등을 크게 다쳤습니다.


■ 2심 법원 "시설 제대로 잠겼는지 점검 제대로 안 해" 벌금 700만 원

검찰은 요양원 시설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요양보호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습니다.

1심 서울중앙지법은 시설장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2심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부장판사 장재윤)는 1심 판결을 깨고 시설장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죄사실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요양시설이 가입한 보험으로 피해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리프트가 층에 없는 경우 리프트로 통하는 문이 원래 설계대로 자동잠금이 잘 되는지를 피고인이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피해자가 1층 거실에 혼자 방치된 상태에서 리프트가 없음에도 출입문을 열었고 지하 2층으로 추락해 상해를 입었는 바 그 주의의무 위반 내용 정도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피해자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인지능력 저하와 망상 등 증상을 보이는 등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간병이 필요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요양원에 입소한 다음날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중하고 현재까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원은 "위와 같은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현재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측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을 상향했습니다.
  • [판결남] 요양원 입소 다음날 지하 2층 추락한 치매 노인
    • 입력 2021-06-12 09:02:09
    취재K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을 소개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어르신들이 머무는 요양원을 쉽게 볼 수 있죠. 이곳에서 일하는 시설장이나 요양보호사는 머무는 노인들이 다치지 않도록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게 됩니다.

어떤 의무를 지게 되는지, 만약 이를 소홀히 한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진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80대 치매 노인, 거실에서 자다 잠기지 않은 리프트 문 열고 추락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노인요양시설에는 노환과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할머니들이 입소해 있었습니다.

이 요양원 건물은 총 4개 층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주간에는 시설장과 요양보호사 2명(각 2개층씩 담당),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이 근무했지만 야간에는 요양보호사 2명만 근무했습니다. 밤에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요양보호사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건물에는 각 층을 위아래로 오갈 수 있는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리프트는 출입문을 열어야 하는 구조였는데 리프트가 해당 층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잠기는 장치가 있었습니다.

사건은 2019년 7월 84살 A 씨가 입소하면서 벌어졌습니다. A 씨는 치매 4등급 환자로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었고 인지능력이 저하돼 있는 상태였으며, 입소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시설 구조를 알지 못했습니다.

요양원 시설장은 수시로 리프트를 비롯한 요양시설에 설치된 모든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 환자들에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역시, 시설 구조를 모르는 노인이 밤에 거실에 있게 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기 쉬워지고, 당시는 야간이었기 때문에 인력에 여유가 없어 노인이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양원 시설장은 리프트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면서도 리프트가 작동하는지와 유압유(리프트를 움직이게 하는 기름)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리프트가 층에 없는 경우 리프트로 통하는 문이 원래 설계대로 자동잠금이 되지 않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요양보호사 역시 A 씨가 요양원 거실 쇼파에서 잠이 들었음에도 A 씨를 그대로 거실에 놔둔 채로, 같은 층에 있는 다른 환자방을 살피러 갔습니다.

밤 11 반쯤 A씨는 1층 리프트 출입문을 열었습니다. 리프트가 1층에 없었지만 문은 그대로 열렸고, A씨는 지하2층으로 떨어져 허리와 골반 등을 크게 다쳤습니다.


■ 2심 법원 "시설 제대로 잠겼는지 점검 제대로 안 해" 벌금 700만 원

검찰은 요양원 시설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요양보호사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습니다.

1심 서울중앙지법은 시설장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2심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부장판사 장재윤)는 1심 판결을 깨고 시설장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죄사실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요양시설이 가입한 보험으로 피해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리프트가 층에 없는 경우 리프트로 통하는 문이 원래 설계대로 자동잠금이 잘 되는지를 피고인이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피해자가 1층 거실에 혼자 방치된 상태에서 리프트가 없음에도 출입문을 열었고 지하 2층으로 추락해 상해를 입었는 바 그 주의의무 위반 내용 정도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피해자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인지능력 저하와 망상 등 증상을 보이는 등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간병이 필요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요양원에 입소한 다음날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중하고 현재까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법원은 "위와 같은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현재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측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을 상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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