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못가니 면세점이라도…‘무착륙 비행’ 16,000명 날았다

입력 2021.06.14 (11:31) 수정 2021.06.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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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시국인지라 걱정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첫 번째로는 코로나19 시국에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컸던 것 같고요."

지난해 12월 12일 인천국제공항. 이곳에서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하늘을 돌고 오는 '무착륙 관광 비행'을 앞둔 한 승객은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으로 행동에 옮기긴 했지만 걱정을 떨치긴 어렵다는 얘긴데, 이런 마음을 반영하듯 이날 첫 무착륙 관광 비행의 탑승률은 40%에도 못 미쳤다. 당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무착륙 관광 비행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국제선 탑승률의 3배가 넘는 탑승률을 보이는 등 항공·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을 돕는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착륙 비행' 총 152편 15,900여 명 탑승

관세청이 오늘(1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약 6개월 동안 항공사들은 무착륙 비행을 위해 항공기 총 152편을 띄웠다.

에어부산이 35편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항공(34편)과 진에어(33편)가 뒤를 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9편, 15편이었다. 상대적으로 대형 항공사보다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더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다.

무착륙 비행 탑승객은 모두 15,983명이었다. 승무원 1,357명을 뺀 숫자다. 비행기 한 편당 탑승객이 105명이다.

무착륙 비행은 4월까지는 인천공항에서만 운항하다 5월부터는 김포·김해·대구공항으로 확대됐다.


■면세품 228억 원어치 팔려

무착륙 관광 비행은 말 그대로 착륙하지 않는다. 일본 등 해외 영공까지 가긴 하는데 착륙하지 않고 하늘에서 비행기를 돌려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코로나19 때문에 기내식도 주지 않는다.

다만, 마일리지 적립과 면세품 구매는 가능하다. 여행은 기분만 내고 사고 싶었던 물건을 면세로 사 오는 것. 무착륙 관광 비행의 취지이기도 하다.

탑승객 약 만 6천 명은 면세품 228억 원어치를 샀다. 1인당 평균 142만 원씩 쓴 셈이다.

상품별 판매액을 보면 화장품이 61억 원, 가방류가 40억 원, 향수가 25억 원이었다. 이 3개 상품의 판매액이 126억 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약 55%였다.

구매처별로 보면 시내면세점이 203억 6천만 원(89.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출국장 면세점 19억 2천만 원(8.4%), 기내 면세품 4억 8천만 원(2%), 입국장 면세점 200만 원(0.08%) 순이었다.

판매된 면세품 가운데 74억 6,200만 원어치는 1인당 면세 한도인 600달러를 넘긴 것들이었다. 이 중 해외 유명 브랜드 핸드백(가방 포함)이 11억 5,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해외 유명 브랜드 시계(6억 1,200만 원), 일반 화장품(5억 9,2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면세 한도를 넘긴 물건들은 1인당 15만 원 한도로 자진신고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졌다. 감면된 세금은 4억 6,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세금을 일부 내고서라도 고가 외국산 가방을 사 왔다는 얘긴데, 백화점과 면세점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세금 일부와 비행기 요금을 내고도 면세점에서 사는 게 더 싸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탑승률, 국제선 평균의 3배 넘어…연말까지 운항

무착륙 비행의 평균 탑승률은 73.5%였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일반 국제선 탑승률은 대형 항공사가 21.3%, LCC가 43.2%, 외국 항공사가 24.2%로, 평균 23.5%다.

평균 탑승률을 비교하면 무착륙 비행의 탑승률은 일반 국제선의 3배가 조금 넘는다. 관세청은 "무착륙 비행이 코로나19로 위축된 항공·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착륙 비행은 올해 말까지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해외 여행이 재개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완전히 살아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서 무착륙 비행을 찾는 발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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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못가니 면세점이라도…‘무착륙 비행’ 16,000명 날았다
    • 입력 2021-06-14 11:31:06
    • 수정2021-06-14 13:06:28
    취재K

"시국이 시국인지라 걱정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첫 번째로는 코로나19 시국에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컸던 것 같고요."

지난해 12월 12일 인천국제공항. 이곳에서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하늘을 돌고 오는 '무착륙 관광 비행'을 앞둔 한 승객은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으로 행동에 옮기긴 했지만 걱정을 떨치긴 어렵다는 얘긴데, 이런 마음을 반영하듯 이날 첫 무착륙 관광 비행의 탑승률은 40%에도 못 미쳤다. 당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무착륙 관광 비행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국제선 탑승률의 3배가 넘는 탑승률을 보이는 등 항공·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을 돕는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착륙 비행' 총 152편 15,900여 명 탑승

관세청이 오늘(14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약 6개월 동안 항공사들은 무착륙 비행을 위해 항공기 총 152편을 띄웠다.

에어부산이 35편으로 가장 많았고, 제주항공(34편)과 진에어(33편)가 뒤를 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9편, 15편이었다. 상대적으로 대형 항공사보다는 저비용항공사(LCC)가 더 적극적이었다는 얘기다.

무착륙 비행 탑승객은 모두 15,983명이었다. 승무원 1,357명을 뺀 숫자다. 비행기 한 편당 탑승객이 105명이다.

무착륙 비행은 4월까지는 인천공항에서만 운항하다 5월부터는 김포·김해·대구공항으로 확대됐다.


■면세품 228억 원어치 팔려

무착륙 관광 비행은 말 그대로 착륙하지 않는다. 일본 등 해외 영공까지 가긴 하는데 착륙하지 않고 하늘에서 비행기를 돌려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코로나19 때문에 기내식도 주지 않는다.

다만, 마일리지 적립과 면세품 구매는 가능하다. 여행은 기분만 내고 사고 싶었던 물건을 면세로 사 오는 것. 무착륙 관광 비행의 취지이기도 하다.

탑승객 약 만 6천 명은 면세품 228억 원어치를 샀다. 1인당 평균 142만 원씩 쓴 셈이다.

상품별 판매액을 보면 화장품이 61억 원, 가방류가 40억 원, 향수가 25억 원이었다. 이 3개 상품의 판매액이 126억 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약 55%였다.

구매처별로 보면 시내면세점이 203억 6천만 원(89.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출국장 면세점 19억 2천만 원(8.4%), 기내 면세품 4억 8천만 원(2%), 입국장 면세점 200만 원(0.08%) 순이었다.

판매된 면세품 가운데 74억 6,200만 원어치는 1인당 면세 한도인 600달러를 넘긴 것들이었다. 이 중 해외 유명 브랜드 핸드백(가방 포함)이 11억 5,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해외 유명 브랜드 시계(6억 1,200만 원), 일반 화장품(5억 9,2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면세 한도를 넘긴 물건들은 1인당 15만 원 한도로 자진신고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졌다. 감면된 세금은 4억 6,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세금을 일부 내고서라도 고가 외국산 가방을 사 왔다는 얘긴데, 백화점과 면세점의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세금 일부와 비행기 요금을 내고도 면세점에서 사는 게 더 싸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탑승률, 국제선 평균의 3배 넘어…연말까지 운항

무착륙 비행의 평균 탑승률은 73.5%였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일반 국제선 탑승률은 대형 항공사가 21.3%, LCC가 43.2%, 외국 항공사가 24.2%로, 평균 23.5%다.

평균 탑승률을 비교하면 무착륙 비행의 탑승률은 일반 국제선의 3배가 조금 넘는다. 관세청은 "무착륙 비행이 코로나19로 위축된 항공·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을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착륙 비행은 올해 말까지 예정돼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해외 여행이 재개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완전히 살아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서 무착륙 비행을 찾는 발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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