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으로 21세기판 ‘황금땅’ 꿈꾸나?

입력 2021.06.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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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엘살바도르 (스페인어 : 구세주) 세계 첫 비트코인 ‘법정화폐’
-다른 나라도?…“글로벌 가상화폐 플랫폼 야심도”
-“화산 지열로 비트코인 채굴 지시”…엘도라도(황금땅) 꿈꾸나?

엘살바도르, 세계 최초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엘살바도르, 세계 최초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 크기에 인구 6백여만 명의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엘살바도르(El Salvador)가 최근 법정 화폐로 비트코인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최초입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법안 제출 계획을 밝혔고, 8일 국회에서 곧바로 통과됐습니다.

엘살바도르 헌법에 의해 90일 뒤 법안이 공표되면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와 함께 공식 법정통화가 됩니다.

법안에 따르면 상점에서 비트코인으로 가격을 표시하거나 물건값을 받을 수 있고, 관공서에서는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징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택하려고 할까요?

1인당 GDP가 세계 95위(2019년 기준) 수준인 엘살바도르는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에 자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해외로 나가 일하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엘살바도르의 해외 노동자 국내 송금액수는 60억 달러(6조 6,870억 원) 규모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22%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들이 해외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면 수수료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시간을 단축하게 할 수 있다고 엘살바도르 정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CNBC방송은 “ 엘살바도르의 정책은 비트코인으로 환전 차익 유출을 막고 막대한 송금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엘살바도르의 열악한 금융 인프라 상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구의 70%가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들에겐 은행 계좌가 없고, 은행에 본인 계좌가 없으니 당연히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어 현금만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스마트폰 보급률은 1인당 1.5개입니다. 은행 서비스는 받을 수 없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제2의 엘살바도르는 어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공식화폐로 채택하게 만든 조건들, 1)자국 화폐의 가치가 높지 않다 2)송금 의존도가 높다 3)금융 인프라가 열악하다 등입니다. 이런 조건들을 가진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조너선 치즈먼은 보고서에서 남미 파라과이가 엘살바도르를 이을 다음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가상화폐 채택 움직임을 보인 나라는 없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비트코인 채택이 다른 나라로 확대될지를 예측하긴 시기상조라고 전했습니다.

자문사인 그레이라인 그룹의 브랜던 토머스는 로이터에 "엘살바도르의 사례가 트렌드가 되어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아니면 그냥 일시적인 사건이 될지는 시간만이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의 미래-누가 주도할 것인가> 저자 인호 교수는 먼저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인호 고려대 교수(고려대블록체인연구소장)

"국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세계 최초라는 의미의 상징성' 정도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게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으로 어떻게 물건값을 지불할 것인가? 그리고 세금을 내는데 언제 세금을 내느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또 다른 가격대가 형성됨으로 적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봅니다. 화폐로서의 교환 가치 성격에 있어 극복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글로벌 '비트코인 플랫폼' 꿈꾸나?

그러면서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이유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에 어떤 매력도 던져주지 못했던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을 계기로 비트코인을 둘러싼 여러 기술적인 실험들이 시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엘살바도르가 '글로벌 비트코인의 플랫폼'이 되는 것, 그래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엘살바도르가 노리는 것은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국가 법정화폐로 정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고, 그런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기반으로 송금을 하거나 지불, 여러 가지 가격의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핀테크 기술 회사들이 엘살바도르에 몰릴 수 있습니다.

새로운 그룹을 만들고 그게 성공하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그런 발판이 될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불어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이 몰리면 수탁서비스 사업도 가능합니다. 다만 검은 돈도 몰릴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해 경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이 가만두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국제적인 규제가 들어올 수 있다고 봅니다. 너무 커지면 '오히려 성공이 어떤 저주같이 된다'·'성공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이런 말처럼 말입니다"

■"화산 지열로 비트코인 채굴"... 21세기판 엘도라도(황금땅)를 향해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화산 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 채굴하겠다” 출처 :트위터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화산 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 채굴하겠다” 출처 :트위터

비트코인을 세계최초로 법정화폐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화산 지열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 계획도 밝혔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국영 지열 전력회사에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설비 제공 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며 " 매우 저렴하고 100% 청정하며 100% 재생 가능하고 탄소배출 제로(0)인 우리 화산 에너지를 이용한 채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몇 시간 후엔 다시 트위터에 지열정에서 수증기가 솟구치는 짧은 영상을 올리고 "우리 기술자들이 방금 95㎿의 100% 청정, 탄소배출 0 화산 지열 에너지를 제공하는 새 지열정을 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 주변에 비트코인 채굴 허브 설계를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량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비트코인 채굴은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늘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엘살바도르에선 친환경적인 화산 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 금지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채굴업자들에게 중국을 떠나 환경 논란을 빗겨갈 수 있는 엘살바도르의 채굴장으로 오라는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려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채굴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21세기판 엘도라도(El Dorado, 황금땅)'를 꿈꾸고 있습니다.

