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외면하며 日 스가 “만날 상황 아니다”…文 “아쉽다”

입력 2021.06.14 (15:33) 수정 2021.06.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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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식 회담하기로 양국 정부가 원칙에 합의했지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G7 정상회의 계기를 포함하여 그간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에 열린 자세로 임해왔으나, 실제 현장에서 회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한일 양측은 G7 기간에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실무 차원에서 잠정 합의한 상태였지만, 일본이 현장에서 끝내 약식 회담에 응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측이 회담 취소 사유로 '독도방어훈련'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독도방어훈련'은 1986년부터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연례 훈련인데, 올해 상반기 훈련은 이번 주 예정됐습니다.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기념촬영. 왼쪽에서 두번째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른쪽에서 4번째에 문재인 대통령 이 서 있다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기념촬영. 왼쪽에서 두번째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른쪽에서 4번째에 문재인 대통령 이 서 있다

■ 일방적 회담 취소 통보…독도 방어 훈련 때문?

그동안 일본은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을 할 때마다 외교 채널을 통해 반발해왔지만, 이를 이유로 당초 잠정 합의한 정상회담까지 취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독도방어훈련은 핑계일 뿐, 애초에 일본이 정상 간 만남에 응하지 않으려 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처음부터 한일 정상회담에 매우 부정적이었으며 소극적인 입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성의 있는 해법을 마련해오지 않는 상태에서 정상이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뜻을 피력해왔다고 합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G7 정상회의 폐막 후 동행한 일본 기자들에게 비슷한 설명을 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가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런(회담할) 환경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움직임으로 한일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국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또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를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해법 제시를,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 文, 두 번이나 찾아가 인사했지만 스가는 '냉랭'

G7 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2번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 언론엔 포착되지 않았는데,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만남 장면을 촬영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를 손짓으로 불러 함께 스가 총리 부부에게 다가갔습니다. 문 대통령이 김 여사를 소개하자 스가 총리는 고개 숙여 인사했고, 문 대통령도 스가 총리의 부인 마리코 여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G7 확대 정상회의 1세션이 개최되기 전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스가 총리와 우연히 만나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스가 총리도 이 만남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문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같은 회의장에서 인사하러 와서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또 "(문 대통령이) 바비큐(만찬) 때도 인사하러 왔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두 차례 인사를 하러 찾아왔지만, 예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함께 했다는 뉘앙스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G7 개최지 영국을 떠나면서 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도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외교부 2차관 "누가 먼저 다가가 인사한다는 보도, 촌티나"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는 일본 정부와 언론 보도에 '촌티난다'"고 밝혔습니다.

최 차관은 "(다자회의에서) 정상 라운지나 만찬장에서는 먼저 본 정상들이 다른 정상한테 가서 인사하고 여럿이 이야기하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대화도 이어나가고, 이런 방식으로 저절로 진행된다"고 설명하면서, "'누가 먼저 인사했네' 얘기하는 것부터 약간 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 일본 연일 '한국 때리기' 왜?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스가 총리가 국내 정치적 고려로 한국과 대화보다는 비판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현금화가 현실화되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보복 조치를 하려고 시나리오를 준비 중입니다.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면 양측 모두 일정 수준의 양보가 필요한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과 한국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이 도쿄 올림픽 지도와 자위대 홍보 영상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한 일과 상반기 독도 방어훈련이 겹치면서 '독도 문제' 마저 한일 간 현안으로 다시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양국 정상이 만나 문제 해결의 의지를 다질 좋은 기회였지만, 결국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달 중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국장이 방한해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분위기 대로라면 한일 간에 의미 있는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일 양국은 평행선을 달리는 와중에, 일본기업 자산 매각에 대한 법원 결정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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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회담 외면하며 日 스가 “만날 상황 아니다”…文 “아쉽다”
    • 입력 2021-06-14 15:33:56
    • 수정2021-06-14 15:34:20
    취재K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당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식 회담하기로 양국 정부가 원칙에 합의했지만,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G7 정상회의 계기를 포함하여 그간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에 열린 자세로 임해왔으나, 실제 현장에서 회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일 정상 간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한일 양측은 G7 기간에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실무 차원에서 잠정 합의한 상태였지만, 일본이 현장에서 끝내 약식 회담에 응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측이 회담 취소 사유로 '독도방어훈련'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독도방어훈련'은 1986년부터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연례 훈련인데, 올해 상반기 훈련은 이번 주 예정됐습니다.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기념촬영. 왼쪽에서 두번째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오른쪽에서 4번째에 문재인 대통령 이 서 있다
■ 일방적 회담 취소 통보…독도 방어 훈련 때문?

그동안 일본은 한국이 독도방어훈련을 할 때마다 외교 채널을 통해 반발해왔지만, 이를 이유로 당초 잠정 합의한 정상회담까지 취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독도방어훈련은 핑계일 뿐, 애초에 일본이 정상 간 만남에 응하지 않으려 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처음부터 한일 정상회담에 매우 부정적이었으며 소극적인 입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성의 있는 해법을 마련해오지 않는 상태에서 정상이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뜻을 피력해왔다고 합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G7 정상회의 폐막 후 동행한 일본 기자들에게 비슷한 설명을 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가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런(회담할) 환경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움직임으로 한일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국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또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해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를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해법 제시를,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 文, 두 번이나 찾아가 인사했지만 스가는 '냉랭'

G7 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2번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한국 언론엔 포착되지 않았는데,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만남 장면을 촬영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를 손짓으로 불러 함께 스가 총리 부부에게 다가갔습니다. 문 대통령이 김 여사를 소개하자 스가 총리는 고개 숙여 인사했고, 문 대통령도 스가 총리의 부인 마리코 여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G7 확대 정상회의 1세션이 개최되기 전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스가 총리와 우연히 만나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민영 방송사인 ANN이 공개한 한일 정상 만남 장면 (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스가 총리도 이 만남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스가 총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문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같은 회의장에서 인사하러 와서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가 총리는 또 "(문 대통령이) 바비큐(만찬) 때도 인사하러 왔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두 차례 인사를 하러 찾아왔지만, 예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함께 했다는 뉘앙스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G7 개최지 영국을 떠나면서 SNS에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도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외교부 2차관 "누가 먼저 다가가 인사한다는 보도, 촌티나"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는 일본 정부와 언론 보도에 '촌티난다'"고 밝혔습니다.

최 차관은 "(다자회의에서) 정상 라운지나 만찬장에서는 먼저 본 정상들이 다른 정상한테 가서 인사하고 여럿이 이야기하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대화도 이어나가고, 이런 방식으로 저절로 진행된다"고 설명하면서, "'누가 먼저 인사했네' 얘기하는 것부터 약간 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 일본 연일 '한국 때리기' 왜?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스가 총리가 국내 정치적 고려로 한국과 대화보다는 비판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현금화가 현실화되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보복 조치를 하려고 시나리오를 준비 중입니다.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면 양측 모두 일정 수준의 양보가 필요한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과 한국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이 도쿄 올림픽 지도와 자위대 홍보 영상에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시한 일과 상반기 독도 방어훈련이 겹치면서 '독도 문제' 마저 한일 간 현안으로 다시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양국 정상이 만나 문제 해결의 의지를 다질 좋은 기회였지만, 결국 불발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달 중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국장이 방한해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분위기 대로라면 한일 간에 의미 있는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일 양국은 평행선을 달리는 와중에, 일본기업 자산 매각에 대한 법원 결정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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