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1500만 원짜리 ‘복붙 보고서’…등록금으로 ‘수당 잔치’

입력 2021.06.14 (21:38) 수정 2021.06.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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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공립대 학생들의 등록금이 허술하게 쓰인 게 방금 보신 '학생지도비' 뿐일까요?

과거 기성회비를 없애면서 국공립대에는 '교육·연구·학생지도비'라는 것이 생겼는데, 전국 38개 국공립대에서 1년에 3천 500억 원 규모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수연구비'입니다.

1년에 천700억 원 정도인데 철저히 성과에 따라 쓰이도록 제도를 만들었다지만, 한 국립대 사례를 취재해보니, 실상은 많이 달랐습니다.

송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립 군산대.

해마다 교수들에게 정책연구과제를 공모합니다.

지난해 이 공모로 1,500만 원을 받아 작성됐다는 보고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대학이 교육부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와 거의 같습니다.

본문의 첫 페이지.

소제목 '가, 나'는 '1, 2'로, 대학 '로고'는 '점'으로 바꾼 게 전부입니다.

보고서의 90% 이상 사업계획서를 오려 붙인 이른바 '복붙 보고서'입니다.

해당 교수를 찾아가 봤습니다.

[OOO/군산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4페이지만 직접 타이핑을 하신 거고, 나머지는 복사해서 쓰신 거네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보실 수도 있는데…. (사업계획서를) 집필하고 수정하시는 분들에 대한 약간의 수고비를 여기서 지원을 했던 거죠."]

3천3백만 원을 받은 단과대 발전 방안 보고서입니다.

'자기 학습 유도를 위한 환경 조성 연구'라는 소제목.

주제는 거창한데, 결론은 강의실 책상을 팀별로 모으자는 겁니다.

또 다른 보고서에선 교직원 식당 개선 방향을 제시했는데, "전문업체에 위탁하자"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자"라는 내용입니다.

[군산대 대학본부 담당자/음성변조 :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내야 한다는 기준이 있습니까?) 그런 건 없지만 저희가 그래도 50페이지를 받고 있어요."]

내용까지 따지기는 어렵고, 최소 분량 기준은 있다는 얘깁니다.

800만 원이 지급된 이 보고서.

전체 90페이지짜리인데, 70페이지가 내부 규정과 평가지표 같은 이미 공개된 자료입니다.

[박찬대/국회 교육위원회 위원 : "형식적 요건을 맞추거나 아니면 내용을 과대 포장하는 형태로 해서 모양만 맞춘 정도가 아닌가? 학생들의 수업료를 가지고서 지출해야 하는 연구의 성과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이런 사례가 군산대 한 곳에 그칠지 의문인데, 교육부는 국공립대의 연구비 전반으로 감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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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1500만 원짜리 ‘복붙 보고서’…등록금으로 ‘수당 잔치’
    • 입력 2021-06-14 21:38:25
    • 수정2021-06-14 22:11:56
    뉴스 9
[앵커]

국공립대 학생들의 등록금이 허술하게 쓰인 게 방금 보신 '학생지도비' 뿐일까요?

과거 기성회비를 없애면서 국공립대에는 '교육·연구·학생지도비'라는 것이 생겼는데, 전국 38개 국공립대에서 1년에 3천 500억 원 규모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수연구비'입니다.

1년에 천700억 원 정도인데 철저히 성과에 따라 쓰이도록 제도를 만들었다지만, 한 국립대 사례를 취재해보니, 실상은 많이 달랐습니다.

송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립 군산대.

해마다 교수들에게 정책연구과제를 공모합니다.

지난해 이 공모로 1,500만 원을 받아 작성됐다는 보고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대학이 교육부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와 거의 같습니다.

본문의 첫 페이지.

소제목 '가, 나'는 '1, 2'로, 대학 '로고'는 '점'으로 바꾼 게 전부입니다.

보고서의 90% 이상 사업계획서를 오려 붙인 이른바 '복붙 보고서'입니다.

해당 교수를 찾아가 봤습니다.

[OOO/군산대학교 교수/음성변조 : "(4페이지만 직접 타이핑을 하신 거고, 나머지는 복사해서 쓰신 거네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보실 수도 있는데…. (사업계획서를) 집필하고 수정하시는 분들에 대한 약간의 수고비를 여기서 지원을 했던 거죠."]

3천3백만 원을 받은 단과대 발전 방안 보고서입니다.

'자기 학습 유도를 위한 환경 조성 연구'라는 소제목.

주제는 거창한데, 결론은 강의실 책상을 팀별로 모으자는 겁니다.

또 다른 보고서에선 교직원 식당 개선 방향을 제시했는데, "전문업체에 위탁하자"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자"라는 내용입니다.

[군산대 대학본부 담당자/음성변조 :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내야 한다는 기준이 있습니까?) 그런 건 없지만 저희가 그래도 50페이지를 받고 있어요."]

내용까지 따지기는 어렵고, 최소 분량 기준은 있다는 얘깁니다.

800만 원이 지급된 이 보고서.

전체 90페이지짜리인데, 70페이지가 내부 규정과 평가지표 같은 이미 공개된 자료입니다.

[박찬대/국회 교육위원회 위원 : "형식적 요건을 맞추거나 아니면 내용을 과대 포장하는 형태로 해서 모양만 맞춘 정도가 아닌가? 학생들의 수업료를 가지고서 지출해야 하는 연구의 성과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이런 사례가 군산대 한 곳에 그칠지 의문인데, 교육부는 국공립대의 연구비 전반으로 감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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