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중단 후 국내 첫 장기이식…장기기증으로 생명 이어가

우리나라에서 지난 2018년 2월에 연명의료중단이 합법화된 이래, 연명의료중단 후 순환이 정지된 환자의 장기이식이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중환자외과 이재명 교수팀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임종을 앞둔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간과 신장을 총 3명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사례를 오늘(15일) 의학계에 보고했습니다.

연명의료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의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합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또는 혈압을 높이는 약물인 승압제 투여 등이 있습니다.

해당 환자는 52세 남성으로 샤워 도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졌고, 뇌사에 가까운 뇌 손상 상태에 빠졌습니다.

기존에는 뇌사자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에만 장기기증이 이루어졌습니다. 환자의 경우는 장기 기증을 위한 뇌사 기준에는 정확하게 맞지 않았지만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데 의료진과 보호자 모두 동의했고,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환자는 2020년 7월 3일 19시 30분에 수술실로 옮겨져, 호흡기와 승압제가 제거됐습니다. 20시 15분 심장의 무수축이 확인됐고, 5분간의 '노-터치 타임', 환자를 접촉하지 않고 관찰하는 시간을 통해 자가소생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뒤 사망선언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간과 좌·우 2개의 신장이 적출됐고, 근처 수술실에서 대기 중이던 3명의 수혜자에게 각각 이식이 이뤄졌습니다.

이 교수팀은 이후 수혜자의 예후 등을 1년여 간 살핀 뒤, 첫 사례를 대한의학회지 최근호에 정식 공개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번 사례를 통해 국내에서도 연명의료중단 후 장기이식이 활발히 시행돼 이식대기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장기대기와 기증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