과연 엘살바로드(El Salvador : 스페인어 '구세주')에게 비트코인이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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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살바도르, 비트코인으로 21세기판 ‘황금땅’ 꿈꾸나?
    • 입력 2021-06-13 08:04:52
    취재K
-엘살바도르 (스페인어 : 구세주) 세계 첫 비트코인 ‘법정화폐’<br />-다른 나라도?…“글로벌 가상화폐 플랫폼 야심도”<br />-“화산 지열로 비트코인 채굴 지시”…엘도라도(황금땅) 꿈꾸나?
엘살바도르, 세계 최초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 크기에 인구 6백여만 명의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 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의 엘살바도르(El Salvador)가 최근 법정 화폐로 비트코인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최초입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법안 제출 계획을 밝혔고, 8일 국회에서 곧바로 통과됐습니다.

엘살바도르 헌법에 의해 90일 뒤 법안이 공표되면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와 함께 공식 법정통화가 됩니다.

법안에 따르면 상점에서 비트코인으로 가격을 표시하거나 물건값을 받을 수 있고, 관공서에서는 세금을 비트코인으로 징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택하려고 할까요?

1인당 GDP가 세계 95위(2019년 기준) 수준인 엘살바도르는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에 자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해외로 나가 일하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엘살바도르의 해외 노동자 국내 송금액수는 60억 달러(6조 6,870억 원) 규모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22%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들이 해외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면 수수료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시간을 단축하게 할 수 있다고 엘살바도르 정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CNBC방송은 “ 엘살바도르의 정책은 비트코인으로 환전 차익 유출을 막고 막대한 송금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엘살바도르의 열악한 금융 인프라 상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구의 70%가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들에겐 은행 계좌가 없고, 은행에 본인 계좌가 없으니 당연히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어 현금만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스마트폰 보급률은 1인당 1.5개입니다. 은행 서비스는 받을 수 없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제2의 엘살바도르는 어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공식화폐로 채택하게 만든 조건들, 1)자국 화폐의 가치가 높지 않다 2)송금 의존도가 높다 3)금융 인프라가 열악하다 등입니다. 이런 조건들을 가진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조너선 치즈먼은 보고서에서 남미 파라과이가 엘살바도르를 이을 다음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가상화폐 채택 움직임을 보인 나라는 없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비트코인 채택이 다른 나라로 확대될지를 예측하긴 시기상조라고 전했습니다.

자문사인 그레이라인 그룹의 브랜던 토머스는 로이터에 "엘살바도르의 사례가 트렌드가 되어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아니면 그냥 일시적인 사건이 될지는 시간만이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의 미래-누가 주도할 것인가> 저자 인호 교수는 먼저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인호 고려대 교수(고려대블록체인연구소장)

"국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세계 최초라는 의미의 상징성' 정도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게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으로 어떻게 물건값을 지불할 것인가? 그리고 세금을 내는데 언제 세금을 내느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또 다른 가격대가 형성됨으로 적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봅니다. 화폐로서의 교환 가치 성격에 있어 극복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글로벌 '비트코인 플랫폼' 꿈꾸나?

그러면서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이유가 다른 데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에 어떤 매력도 던져주지 못했던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을 계기로 비트코인을 둘러싼 여러 기술적인 실험들이 시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엘살바도르가 '글로벌 비트코인의 플랫폼'이 되는 것, 그래서 가상화폐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엘살바도르가 노리는 것은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국가 법정화폐로 정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고, 그런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기반으로 송금을 하거나 지불, 여러 가지 가격의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핀테크 기술 회사들이 엘살바도르에 몰릴 수 있습니다.

새로운 그룹을 만들고 그게 성공하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그런 발판이 될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불어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이 몰리면 수탁서비스 사업도 가능합니다. 다만 검은 돈도 몰릴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해 경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이 가만두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국제적인 규제가 들어올 수 있다고 봅니다. 너무 커지면 '오히려 성공이 어떤 저주같이 된다'·'성공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이런 말처럼 말입니다"

■"화산 지열로 비트코인 채굴"... 21세기판 엘도라도(황금땅)를 향해

엘살바도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화산 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 채굴하겠다” 출처 :트위터
비트코인을 세계최초로 법정화폐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화산 지열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 계획도 밝혔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국영 지열 전력회사에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설비 제공 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며 " 매우 저렴하고 100% 청정하며 100% 재생 가능하고 탄소배출 제로(0)인 우리 화산 에너지를 이용한 채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몇 시간 후엔 다시 트위터에 지열정에서 수증기가 솟구치는 짧은 영상을 올리고 "우리 기술자들이 방금 95㎿의 100% 청정, 탄소배출 0 화산 지열 에너지를 제공하는 새 지열정을 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 주변에 비트코인 채굴 허브 설계를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량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비트코인 채굴은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늘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엘살바도르에선 친환경적인 화산 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 금지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채굴업자들에게 중국을 떠나 환경 논란을 빗겨갈 수 있는 엘살바도르의 채굴장으로 오라는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려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채굴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21세기판 엘도라도(El Dorado, 황금땅)'를 꿈꾸고 있습니다.

과연 엘살바로드(El Salvador : 스페인어 '구세주')에게 비트코인이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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