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여 인사했지만…마주 앉을 순 없는 한일 정상​

입력 2021.06.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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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콘월에서 진행 중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보리스 존슨 총리 주재로 열린 환영 만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만났습니다. 스가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첫 만남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 언론엔 포착되지 않았는데,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만남 장면을 촬영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를 손짓으로 불러 함께 스가 총리 부부에게 다가갔습니다.

문 대통령이 김 여사를 소개하자 스가 총리는 고개 숙여 인사했고, 문 대통령도 스가 총리의 부인 마리코 여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ANN에 따르면 한일 정상 부부는 1분 정도 만났고, 스가 총리가 떠난 뒤에도 문 대통령 부부와 마리코 여사는 대화를 계속했습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한일 정상은 11일 개막한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적어도 2번 만났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G7 확대 정상회의 1세션이 개최되기 전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스가 총리와 조우해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며 한일 정상의 만남 사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스가 총리를 수행 중인 오카다 나오키 관방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다가와 아주 짧은 시간 간단한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 한일 정상회담 추진됐지만 불발…"만나서 나눌 이야기 없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됐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현안에 대한 한국의 해법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 간 만남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도 나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함께 만나는 3자 회동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고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현재 한일 간에 가장 큰 현안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명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본 측은 한국 법원의 명령이 나오면 즉각 보복하겠다고 계획을 만들어둔 상태입니다.

지난달 6일 G7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모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미국의 중재로 만났지만, 20분 회담 동안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우리 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상반된 판결을 내리면서, 한국 정부가 움직일 운신의 폭이 넓어졌단 분석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사안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매각 명령을 눈앞에 두고 있고, 매각 명령이 나오면 일본은 보복조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한일이 합의를 하려면, 한국이 양보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대선과 일본의 선거를 모두 앞두고 있어 움직일 여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기념촬영. 왼쪽에서 두번째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른쪽에서 4번째에 문재인 대통령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기념촬영. 왼쪽에서 두번째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른쪽에서 4번째에 문재인 대통령

■ 이달 내 후나코시 국장 방한할 듯…논의 물꼬 틀까

한일 양측은 법원의 매각 명령 전에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자는 데에는 공감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달 내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국장이 방한해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지난 3월 일본을 찾아 후나코시 국장과 상견례를 겸한 회동을 했는데, 이번엔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겁니다.

법원 결정의 시간은 다가오지만, 대화의 진전은 없는 한일. 이번에 정상 간 만남도 불발된 가운데, 실무진들의 소통을 통해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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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개 숙여 인사했지만…마주 앉을 순 없는 한일 정상​
    • 입력 2021-06-13 16:45:50
    취재K

영국 콘월에서 진행 중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보리스 존슨 총리 주재로 열린 환영 만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만났습니다. 스가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첫 만남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 언론엔 포착되지 않았는데,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만남 장면을 촬영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를 손짓으로 불러 함께 스가 총리 부부에게 다가갔습니다.

문 대통령이 김 여사를 소개하자 스가 총리는 고개 숙여 인사했고, 문 대통령도 스가 총리의 부인 마리코 여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ANN에 따르면 한일 정상 부부는 1분 정도 만났고, 스가 총리가 떠난 뒤에도 문 대통령 부부와 마리코 여사는 대화를 계속했습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한일 정상은 11일 개막한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적어도 2번 만났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G7 확대 정상회의 1세션이 개최되기 전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스가 총리와 조우해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며 한일 정상의 만남 사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스가 총리를 수행 중인 오카다 나오키 관방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다가와 아주 짧은 시간 간단한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 한일 정상회담 추진됐지만 불발…"만나서 나눌 이야기 없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됐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현안에 대한 한국의 해법 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정상 간 만남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도 나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함께 만나는 3자 회동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고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현재 한일 간에 가장 큰 현안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명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본 측은 한국 법원의 명령이 나오면 즉각 보복하겠다고 계획을 만들어둔 상태입니다.

지난달 6일 G7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모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미국의 중재로 만났지만, 20분 회담 동안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우리 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상반된 판결을 내리면서, 한국 정부가 움직일 운신의 폭이 넓어졌단 분석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사안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매각 명령을 눈앞에 두고 있고, 매각 명령이 나오면 일본은 보복조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한일이 합의를 하려면, 한국이 양보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대선과 일본의 선거를 모두 앞두고 있어 움직일 여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기념촬영. 왼쪽에서 두번째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른쪽에서 4번째에 문재인 대통령
■ 이달 내 후나코시 국장 방한할 듯…논의 물꼬 틀까

한일 양측은 법원의 매각 명령 전에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자는 데에는 공감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달 내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국장이 방한해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지난 3월 일본을 찾아 후나코시 국장과 상견례를 겸한 회동을 했는데, 이번엔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겁니다.

법원 결정의 시간은 다가오지만, 대화의 진전은 없는 한일. 이번에 정상 간 만남도 불발된 가운데, 실무진들의 소통을 통해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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